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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시내버스 전면개편을 알리는 글이 버스에 붙었다.
 지난 연말, 시내버스 전면개편을 알리는 글이 버스에 붙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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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내버스 노선이 전면적으로 개편된 지가 지난 연말쯤이었다. 두어 달이 지나는 동안 버스 정거장에서는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의 불만이 자주 터졌다. 어르신들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원~ 지럴허구 잘 댕기는 버스길을 바꿔났어 그래."
"내가 00버스를 타면 한번이먼 가는디, 길을 멫번씩 타라구 그랴~. 길을 바꿔농께 엄청 불편시러."

노선이 개편되기 전에는 한 시간(60분)안에 환승 할 수 있었고, 개편 후에는 한 시간 20분(80분)까지 환승할 수 있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한번에 갈 수 있는 길을 두 번에 나누어 타는 것은 번거롭다.

새로 바뀐 버스 노선특징의 하나는 노선의 길이가 짧아졌다는 것이다. 빙 돌거나 주요 도로가 아닌 곳으로 가는 길은 빼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버스의 외부 색깔이 빨간색과 파란 색으로 바뀐 것이다.

색이 바뀐 버스를 타보면, 새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이전에 타고 다니던 입석버스에 도색을 한 것이 대부분이다. 겉으로 보면 산뜻한 새 차이건만, 안에 들어가서 보면 노선이 바뀌기 이전의 버스이다.

최근에 정비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산다. 4대강을 정비하고 방만한 운영을 정비하고, 방송법을 정비하고, 인터넷공간이 어지럽다고 정비하겠다고 달려든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 사방에 널린 것이 정비할 것투성이인 것만 같다.

최근에 바뀐 대전시내버스 노선안내지(왼쪽 아래)와 지난 연말에 나온 개편된 노선안내지. 시민들은 두가지 버스노선을 참고해야 한다.
 최근에 바뀐 대전시내버스 노선안내지(왼쪽 아래)와 지난 연말에 나온 개편된 노선안내지. 시민들은 두가지 버스노선을 참고해야 한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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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바뀐 버스노선에 얼추 적응될 무렵 다시 조정된 버스노선안내지가 새로 나왔다. 지난 2월 말쯤에 나온 버스노선으로 나는 한번에 갈 수 있는 곳을 중간에 환승해서 가야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704번을 타면 신성동작은도서관까지 한번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노선개편 시행 이후 다시 부분 정비된 704번 버스를 타고 한번에 갈 수는 없게 되었다. 길이 불편하니 내 입에서도 '어르신들의 불만소리'가 고스란히 나온다. 

전 세계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대중교통의 숫자를 줄이고 돌아서 가는 길을 줄여서 서민들의 발을 깡똥하게 뚝 잘라 정비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승용차들의 숫자를 줄이고 걸어서 가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자전거도로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정비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길이란 곧장 가는 길도 있지만, 돌아서 가는 길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돌아서 가는 길목굽이마다 우리 서민들이 살고 있다. 대중교통은 더욱 섬세하게 그 길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길을 확 줄여서 운행시간과 노선을 줄였다. 이것이 시민의 교통을 헤아리는 버스노선정비인지 의아스럽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시내버스,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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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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