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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한 방송사의 저녁 뉴스를 보니 그 내용에서 '눈물까지 흘린 이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나 남겨진 의미, 화두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24일, 22차 라디오 연설의 내용을 보니 '역시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얼핏 맞는 이야기들의 나열이 많았지만, 정말 중요한 전제들이 다 빠져 있다. 다 인용하기에는 버거운데, 간단하게 인용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핵심이다.

 

"이 역사적 장면으로부터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갈등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미움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사랑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

 대통령인 저부터 앞장 설 것입니다.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개혁도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할 것입니다.

옳은 길인 줄 알면서도 작은 이기심 때문에 정치 개혁을 외면한다면,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특정 정파에 유리하다 불리하다를 넘어서,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신념입니다.

여야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분열하면 작아지고 통합하면 커집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이자 기회를 함께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계기에 지역과 계층, 그리고 이념을 넘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합의 길로 가려면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 따뜻해져야 합니다.

그 가능성을 우리 국민은 이번에 보여주었습니다."

 

연설은 시대 정신이 화합과 통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 연설문은 무조건 하나가 되자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상을 따뜻하게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번에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태도를 국민이 보여주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과 장례식에 대한 시선이 따뜻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따뜻한 시선이라고 표현하는지 정신분석을 해야 할 대상이다.

 

더구나 세상을 대하는 시선을 무조건 따뜻하게 가지라고 계몽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과연 따뜻한 시선을 가질만한 대상인가가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러한 시선을 받을만한 위인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이번에만 국민들이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따뜻하다못해 너무나 뜨거웠다는 점을 왜 빠트리는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것은 무조건 화합과 통합을 말하는 위정자나 이명박 정권의 위험성 때문이다. 이희호 여사는 23일 서울광장 연설을 통해 행동하는 양심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라고 했다. 이 시대의 화두, 시대정신은 '행동하는 양심'이다. 이 말을 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요하게 언급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잊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렇게 말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만든 것은 이같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 군사독재와 현재나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른 잠언집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중립이 범죄인 이유

 

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 스스로는 황희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얼핏 보면 공평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비판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이것이 결국 악을 조장하고 지금껏 선을 좌절시켜왔다.

지금까지 군사독재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판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악한 자들을 가장 크게 도와준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을 강요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독재정권과 다를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대적인 화두를 만들어낸 것은 이명박 정권이다. 즉 행동하는 양심을 감옥에 가두고 탄압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이기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독재와 투쟁하자는 말을 남긴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들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어삼켰다. 결국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입지를 공고하게 한 즉, 악의 편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화해와 통합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잘못한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중요한 원칙 아래 방향성을 잘 설정하면서 화해와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은 이명박 정권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이후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 김 전 대통령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고 몸이 쇠약해져 폐렴에도 쉽게 몸이 무너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를 보라. 그곳에는 이명박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화해와 통합을 해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연설문에는 자신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다. 남탓이고, 자신은 선봉에 서겠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반성이 없고, 국민에 대한 요구만 있는, 다른 이들만 탓하고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되돌아보지 않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개혁이 이루어질리가 없다. 진정성있는 남북교류를 요구할 수 있는 근본적인 행태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 모처럼 잡은 남북관계가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이마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기고 간 선물-북한 태도 변화 조차 내팽게 치게 될까 두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은 근본적인 자기 반성과 참회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제 1순위다. 그것은 겉껍데기 정치개혁주장이나 말뿐인 화합과 통합의 흰소리보다 우선해야 한다.

 

정말 '행동하는 양심'들을 쏟아져 나오게 작정을 한 것일까. 지금 화두는 행동하는 양심을 억압하는 이명박 정권의 참회와 반성이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22차 라디오 연설, #김대중 대통령 서거, #노무현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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