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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상인들의 기업형슈퍼 입점 규탄
 중앙시장 상인들의 기업형슈퍼 입점 규탄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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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인 오후 3시부터 중앙시장을 망하게 만들려는 홈플러스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규탄집회를 시작하오니 상인들이 똘돌 뭉쳐 막을 수 있도록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16일 오후 2시 30분 안양 중앙시장, 호객과 흥정이 오가던 시장 내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에 시장 상인들은 옆 점포에 "오늘은 내가 나갈게. 우리 가게도 좀 봐 줘" 하거나 일부는 아예 장사를 집어치우고 하나 둘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밖으로 나선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재래상인들에게 비록 두 시간여 문을 닫는 것이지만 가게를 비우는 '철시'란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함을 의미한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중앙시장 인근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점포가 입점하기 위해 임대계약까지 마친 상가 건물 앞에서 중앙시장 상인들의 출점 중단 요구 시위가 지난 4일부터 매주 목요일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최대 규모의 규탄집회가 열렸다.

'SSM(기업형수퍼마켓) 입점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중앙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안양동점(아래 홈플러스 안양동점)' 입점이 강행될 경우 천막농성과 자폭도 불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여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업형 슈퍼 입정 예정인 건물앞 집회
 기업형 슈퍼 입정 예정인 건물앞 집회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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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지역경제 잠식, 골목상권 씨말린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뭐하는 겁니까. 재래시장 살리기, 웃기는 얘기입니다."
"우리 상인들은 다 죽게 생겼습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합니다."
"만약 홈플러스가 들어서면 어떤 폭탄이라도 안고 뛰어들 것입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SSM입점 반대 중앙대책위를 비롯해 중앙시장 상인회와 각 친목 번영회 상인들, 한나라당 장경순 도의원 및 일부 안양시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으며 재래시장 상인들은 점포 문까지 닫아걸고 5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굳은 결의를 보였다.

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안양동점 개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규탄시위에 나선 이유는 24시간 영업하는 대자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입점하면 동네 상권을 잠식하고 중앙시장 점포가 줄 도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기업형 대기업슈퍼 홈플러스 들어서면 중앙시장 다 죽는다', '대기업이 지역경제 잠식하고 골목상권 씨말리나' 등 현수막과 '결사반대', '상권붕괴' 등의 피켓을 들고 1시간 남짓 집회를 벌였으며, 집회 후 2001아울렛 사거리까지 거리시위도 전개했다.

홈플러스 안양동점이 들어서는 곳은 중앙시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진 인근 지역 일명 '저잣거리'로 현대, 쌍떼빌, 성원아파트 등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안양5동, 6동, 9동에서 중앙시장으로 접근하는 초입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집회에 모인 중앙시장 상인들
 집회에 모인 중앙시장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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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래시장 살리기 정책, 웃기는 얘기 아닙니까?"

홈플러스 안양동점이 들어설 예정인 인근에는 중앙시장뿐 아니라 슈퍼마켓과 구멍가게들도 즐비한 가운데 일부는 이미 점포를 내놓는 등 상권의 붕괴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한 슈퍼마켓 주인은 "동네 슈퍼는 단골로 먹고사는데 홈플러스가 들어서면 길 건너 대기업 슈퍼를 두고 누가 우리 가게를 찾겠느냐"며 "이제는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밖에 더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앙시장 상인회장으로 홈플러스 SSM 입점반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두천 회장은 "경제불황 여파로 서민들의 시름은 깊은데 이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까지 뺏어가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홈플러스가 들어서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집회 현장에 나온 정치인들 이름을 한 명씩 거론하며 "오늘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상인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이들을 돌아오는 (지방)선거에서 꼭 기억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성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상인 정모(65·남)씨는 "현재의 불황도 견디기 힘든데 동네골목에 재래시장에 대기업 슈퍼마켓을 마구잡이로 허용하고 있으니 평생 운영해 온 가게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정부와 정치인들이 나서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중앙시장 상인들 거리시위에 나섰다
 중앙시장 상인들 거리시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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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상인들, 무너진 상권과 생존권 위협 절규

중앙시장 상인이기도 한 권주홍 안양시의원은 이날 "정부와 국회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는 대기업 SSM을 방관하지 말고 유통산업발전법 등으로 완충지대를 만들어 무너진 상권과 생존권 위협을 느끼는 상인들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권 의원은 지난 14일 안양시의회 제162회 2차 정례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기업형 슈퍼 입점 저지 및 영세 상공인 보호, 골목 상권 지원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안양시장은 "홈플러스에 자진 철회를 요청했고 중소기업청장에게도 SSM 규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결국 지자체에서 SSM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별로 없으며 정부가 현행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기 전에는 불가능함을 의미하고 있다.

'SSM'이란 슈퍼슈퍼마켓으로 홈플러스, 롯데, GS, 이마트 등 대기업이 주로 농·수·축산물과 일상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기업형 수퍼마켓으로 전국에 441개소, 경기도 내에는 38개소가 주택가와 재래시장 등에 개점하여 운영 중이며 안양에는 아직까지 없다.


안양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안양시 관내에 홈플러스 대형마트가 2곳 있으나 익스프레스는 처음으로, 홈플러스 안양동점은 면적이 185.5㎡로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조치로 개설 운영이 가능해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기업형 슈퍼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급품목이 주로 농·수·축산물과 일상 생활용품으로 대형 판매점 업체인 삼성홈플러스의 유통망으로 오는 8월 중에 개점할 경우 인근의 소규모 슈퍼마켓, 정육점 등 영세상인과 전통시장 등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양시의회는 지난 14일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 예정에 따른 인근 재래시장 및 소규모 점포들의 상권 침해를 저지, 지역경제활성화 조치와 함께 삼성테스코(주)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안양동점 입점을 자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역상인들이 절규하며 외치는 목소리는 정부에 대한 호소이자 질타이다. 법으로라도 막아주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는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은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임을 자임하는 꼴이다.


태그:#안양, #중앙시장, #대기업슈퍼, #SSM,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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