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선일보> 7일자 사설.
 <조선일보> 7일자 사설.
ⓒ 조선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조중동이 '촛불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이다. 특히 "좌파 신문과 TV의 파상 공격"이라는 색깔론을 들고 나온 <조선>의 '눈물겨운' 노력이 단연 돋보인다. 

서로 약속이라도 했던 것일까. 조중동은 7일자 신문에 신 대법관(전 서울지방법원장)의 '촛불 재판' 개입에 관한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당연히 '재판 개입 철저 규명'이나 '사법부 공정성 훼손' 등을 질타하는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 행정으로서 재판을 독려(동아)"했을 뿐인데, 왜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조선)"을 펼치느냐고 진실을 폭로한 판사들과 신 대법관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질타하고 있다. 이는 "신 대법관 전화로도 재판 압력을 넣었다"는 <경향신문>의 7일자 1면 보도와 뚜렷이 대비돼 눈에 확 들어온다.

먼저 <조선>부터 살펴보자. <조선>의 사설 '사법부 비판을 넘어선 조직적 사법부 공격에 대해'는 신 대법관을 위한 방어보다는 일종의 반격에 가깝다. <조선>은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성향 짙은 일부 판사들의 사법부 파괴공작"이라 규정했다.

<조선>은 "법원에서 성향이 짙은 일부 판사들에 의해 반년 전 일이 특정 성향 언론에 차례로 폭로되고 같은 성향의 재야 법조인들이 이를 토대로 법원 상층부를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을 법원 폭로 판사들에게 돌렸다.

이어 <조선>은 이번 "자기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은 건전한 사법부 비판을 벗어난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또 <조선>은 "일부 신문과 TV들은 얼마 전부터 신 대법관을 향해 파상적인 폭로 공격을 퍼부어 왔다"며 "올 1,2월에도 네티즌들은 미네르바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 판사와 신문 광고조 협박범에게 유죄 판결한 판사들의 재판 이력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판결한 기록은 지우고 불리하게 판결한 기록만 공개해 인신공격을 퍼부었다"고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선> "젊은 좌파 판사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

신영철 신임 대법관
 신영철 신임 대법관
ⓒ 신종철

관련사진보기

<조선>이 내부 고발자의 성향을 문제 삼으며 사건의 본질 흐리기에 나선 건 이번 사설이 처음이 아니다.

<조선>은 6일자 신문에서도 서울고법과 중앙지법의 부장판사 말을 인용해 "젊은 좌파 판사들이 법원이 지난 정권 때와 달라지는 데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라며 "얼굴을 가린 채 외부에 기밀을 요청한 이메일을 뒤늦게 유출시켜 조직에 상처를 가하려고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이번 신 대법관의 이메일 공개에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가 관여하지 않았냐며 특정 단체를 지목하기도 했다. <조선>은 7일자 신문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법원 수뇌부를 공격한 판사 4명 중 3명이 이 모임 회원인데다, 작년 촛불시위 재판부 배당이 부당하다고 항의한 형사단독 판사들 중에도 회원이 있다"고 밝혔다.

<동아>는 <조선>처럼 강하지 나가고 있지는 않다. 다만 <동아>는 "사법 행정으로서의 재판 독려"이기 때문에 "법원장의 감독권한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신 대법관의 행위를 두둔했다. 

<동아>는 7일자 신문 사설에서 "신 전 법원장(현 대법관)이 촛불시위의 쟁점 중 하나인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집시법 제10조)의 위헌 여부에 대해 자신과 대법원장 및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같은 것처럼 비칠 수 있게 한 대목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 한 뒤 "그러나 사건 당사자와 중요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재판의 공정성 못지않게 신속성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은 "신속한 조사로 소란이 확대되는 걸 막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중앙>은 역시 7일자 사설을 통해 "'대법원장도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으신 것으로 들었다'는 등의 이메일 내용이 오해를 부를 소지가 없지 않다"며 "그렇다고 법원장으로서 못 할 일을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일 논평을 통해 "수구족벌신문들은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고, <조선일보>는 진실을 공개한 판사를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의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며 "법과 양심을 따르고자 하는 법관들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흔드는 내부의 압력 뿐 아니라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의 악의적 왜곡보도에도 의연히 맞서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6일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최완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이병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고연금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김인겸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 6명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신 대법관이 이메일을 보낸 경위와 촛불집회 사건 배당 문제 등 '촛불 재판' 개입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결과는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 인물은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던 신 대법관, 허만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촛불재판을 맡았던 형사단독 판사 20명 등이다.

현재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신 대법관은 "법대로 했기 때문에 사퇴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법원노조가 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촛불사건 임의배당에 대한 진실규명 및 신영철 대법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법원노조 '촛불재판 진상규명' 기자회견 법원노조가 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촛불사건 임의배당에 대한 진실규명 및 신영철 대법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법원노조

관련사진보기



태그:#신영철, #이메일파동, #촛불재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