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은주 요리강사
▲ 김은주 김은주 요리강사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하하~ 제가 조금 늦었죠? 아침부터 이곳저곳에 들러 요리 재료를 준비하느라 바빴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파를 들고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 흠칫(?) 놀랐으나, 곧 요리수업이 시작된다는 사실에 빨리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곳은 전주 시내의 한 대형마트 내 문화센터. 그리고 아침부터 재료 구입에 정신이 없었다는 그녀는 이곳 전주 한 대형마트 내 문화센터에서 요리교실을 맡고 있는 요리강사 김은주(42)씨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요리강사의 전공은 전자계산학?

김은주 요리강사가 이곳 문화센터에서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6월. 올해로 3년째다. 물론 그전에도 요리학원에서 꾸준히 요리를 가르쳐왔다. 1998년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 벌써 요리강습 경력만 10년이 다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전공이 식품영양이나 혹은 요리와 관련된 학과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녀의 대학시절 전공은 사실 요리나 음식과는 전혀 무관한 전자계산학이었다.

"사실, 요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6년 전에 첫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였어요. 아이의 100일 잔치와 돌잔치를 하는데, 시댁 어머님이 직접 양장피와 팔보채와 같은 음식을 차려주시더라고요. 나가서 먹는 음식인 줄만 알았던 거를 집에서 하시는 거 보고 '아, 나도 해봐야 겠다'라고 생각을 한거죠."

김은주씨는 집에서 오븐으로 해 먹을 수 있는 제빵제과를 시작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요리학원을 다니며 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자계산학이 아닌 요리야 말로 자신의 적성임을 알게 됐다고.

"현재는 전주대 대학원에서 '전통요리'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요리를 하면 할수록 이게 내 길이다 싶어요. 현재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에요. 호호~"

요리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주부들
▲ 수업현장 요리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주부들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제철음식 활용과 '팁'이 있는 수업

현재 김은주 씨가 요리교실을 맡고 있는 문화센터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주부다. 그래서 김은주씨는 가정에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주로 가르치고 있다. 그 때문에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요리에 어떤 게 있냐는 질문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가정식을 주로 만들다 보니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요리는 사실 엄청나요.(웃음) 다만, 제 요리철학 중 하나가 '국적없는 음식을 요리하지 않는다' 이기 때문에 한식에 무게를 두는 편이죠. 음식의 깊이는 사실 한식에 대한 이해가 깊은데서 출발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한식을 '내 전문분야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한식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여름이건만 벌써부터 가을에 가르칠 음식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는 김은주 씨가 주부들에게 요리를 가르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제철음식의 활용. 집에서 계절별로 해먹고 남는 식재료를 활용해 다른 음식까지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 때문에 김 씨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와 대체가능한 양념 등을 수업 도중 계속 언급해줬다.

"우리나라는 4계절에 따라 나오는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이용해 해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엄마들에게 가르쳐 드리려고 해요. 그래서 엄마들은 제 수업을 '팁'이 있는 수업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뭐냐면 제가 한 가지 요리를 가르쳐 드리면 그걸 활용해서 서 너 가지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소스만 바꾸거나 재료만 바꿔도 다른 음식이 되는 것 처럼요."

"외식하면 원가가 떠올라 아깝다"

인터뷰 당일 날 수업시간에 만든 음시. '모듬야채키쉬'(위)와 '등심야채말이'(아래)
▲ 음식 인터뷰 당일 날 수업시간에 만든 음시. '모듬야채키쉬'(위)와 '등심야채말이'(아래)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한편,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하고 있다. 몇몇 음식점에서 음식물을 재활용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온 뒤에는 외식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직접 요리를 해먹는 요리전문가의 눈에는 이런 현실이 어떻게 보일까.

"엄마들의 관심이 대단해요. 경제가 어려워지고 또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다 보니, 주부들도 밖에서 모임을 하기보다는 집안에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도 관심이 높아지고요.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시는 엄마들도 그런 문의나 관심을 보여주시고요."

본인은 요리전문가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외식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 엄마들이 맛있는 집을 추천해 줄 경우 외식을 한다는 김은주 강사. 거기서 맛본 음식을 실제로 만들거나 수업으로도 활용하지만 역시 그녀에게 외식은 불편하다.

"왜냐면, 저는 음식을 딱 보면 원가 계산이 바로 이뤄지거든요. 얼마 들어갔는지 눈에 뻔히 보이는데, 비싸게 값을 지불해야 하면…. 물론 음식을 만드는 노동력과 음식점 임대료 뭐 이런 게 포함되다 보니까 그렇게 되겠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운거 잖아요. 그래서 밖에서는 음식을 못 먹겠더라고요."

"내 꿈은 요리외교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김은주 요리강사
▲ 김은주 요리강사 음식을 만들고 있는 김은주 요리강사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한 김씨 덕에 아이들 역시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왜냐면 김 씨 아이들의 도시락은 언제나 친구들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현장학습이나 소풍을 가면 친구들이 그런데요. '쟤네 엄마는 요리 선생님이라 도시락이 맛있어, 멋있어'라고. 그래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신경 써서 만들어주고, 또 여러 가지를 담아주기도 하죠."

이런 김씨에게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크게 세 가지 있다. 우선 요리책을 내는 것이다. 요리책을 내는 것은 김씨의 두 동서와도 관련된 일인데. 외국에서 사는 동서랑 이제 막 신혼이 된 동서들처럼 요리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두 번째는 요리로 돈을 벌어 연예인들처럼 기부를 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김씨 자신이 만드는 우리나라 일상 요리들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것이다.

"꿈이 조금 허황돼죠?(웃음) 사실, 요리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다른 나라 기관 같은 곳에 연계가 돼서 제가하는 요리를 강의하고 싶은 거죠. 자연스레 우리의 맛과 우리나라를 알리는 겁니다."

만든 음식만 멋진 줄 알았더니, 꿈까지 멋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수업의 요리는 '모듬야채키쉬'와 '등심야채말이'. 인터뷰라는 명목 덕분에 요리시식까지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요리, #요리강사, #요리수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