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얼음 녹듯이 햇살이 스르르 풀리는 한낮, 모처럼 양산 천변 둑길로 나갔습니다. 며칠 동안 다시 겨울이 오려나~생각할 정도로 조석으로 추웠습니다. 얼음처럼 차갑던 아침이 지나고 한낮의 햇살이 온누리에 번지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둑길 산책도 할 겸, 쑥도 캘 겸해서 집을 나섰답니다.

 

언제부터 와 있었던 것일까요?! 둑길 근처에는 예서 제서 쑥을 캐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지 바른 둑길 아래 풀밭에 자리를 깔고 앉은 남편은 가져온 책을 펼쳐들고서 독서삼매에 빠져들고, 저는 봄이 오는 기척이 들리면 들로 나가 쑥을 캐곤 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쑥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쑥을 캐며 어린시절을 떠올리니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여기저기 멀찌감치 떨어져서 쑥을 캐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쑥을 캐는 데 집중해 있는 듯합니다. 벌써 제법 많은 양의 쑥을 캔 사람들이 보입니다. 넓고 넓은 양산 천변, 그 긴 둑길 아래서 봄 햇살의 일렁임 속에서 쑥을 캐고 있습니다. 아니 봄을 캐고 있습니다. 저들도 쑥을 캐고 집에 돌아가서 오늘 저녁 식탁 위에 봄으로 식탁을 입히고 봄향기를 전하겠지요.

 

 

한참을 쑥을 캐고 있는데 옆에 다가온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옵니다. '좀 많이 캤수?' '아뇨, 얼마 못 했습니다. 많이 캤습니까?' 하고 보니 쑥을 넣은 봉지가 불룩합니다. '어머, 많이 캐셨네요.' '쑥국을 끓일 줄 아나보네, 쑥을 캐는 것보니.' '예, 어릴적에 시골에서 자라서 봄이면 쑥을 캐곤 합니다. 쑥버무리나 쑥국 정도는 끓일 줄 압니다'하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더 맛있게 쑥국을 끓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좋을 정보를 주시네요. 고맙기도 하여라. '부산에서도 여기까지 쑥캐러 오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합니다. 전철을 타고 내리면 바로 양산천변이니, 어르신들께서는 차비를 내지 않으시는데다 바람도 쐴 겸해서 전철을 타고 온다는군요. 새삼스럽게 내가 사는 이곳에 봄을 캘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봄이왔습니다. 양산천변에도 봄이 당도했습니다. 쑥캐러 오세요. 봄을 캐러 오세요.


태그:#양산천변, #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