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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6월정신으로 4대강사업 반드시 저지해야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빈대라는 놈은 매우 영악하여 불을 지피자 다른 곳으로 도망쳐버렸다. 집주인은 불을 지피면서도 초가삼간 태워 빈대를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불을 질러야 했을까.

 

이명박 정권은 출범하면서부터 시장원리를 강조하며 기업중심주의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반도대운하, 수도사업민영화다. 물론 미국산쇠고기전면수입도 그런 맥락에서 추진된 면이 있다.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서울광장 촛불의 함성 속에서도 예의 그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작전으로 미국산쇠고기전면수입정책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한 한반도대운하사업은 좌절됐다. 그냥 밀어붙이면 되겠지 하고 시작한 건설마피아들의 허술한 논리가 국민들의 상식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다. 수도사업민영화도 엄청난 이권이 걸린 사업이다. 절대적 가치를 가진 '먹는물' 사업을 민간기업에 매각할 경우 국민들의 반응은 미국산쇠고기 파동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래서 이 정책은 슬거머니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성급한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녹색뉴딜'이란 해괴한 용어로 한반도대운하를 포장했다. 그리고 '4대강 정비사업' '4대강 살리기사업'이란 가면을 씌워 세상에 내놓았다. 이미 많은 작업을 거친 뒤였다. 그동안 각종 대형 국책사업에 면죄부를 줘왔던 전문가들은 앵무새가 되어 '강을 살리자'는 저급한 환경구호를 외쳤다.

 

국민들은 강을 살려야 한다는 그들의 구호에 헷갈려 했다. 강은 죽었고, 물이 부족하다는 말만 들어온 터였으므로 정부의 발표내용에 대체로 동의하는 국민들도 상당했다. 국민들은 그간 각 지자체가 충실하게 진행해온 하천복원사업의 단맛에 젖어 있다. 둔치에 주차장도 만들고, 체육공원에 지압보도도 만들었다. 4대강사업도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한때 환경단체들은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종용했었다. 많은 하천들이 옷을 갈아입었다. 청계천도 그런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생태도 없는 복원사업이 생태라는 허울을 쓴 채 다른 형태의 개발사업이 되어버렸다. 토건세력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만들어준 꼴이다. 안타깝게도 하천복원사업이 4대강사업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꼴이다.

 

그러나 4대강사업은 국민들의 순수무구한 생각과는 달리 한반도대운하의 변종이다. 예산은 당초 한반도대운하보다 엄청 늘어났고, 16개의 보를 설치하는 것도 한반도대운하계획과 일치하고, 5억7천만 톤의 토사준설량을 4대강에 적용하면 평균수심 6m를 갖추게 되어 운하에 손색이 없다. 보에 갑문을 설치하고, 백두대간에 연결터널을 뚫으면 그대로 운하가 되는 것이다.

 

도로공사 포화상태, 대형댐 건설 어려움...건설경기 이끌 소재는 '강'?

 

4대강은 살아있다. 지난 1998년 수자원장기종합개발계획이 발표되었다. 전국에 12개의 다목적 댐을 건설하겠다는 골자의 국가계획은 곧 전국적인 댐 건설예정지역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낙동강유역은 특히 더했다. 정부합동 물이용조사단이 구성되고, 1년에 걸친 조사결과 댐 건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동안 수량중심정책을 펴던 정부도 마침내 수질관리로 방향을 틀었다. 4대강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유역 주민들께 물이용부담금을 준조세형태로 부과하고, 그 재원을 상류지역에 집중 투입하여 수질을 관리하는 정책을 편지 5년이 흘렀다. 그 결과 낙동강 부산시 취수원이 자리하고 있는 물금지역 2008년 연평균 수질은 BOD기준으로 2급수 한계치인 3ppm을 밑돌았다. 강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건설마피아들은 초조해졌다. 호시탐탐 강을 노리고 있었다. 도로공사도 포화상태로 흘러가고, 대형댐 건설도 벽에 부닥치고, 조성된 공단도 입주가 잘 되지 않고, 간척사업도 만만치가 않으니 건설경기를 호황으로 이끌 소재가 필요했다. 그것이 강이었다. 그래서 국토해양부도 국가하천비율을 기존 7%에서 40% 이상 늘리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저들 입맛대로 하려면 국가하천비율이 늘어야 했다.

 

하천에 포클레인을 넣으려면 강은 죽어야 하고, 강물은 오염되어야 했다. 강물이 깨끗해지면 안 되고, 수질이 나아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그들은 강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낙동강에 수질사고를 일으켰다. 1-4 다이옥산사고가 여론을 뒤흔들었다. 소규모 페놀사고도 일어났다. 물론 상수원수로 쓰는 강의 수질사고에 경중을 따져서는 안 되겠지만 여론은 표독스럽게 낙동강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때마침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를 농락하면서 국민에게 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민주주의를 압살해도 이 정권에 표를 줄만한 그 무엇이 필요했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했다. 유류세환급금과 기초노령수당 등 푼돈으로 연명해오던 인기를 다음 대선까지 이어가려면 그때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했다. 돈을 풀어 국민들을 현혹시키려면 4대강사업밖에 없었다. 그 결과 당초 한반도대운하보다 규모를 키운 4대강사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대운하 예산 14조원보다 60% 이상 늘어난 22조2천억 원, 연계사업에 4대강 유역종합치수계획사업까지 합치면 30조원을 훌쩍 넘길 사업이다. 어디 그뿐인가. 역대 시행된 대형국책사업은 온갖 설계변경을 통해 당초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서야 종결되었다. 그것이 국책사업의 관례다. 그래서 이 사업의 전체 예산이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온 나라에 돈을 풀면 정권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사업규모를 늘렸고, 4대강에 섬진강을 더했으며, 주요한 지천까지 이 사업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4대강사업권역에 들지 않는 지역이 별로 없도록 했다. 어디 그뿐인가. 건설회사 CEO다운 발상으로 검은 돈을 마구잡이로 걷어 들일 수 있도록 사업시행방법에 반칙을 허용해 주었다.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매표를 해온 한나라당 정권의 속성을 그대로 살려가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의 화두인 '민주주의'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처럼 거대한 국책사업으로 민심을 전환하려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노림수다. 오직 돈으로 민심을 사려는 저질정치, 꼼수정치의 표본이다. 그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많다. 검찰을 쥐고 흔든 작금의 사건 이외에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들어오고, 제2롯데월드가 진실을 토해내면 이명박 정권의 말로가 뻔히 보인다. 이런 형국 앞에서 정권재창출에 모든 것을 걸지 않을 수 없다.

 

4·19이후 50년 동안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 국민은 험한 고행의 길을 걸어왔다. 가시밭길, 돌밭길을 헤쳐 왔다. 우리의 길을 가로막은 것은 때로 사나운 총칼도 있었지만 건설마피아들의 사탕발림정책이 큰 역할을 해왔다. 88고속도로와 새만금사업에서 이미 확인되기도 했지만 선거 때마다 불어닥친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국토종합개발계획'은 양심과 정의, 민주주의를 갈구해온 시각과 행동을 저급한 경제논리로 짓밟은 예다.

 

빈대가 살아 도망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는 그들이다. 국가권력을 쥐려는 그들에게 정성들여 세운 민주주의의 기둥과 써까래는 빈대보다 못한 것일 뿐이다. 국토와 국민의 안녕과 평화는 강 건너 불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되찾고, 빼앗긴 광장과 자유를 품으려면 이명박 정권의 재집권창출 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계획을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 길고, 지루하고,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모두가 '6월정신'으로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


태그:#4대강사업, #민주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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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 기슭으로 귀농하여 농부가 되었다.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틈틈이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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