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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동부가 뭘하는지 통 이해가 안간다. 노동부 장관은 국회에도 불출석하는 3권분립에 도전하는 처사를 보여주고 있고, 입법부에서 쓰라는 정규직 전환자금은 안받겠다고 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해고 예측 뿐이다.

 

법 적용기간 전에 100만 명이 해고된다느니 해고대란이라느니 큰소리 뻥뻥쳤던 때가 좋았다. 막상 7월이 되서 뚜껑을 열어보니, 노동부가 기대하고 조장한 대량해고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조사가 안되서 그렇지 어디선가 해고되고 있을것'이란 주무부서로서 꺼내기 민망한 말을 늘어놓더니만, 그도 부족했는지 최후의 비기로 주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누기'를 동원한 해고 예측을 내놓았다.

 

노동부는 9일 언론사 논설위원들에게 점심을 사주며(이른바 오찬 간담회) "비정규직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적용돼 앞으로 1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가 하루 평균 2077명씩 75만8천 명이 해고될 것"이라는 괴문서를 내놓았다.

 

근거는 이렇다. 기간제 근로자수가 108만 명, 이중 무기계약 전환비율이 30%고, 전환이 안되는 비율은 70%, 즉 75만 명이 해고될 테니, 이것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2천 명씩 해고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만 나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나누기 신공'인데, 오죽 제시할 해고자 사례가 없으면, 행정고시까지 패스한 고급인력들이 이런 초딩적 산수를 기반으로 하는 자료나 뿌리고 있나 싶어 안스럽기도 하다.

 

이 초딩적 통계가 저지른 실수는 비교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주장인즉 비정규직 법이 적용되면 해고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하루에 2000명이라는 수는 분명 많은 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정규직법 적용으로 해고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비정규직법 적용 이전보다 해고가 많아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간제란 기간계약 즉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고된다는 계약을 맺는 노동자들이다. 노동부와 같이 '초딩적 나누기'를 해보자면, 비정규직법 적용 이전에는 정규직 전환 의무가 아예없었으니, 100만 명 나누기 365일 해서 대충 하루에 2600명 정도가 해고되었던 셈이다. 즉 비정규직 법이 적용되면 해고자가 하루에 2000명이 될 수는 있으나 이는 법 적용 전보다 줄어든 수치가 된다는 것, 비정규직법 적용이 줄이는 해고자 수가 하루에 600여 명이 된다는 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해고를 더욱 조장하고 해고 위기를 더욱 부풀리고 싶은 노동부의 눈에는 하루 2000명의 해고자만 눈에 들어왔겠지만, 정작 노동부가 제시한 저 통계에서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법 적용으로 '하루 600명의 해고가 줄어든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정규직 전환자는 32만5천 명으로, 하루 평균 890명, 월평균 2만7075명'이라는 것이다.

 

더욱 '희소식'은 노동부가 해고자 통계에 목메지 말고, 이 정규직 전환비율을 늘리기 위해 지원금도 만들고 기업도 독려하고 법도 보완하면, 이 해고자 수는 더더욱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노동부가 할 일은, 노동부 장관은 국회도 안 나가면서, 신문사 논설위원들 불러다가 점심 사먹이는 게 아니며, 더더욱 통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수치만 부풀려서 국민들을 속이는 일도 아니다. 지금 노동부가 해야할 일은, 노동주무부서로서 안정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덧. 점심 한 끼 얻어먹은 논설위원들의 논설과 사설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언론사 논설위원쯤 되시는 분들이 '초등학교 국어적 받아쓰기'를 할 것인가, '언론인적 비판'을 할 것인가를 지켜보자. 


태그:#비정규직, #비정규직보호법, #노동부, #한나라당, #해고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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