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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길에 난 인도 겸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참 이채롭습니다.
 논둑길에 난 인도 겸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참 이채롭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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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에서 갯골생태공원을 지나 물왕저수지까지 15Km정도의 여행길입니다.
 전철 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에서 갯골생태공원을 지나 물왕저수지까지 15Km정도의 여행길입니다.
ⓒ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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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웨이(Green Way)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만든 인도 겸 자전거 도로로 갯골생태공원에서 연꽃마을(혹은 관곡지)을 지나 물왕저수지까지 이어진 7.5Km의 길입니다. 거리도 너무 힘들지 않게 적당해서 자전거 타고 가기에 좋고 무엇보다 주변의 논밭과 저수지에서 풍기는 기분좋은 자연의 느낌이 참 좋은 곳입니다. 한강 르네상스 개발로 흐르는 강물외에 모든것이 도시화, 인공화 되는 한강 자전거길과는 사뭇 다른 자전거길이죠.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게는 많이 알려진 길이지만 이 그린웨이에 찾아 가려면 오랜시간 장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 고수나 집이 가까운 사람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길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4호선 전철 종점역인 오이도역에서 그린웨이가 가깝다는 것을 발견하고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도상에서 거리를 재보니 오이도역에서 그린웨이가 끝나는 물왕 저수지까지 15Km정도 되니 적당하네요.

애마를 접어 전철에 싣고서 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에 내려서 월곶포구 방향으로 달려 가자니 자전거도로가 나타나 기분좋게 탑니다. 새로 생긴 자전거 도로인지 깔끔하게 닦인 길 양쪽엔 벚꽃나무까지 심어져 있어 봄날의 라이딩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너른 갯벌에 철퍼덕 주저앉은 배들이 재미있는 월곶포구를 지나자 자전거 도로는 끝나고 맨우측 갓길에 바짝붙어 차들과 함께 도로를 달립니다.

이제 갓길 주행의 두려움은 없어지고 있으나 요즘엔 새로운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바로 갓길에 떨어진 작은 못이나 깨진 유리같은 각종 쇠붙이들이 그것인데 운이 없으면 잔차 타이어에 박혀 그만 펑크가 나기 때문이지요.

자전거 여행이 끝날때 그런 펑크가 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창 달리는 여행길에 그런일이 생기면 바람빠진 타이어처럼 그만 기운이 빠집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길에는 펑크에 대비한 몇가지 물품들도 지참하고 구멍난 자전거 타이어를 때우는 방법도 숙지해야 한답니다. 그런 지뢰(?)들이 널린 갓길을 조심조심 달리며 나아가다 다행히 넓은 인도 겸 자전거도로가 나와 바로 올라 탑니다.

오이도역에서 나오면 금방 만나는 자전거 도로가 반갑습니다. 이길을 따라 오이도, 시화호를 향해 달려가는 자전거인들이 많습니다.
 오이도역에서 나오면 금방 만나는 자전거 도로가 반갑습니다. 이길을 따라 오이도, 시화호를 향해 달려가는 자전거인들이 많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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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로 생긴 넓은 갯벌위 배들과 아파트들이 이색적인 월곶포구의 모습입니다.
 썰물로 생긴 넓은 갯벌위 배들과 아파트들이 이색적인 월곶포구의 모습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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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과 갈대들의 모습이 원시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갯골생태공원은 그린웨이의 시작길입니다.
 갯골과 갈대들의 모습이 원시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갯골생태공원은 그린웨이의 시작길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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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가 점점 줄어들고 지나가는 차들도 한가해질무렵 저 앞에 그린웨이를 알리는 팻말이 반갑게 손을 흔드네요. 그린웨이의 시작인 갯골생태공원을 찾아 조용한 동네길 사이로 지나다가 일반 가정집 지붕에 왠 예수님상이 서있길래 다시 쳐다보니 소박한 성당입니다. 이런 성당은 왠지 들어가보고 싶기도 하고 목마른 물통도 채우고자 문 활짝 열린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물을 마시려면 식당에 들어가보라는 어느 직원분의 말에 물통을 들고 식당까지 갔더니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에 수녀님을 포함해 사람들이 많이 계시네요. 저도 이른 아침밥만 먹고 여태 자전거를 타고 왔던지라 식당에 들어서니 배가 고팠지만 차마 밥달라고는 못하고 식당 아주머니께 물 좀 주세요 합니다.    

하지만 배고픈 저의 표정을 눈치 채셨는지 아직 식사 안했으면 밥먹고 가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어쩔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분들도 먹고 가라는 표정이시네요. 자전거 여행자는 열심히 페달질을 하느라 늘 배가 고플것이라는 선입견은 맞는 얘기입니다. 밥그릇을 싹싹 비우며 고맙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수녀님과 신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자니 작고 수더분한 동네가 더욱 정겹게 보입니다.  

갯벌사이로 생기는 넓고 깊은 골이 주변의 갈대들과 어우러져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갯골생태공원에 도착합니다. 예전 이곳이 공원으로 유명해지기 전에는 넓은 염전과 소금이 하얀 쌀같이 쌓여있던 소금창고도 있고, 갯골에 사는 빨간 앞다리를 가진 농게들과 크고 작은 물새들로 참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소금창고는 남아있어 시민들에게 염전 체험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갯골과 갈대밭에는 나무 산책로가 이어져 저멀리 갯골과 갈대밭 한가운데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갯골생태공원을 나오면 바로 논둑길로 물왕저수지까지 이어지는 그린웨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한강자전거길이나 여러 섬의 자전거 일주도로도 달려 보았지만 이런 논둑길에 난 자전거 도로는 참 이채롭습니다. 한쪽엔 봄을 맞이하는 논밭이 점점 파릇파릇해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저수지로 가는 하천이 살랑살랑 흐르고 있습니다. 혹시나 그린웨이 때문에 논일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주위를 둘러 보았더니 기존 논둑길은 따로 있어서 그 길로 경운기나 농부님의 차들이 다니고 있네요.

길가에 무수히 피어난 제비꽃의 보라색도 참 곱고 자전거 타다 말고 내려서 쑥을 캐는 라이더들도 많습니다. 하천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어 저도 당장 내려서 신발을 벗고 물에 풍덩 들어가고 싶네요. 하얀색 정장을 빼입고 긴 부리로 물고기 낚시중인 백로들이 부럽습니다.

그린웨이는 해마다 여름이면 피어나는 화려한 연꽃들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연꽃마을 (또는 관곡지)도 지나갑니다. 위 지도상에 연꽃테마파크라고 써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몇년전부터 사진가들에게도 유명해진 출사지랍니다. 지금은 연꽃밭에 줄기만이 남아 있지만 곧 피어날 연꽃들을 보기 위해 이 논둑길을 또 달려와야 겠네요.

전국을 잇는다는 자전거 도로 사업같은 거창한 일도 좋지만 경기도 시흥시처럼 먼저 이렇게 동네에 좋은 자전거 길을 만드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것을 정말 거창하게 얘기하면 자전거 인프라 구축이라고 하지요.

그린웨이는 지금 봄의 기운이 완연한 시골길이며 멋진 자전거길입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경기도에서 이런 싱그러운 논둑위 자전거길과 봄의 정경을 만난다는게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겨울엔 삭막하기 그지 없었던 그린웨이는 봄이 오면 이렇게 달라진답니다.
 겨울엔 삭막하기 그지 없었던 그린웨이는 봄이 오면 이렇게 달라진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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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모님을 자전거에 태우고 논둑길위를 달려가는 농부님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네요.
 농모님을 자전거에 태우고 논둑길위를 달려가는 농부님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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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에 산다는 빨간 앞발을 지닌 귀여운 농게가 길 안내를 하네요.
 갯골에 산다는 빨간 앞발을 지닌 귀여운 농게가 길 안내를 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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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그린웨이 중간엔 매점이 없으니 물을 충분히 가지고 가야 합니다.



태그:#그린웨이, #경기도 시흥시 , #갯골생태공원, #물왕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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