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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발우공양.
 수덕사 발우공양.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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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난생 처음 혼쭐났더이다. 밥은 그저 편하게 먹으면 그만인 줄 알았더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이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이다.

세상에는 세상의 이치가, 사회에는 사회 규범이 있듯, 절에는 절간의 법도가 있더이다. 이 법도는 발우공양에도 녹아 있더이다. 그래서 더더욱 혼쭐났더이다.

이는 지난 18일, 충남 예산군 팸 투어에서 경험하였더이다. 한 스님과 발우공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더이다.

발우공양을 위해 일행들이 먹거리를 옮기는 중입니다.
 발우공양을 위해 일행들이 먹거리를 옮기는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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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가 옮겨지고 자리를 잡습니다.
 먹거리가 옮겨지고 자리를 잡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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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발우공양에 대해 설명합니다.
 스님이 발우공양에 대해 설명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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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道)는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 발우공양은 무엇입니까?
"모든 걸 부처님에게 바치는 의미지요. 발우는 스님들 밥그릇이고, 공양은 절에서 식사하는 것이지요."

- 같이 나눠먹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는 단결과 화합, 평등을 뜻하지요. 또 낭비 없는 청결한 마음이지요. 말소리와 먹는 소리를 내지 않는 수행정진이지요."

- 발우공양에서 대체 뭘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님들도 그럽니까?
"불가에 귀의해 처음에는 그랬지요.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지요. 금방 공양을 했는데도 배가 고파 혼났지요. 하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스님들과 함께하니 금방 적응됐지요. 몸에 익어야 불편이 없지요."

- 식사보다 예법이 우선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양은 도를 이루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지 배부르게 먹기 위함이 아니지요. 배부르게 먹으면 식탐이 생겨 도가 어긋나지요. 또 맛을 탐하면 욕심이 생겨 맛도 느끼지 마라 하지요."

- 발우공양 예법에 들어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 음식이 어디서부터 왔는가? 란 근원을 묻는 게지요. 절에서는 쌀 한 톨에 농부의 땀이 7근이 들어 있다 하지요. 발우공양은 형식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도(道)는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 공양 후 단무지로 밥그릇을 닦는 걸 보고 단무지가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여겼습니다. 단무지로 닦는 이유가 있습니까?
"단무지로만 닦는 게 아니지요. 그날 나온 반찬 중 하나로 공양 후 깨끗이 닦는 게지요. 없으면 김치나 손으로 닦아도 무방하지요.

음식을 나눕니다.
 음식을 나눕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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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에 음식이 담겨졌습니다.
 발우에 음식이 담겨졌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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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을 시작합니다.
 발우공양을 시작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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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돼지보다 생각하는 인간이 되다!

"거기 일곱 번 째, 옆 사람하고 발우 줄 맞춰요. 줄 맞춰란 소리 못 들었어요. 앞으로 더 밀어요."

발우공양에 나서기 전, 스님의 호통에 발우까지 줄을 맞춰야 했더이다. 발우를 펼쳐 공양 준비에 나섰더이다. 물을 따라 발우를 씻은 후 밥과 국, 반찬을 나눴더이다. 밥 등을 나눌 때 혹여 남길까봐 최대한 줄여 받았더이다.

이는 다 먹지 않으면 발우 씻은 후 서로 나눠 먹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에 지레 겁먹은 탓이더이다. 나눔 후, 공양이 시작되었더이다. 배고픔에 뚝딱 먹어치웠더이다. 이게 공양인지 수련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서더이다.

하지만 발우를 씻으면서 합리를 배웠더이다. 자신이 먹은 그릇을 먹던 곳에서 닦아 마무리 하는 절차에서 번거로움을 줄인 현명함이 보이더이다. 어찌됐건, 절집 절밥 먹고 배고파 죽는 줄 알았더이다.

이렇게 잠시 '배부른 돼지보다 생각하는 인간'이 되었더이다.

깨끗하게 비워졌습니다. 위쪽 발우에 남은 단무지는 그릇을 닦은 후 먹어야 합니다.
 깨끗하게 비워졌습니다. 위쪽 발우에 남은 단무지는 그릇을 닦은 후 먹어야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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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 후 발우를 닦는 스님의 모습에서 기품을 느낍니다.
 공양 후 발우를 닦는 스님의 모습에서 기품을 느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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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발우공양,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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