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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뿔이 났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겠다"고 하고, 곧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반대한다"고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 "오바마 정권, 대북 정책 있긴 있나"

 

<조선일보>는 31일자 '오바마 정권의 대북(對北)정책이 정말 있긴 있는가"라는 사설에서, 게이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 강력한 예방외교로 위성 발사를 막거나, 아니면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규범이 엄존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당수 한국인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반도의 남·북쪽과 모든 국제사회에 '미국도 별 수 없다'는 인식을 퍼뜨리게 될 것이고, 근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관한 의문과 혼란을 확산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사설은 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큰 테두리가 아직 행정부 내에서도 뚜렷이 형성되지 못한 단계"라면서 "4월 2일 런던 한미정상회담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면 조속히 다른 기회를 마련해서라도 필요한 합의와 방략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북한의 공갈외교에 일희일비하며 끌려 다니는 일이 끝없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1면의 관련기사에서도 "북 의도대로 끌려가는 '미사일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한미 양국은 이전의 강경대응 방침에서 점차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 "미국 대응자세 믿음직하지 못해"

 

<중앙일보>도 같은 날 "북한 미사일 우리 나름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사설에서 "국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결국 북한 미사일 발사는 기정사실이 돼 버렸고, 한·미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사설은 "게이츠 장관과 이 대통령의 발언이 동시에 나온 것을 보면 한·미 양국의 공조가 긴밀히 유지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면서 "그러나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그랬듯이 그때그때마다 입장을 바꾸는 미국의 대응 자세가 믿음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혀,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막연히 한·미동맹을 언급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미사일방어(MD) 계획 참여문제도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MD가입에 대한 선동이다.

 

주필을 지낸 문창극 대기자도 '미사일을 이기는 힘'이라는 칼럼에서 "햇볕정책과 6자회담은 이미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좀 더 담대하게 북한에 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비를 늘려 미사일 방어망도 만들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부에 MD와 PSI에 모두 가입하라는 강경한 주문을 한 것이다. 

 

<동아> "사실상 북한도발 용인"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北 미사일 도발에 미리 면죄부 주려는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 반대' 발언에 대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대응카드를 사용하지 말자고 했으니 사실상 북한의 도발을 용인하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쏘아붙였다. "애초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이어 "한미가 미사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북에 힘을 실어주는 어이없는 공조(共助)를 한 셈"이라면서 "군사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에 대한 허가장을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북한은 이제 마음 편하게 도발을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썼다.

 

사설은 또 "이 대통령은 남북 공존을 위해 강경대응이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어제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명을 억류했다"면서 "북한의 도발과 협박에 놀라 양보를 거듭하는 무른 자세로는 국민과 국가를 보호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북강경론'의 한 축이었던 이들의 원망과 달리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이미 예고돼온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라인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담당자들로 채워져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보즈워스는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해 과잉대응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김정일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미국의 정보관련 기관을 총괄하는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우주발사체'"라고 말해, 이미 요격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적도 있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의도를 수용하지 않는 국면에서, 현역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발언이 자유로운 아서 브라운 전 오바마 인수위 정보기관 인수팀장(전 CIA 동아시아 담당 국가안보관)이 방한해 "이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안 나서면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 직행한다", " 대포동2호는 전쟁에 적합한 미사일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보고 싶은 것만 봐온' 조중동... 아무런 '대북 지렛대' 없는 정부

 

이 대통령의 의견 표명 역시 상당 부분 예견된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대북정책의 기조변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미국과 코드를 맞추겠다는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흐름과 달리 한국과 일본만 강경분위기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인공위성 발사 이후에도 북한은 서해NLL(북방한계선)에서 추가압박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런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데 현실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북한미사일에 대한 군사 대응 반대" 발언은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영역이 거의 없다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쓴 것처럼 "한국은 미국만 쳐다볼 뿐, 현실적으로 사용할 지렛대라고는 전혀 없는 실정"이 됐다.

 

"PSI 전면참여 같은 강경론만 앞세우면서 대북 식량ㆍ비료 지원 같은 수단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후 북미직접대화-6자회담 국면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중동이 계속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이후로도 기대와 현실이 불일치하는 현장을 목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태그:#이명박, #로버트 게이츠,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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