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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법무팀장 출신으로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경영권 편법  승계 문제를 직접 제기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타락과 오염이 더 심해졌다'고 검찰과 사법부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법관 자격이 없는 신영철 대법관이 자리를 지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며 삼성사건까지는 하고 나가는 것이 본인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막까지 큰일을 했다고 비꼬았다.

 

김인국 신부는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변상욱입니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검찰과 법원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을 맹비난했다.

 

먼저 '법정에 가기 전 무죄를 예상했느냐'라는 질문에 김 신부는 "법관들이 입장할 때 그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립하는 것은 법관이야말로 법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존경하는 뜻으로 기립하는 건데, '역시나'였다"는 말로 대신했다.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주류사회의 안정성과 견고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끼리, 잘난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기 위해 서로 봐주고 도와주고 눈감아주는 시스템이 완결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신부는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와 자주 연락을 한다는 그는 "(김 변호사가) 별도로 얘기를 하지 않더군요. 왜냐면 이런 식으로 끝날 거라는 건 검찰이 예고했고, 특검이 예고했고, 1·2심 판결이 예고했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5명이 유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그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불법성, 이게 정말 누가 봐도 부끄럽기 때문에 이런 일을 기안할 때 삼성 구조본 내부에서 논란이 굉장히 많았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김용철 변호사도 극구 반대했고 그리고 조준웅 특검도 삼성 비리의 전모를 밝히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음에도 이걸 그냥 놓고 넘어가면 나중에 역사에 창피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기소한 것"이라며 "이 사안이 6:5로 나왔다는 것도 마음으로는 삼성 편을 들고 싶어도 안 되는 일이니까 다섯 표나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신부는 특히 "판결하는 자리에 대법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분이 한 분 앉아있었다"며 "신영철 대법관이 국민여론을 생각해서 겸손하게 자기 자리를 비워두고 나갔더라면 5:5라는 결과라도 나왔을 텐데. 이런 점에서도 그분에게 큰 책임을 묻고 싶다"고 신 대법관을 정조준했다. 신 대법관은 무죄 의견을 냈다.

 

사회자가 "여러 가지 압력이나 국민의 불신이 쏟아지는데도 (신영철 대법관이) 자리를 지킨 것은 '마무리 지을 이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말하자, 김 신부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분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까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것(삼성사건)까지는 하고 나가는 것이 본인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결과적으로는 마지막까지 큰일을 했다"고 신 대법관을 비꼬았다.

 

김 신부는 "이 문제를 제기한 주요동기 중 하나가 자본권력이랄까, 금력에 의한 국가 권력기관의 매수·오염·타락현상을 심각하게 봤기 때문인데, 검찰에서 특검으로, 특검에서 법원까지 오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이런 타락과 오염을 극복하고 자정과정을 거쳐서 본래의 권력기관들이 권고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더 심각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삼성 무죄 사건과 박연차 회장 수사에 대해서도 김 신부는 "검찰의 두 가지 얼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는 자기 범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나부터 구속하라, 우리 후손들이 사는 세상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절박한 충정 때문에 자기고백 및 증언에 나선 건데, 김 변호사의 경우 자신을 수사하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외면해 버리고, 그의 증언을 철저히 무시하고, 오지 말라고 했다"며 "그런데 박연차 회장의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증언에 의지해 일을 무리하게 풀어나갔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보면 검찰이 옛날에 스스로 자조적인 표현으로 '우리는 뭐뭐다, 물라고 하면 물고 놓으라고 하면 놓을 뿐'이라고 하는, 오죽하면 그런 고백이 나왔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물론 평검사들은 강직하고 능력 있겠지만, 그러나 검찰 상층부의 오염 때문에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장래에도 희망이랄까, 긍정의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검찰 수뇌부를 겨냥했다.

 

김 신부는 끝으로 "정말 훌륭한 기업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기업 총수일가들의 부정과 부패를 지적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처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화를 요구했다는 걸 생각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정신, 그런 기대를 가져본다"고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인국 신부, #김용철, #신영철,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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