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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 핵을 찌르는 명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그중에는 정치인도 있고, 경제인도 있고, 예술인도 있고, 부자도 있고, 거지도 있고, 노인도 있고, 어린애도 있고, 또래 나이 동무들도 있다.

 

우리는 이처럼 사회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쓰는 말투가 조금씩 달라진다. 어디 그뿐이랴. 때와 장소, 환경에 따라서도 꼭 같은 말투를 쓰지 않는다. 분위기에 따라 농이 담긴 말투로 상대편과 주변 사람들을 웃겨야 할 때도 있고, 조용하고 묵직한 말투로 상대편과 주변을 엄숙한 분위기로 몰고 가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회적 지위나 나이, 한순간 분위기를 잘못 파악해 말을 잘못 내뱉게 되면 상대편 입장과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도 망신살이 뻗칠 수 있다. 하지만 상대편과 한순간 분위기를 잘 파악하여 말을 조리 있게 잘 이끌어 나가면 존경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았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21세기 들어 스피치가 중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죽했으면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스피치를 잘하는 까닭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말까지 떠돌겠는가. 스피치,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두 분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다. 두 분은 툭 하면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내뱉어 수많은 말총을 받기도 했다.

 

사느냐 죽느냐 스피치가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작품 '햄릿'에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 마감성은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사느냐 죽느냐 스피치가 문제로다'. 우리는 지금 무한도전의 시대, 아니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피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들어가는 말' 몇 토막  

 

"향기로운 꽃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 듯, 말 잘하는 사람에게 부와 명예와 사랑이 따른다"고 말하는 개그맨 마감성. 경인방송 I-FM '마감성의 달리는 인생택시' DJ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마감성이 화술서 <입뒀다 뭐하냐!>(도서출판 선)를 펴냈다. 이 책에는 오바마, 간디, 처칠, 김제동, 유재석 등 48명이 들려주는 화술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파도처럼 말하라, 사투리를 스피치의 장점으로 만들어라, 청중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해라, 패션은 스피치의 날개다, 누구나 떨린다, 암기하지 마라, 콤플렉스를 사랑하라,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 웃으며 말하라, 책과 신문에 스피치가 보인다, 유머를 사용하라, 때론 짧고 강하게 말하라 등 50여 편이 그것.

 

마감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다"라며 "나는 수업시간에 궁금한 게 있어도 쑥스러워서 선생님께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친구들 앞에서도 노래는 고사하고, 자기 소개하는 것도 부끄러워했다"고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이 책을 펴낸 마감성은 언제부터 스피치를 잘하게 되었을까.

 

 

김제동보다 작은 눈 때문에 늘 콤플렉스에 시달려

 

"나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서 힘들었다. 김제동보다 작은 눈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소극적이고 말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 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자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래서 개그에 도전했고, 자연스럽게 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생겨 스피치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마감성은 눈이 아주 작다. 얼마 전 인사동에 있는 한 주점에서 이 책을 펴낸 출판사 김윤태 대표, 개그맨 고혜성과 함께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작은 눈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정겨워 보였다. 그때 글쓴이가 그에게 "생각보다 그리 작은 눈은 아닌데요?"라고 말하자 그는 더욱 활짝 웃으며 "저보다 작은 눈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학창 시절 말이 없는 얌전한 학생이었다. 그는 눈이 작다는 콤플렉스 하나 때문에 남들과 사귀기를 꺼려했고, 남 앞에 나서기는 더욱 싫어했다. 오죽했으면 작은 눈 때문에 26살 때까지 마음에 쏘옥 드는 여자가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홍어도 아닌데 속으로 삭이기만" 했겠는가. 

  

그런 그가 스피치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많은 무대에서 그 책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스피치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 실천한 그 스피치 덕분에 지금은 어엿한 개그맨이 되어 있고, 이번에는 스피치에 따른 책까지 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되다)란 말이 미안할 정도다.

 

"사투리 때문에 남 앞에 서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강호동, 김제동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만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MC가 되어 있다. / 방송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준말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경상도 사투리가 오히려 그들의 매력으로 승화됐다."-28쪽, '사투리를 스피치의 장점으로 만들어라' 몇 토막

 

눈이 작다는 콤플렉스 하나 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했던 마감성. 그는 말한다. 콤플렉스를 나만의 매력으로 승화시키라고. 그렇다. 만약 경상도 출신인 강호동, 김제동이 억지로 표준말을 쓰면서 방송을 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억센 억양과 톤 때문에 사투리를 고치기 가장 어려운 말투가 경상도 말투 아니던가. 

 

마감성은 "그들에겐(강호동, 김제동) 사투리가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듣는 사람이 사투리를 받아들이는 이미지는 소박, 성실이라고 하는 호감"이라며 "사투리를 쓰면 좋은 점이 같은 고향 사람들이 당신이 말할 때 강한 향수를 느껴 당신의 스피치에 열심히 호응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곧 사투리를 고치기 힘들면 차라리 스스로 매력으로 만들어 버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빠르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까지 그대로 쓰라는 말은 아니다. 콤플렉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누구나 콤플렉스 하나쯤 가지고 있다. 이 콤플렉스도 고치기 어렵다면 스스로 매력으로 만들어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실수투성이였던 국민MC 유재석, '실수어록' 김흥국

 

"대한민국 국민MC 유재석도 10년 전에는 실수투성이였다. 유재석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KBS연예가 중계> 리포터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유재석은 지금의 노련한 진행 솜씨는 온데 간데 없고, 실수 연발에 진땀을 빼는 풋내기에 불과했다." - 102쪽, '실수투성이 국민MC 유재석' 몇 토막

 

그때 유재석은 첫 번째 소식과 두 번째 소식을 섞어서 전달하는 실수를 했다. 첫 번째 소식과 두 번째 소식을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으로 만들고 만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문화관광부'를 '문화공보부'라고 말해 진행자였던 임백천씨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실패와 실수를 딛고 대한민국 국민MC가 되어 있다.

 

방송에서 실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호랑나비 김흥국이다. 마감성은 "그는 '김흥국 실수어록'이 나올 정도로 정말 많은 실수를 저지른 분이지만 지금도 당당히 라디오DJ뿐 아니라 각종 오락프로그램 섭외 1순위"라고 말한다. 그는 "실수를 많이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더 좋아하게 된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 잠깐 김흥국 '실수어록'을 슬쩍 들춰보자. 김흥국은 신청곡 '철없는 아내'를 전하며 "이번에 들으실 곡은요. '털없는 아내'. 노래 제목이 뭐 이래~ 으아~". 김흥국은 이승복 어린이를 이승만으로 착각한 때도 있었다. "네덜란드에는 손가락 하나로 나라를 지킨 소년이 있었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소년이 있죠. 이승만 어린이. 으아~"

 

개그맨 마감성이 펴낸 <입뒀다 뭐하냐!>에는 자신과 대한민국 으뜸 화술가, 지구촌 으뜸 화술가 48명의 화술 스타일과 일화, 숨겨진 이야기가 촘촘하게 실려 있다. 이 책은 각계각층에서 부와 명예와 사랑을 거머쥐기 위해 스피치 대통령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지름길로 이끄는 길라잡이다.

 

국회의원 박민식은 "수많은 유세장을 다니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했었지만 매번 단상을 내려올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라며 "이 책을 만난 뒤부터 이젠 그럴 일이 없을 것같다. 다른 의원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책"이라고 평했다. 컬투(정찬우, 김태균)는 "우린 안 볼 거다~ 우린 말을 잘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개그맨 마감성은 2003년 SBS 공채 7기 개그맨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SBS 웃찾사 '피곤한데' '황당 그것이 알고 싶다', MBC 개그야 '깔깔이' '개그신인왕전' 등에 출연했다. 개그맨 조원석의 앨범 타이틀곡 '고독한 남자'를 작사하기도 한 그는 지금 라디오 itv-FM에서 '마감성의 달리는 인생택시' DJ로 활동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입뒀다 뭐하냐! - 개그맨 마감성의

마감성 지음, 선(2009)


#개그맨 마감성#입뒀다 뭐하냐!#도서출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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