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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말과 함께 언어를 이루는 양대 요소이다. 언어철학에서는 말이 사람됨을 만들고, 나아가 인간의 '실존'을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실존'이란 마치 뜬구름처럼 허무하고 유동적인 삶에서 그나마 '고정적이고 유의미한 가치를 갖는 어떤 것'을 뜻하는 듯하다. 따라서 언어철학에서는 말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실체 상실을 의미한다고 본다.

반면 불가(佛家)에서는 말의 의미를 하찮게 여긴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나 어불성설(語不成說) 그리고 교외별전(敎外別傳)은 물론 이심전심(以心傳心) 같은 숙어들은 모두 언어를 폄하하거나 경계하는 것들이다. 비트겐쉬타인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할지어다"라고 말함으로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의 가치가 단연 높다고 설파했다.

그렇긴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단 하루도 언어와 접촉하지 않고는 삶 자체를 영위할 수 없다. 우리는 말하거나 듣거나 읽거나 쓰면서 살아간다. 아니 이런 행위를 외면하고서는 생존경쟁에서 뒤처져서 정상적인 삶을 부지할 수가 없다. 오히려 언어를 적극적으로 연마할수록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말과 글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글은 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말과 글이 당연히 일치해야 한다. 왜냐하면 말과 글은. (좀 상투적인 표현을 빌린다면)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을 잘 하는 사람은 글도 잘 써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말은 못 하더라도 글은 엄청 잘 쓰는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작가 김동리 같은 분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말과 글이 실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일단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하며 살아간다. 반면에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은 인류 전체에서 소수 비율밖에는 안 된다. 말은 엄마의 혀를 보면서 습득하지만(mother tongue) 글은 전문적인 교육장에서 익혀야 한다.

또한 말은 한 번 발설된 후에는 소멸한다. 반면에 글은 오래도록 남는다. 자기가 한 말을 녹음했다가 들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글을 쓴 사람은 자기의 글을 최소 한 번 이상은 읽어보게 되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의 두 가지 의의

여기에 '말하는 것'이 갖지 못한 '글 쓰는 것'의 유용함이 있다. 그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아성찰의 기회를 부단히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대인이 이전의 인류에 비해 가장 부족한 점이 자아성찰이란 점을 생각할 때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귀중한 체험의 시간을 버는 것이다.

글은 말에 비해 오래 남기도 하지만 사전에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말과 또 다른 면이 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독서나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을 쓴다는 것'의 두 번째 의의가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흥청스러운 글쓰기 잔치가 벌어진다

현대 세계는 다원화된 시공이다. 따라서 글을 쓰더라도 한 장르의 글만 고집하기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역동적이고 다양하다. <오마이뉴스>에는 기사뿐 아니라 주장, 서평, 사는 이야기, 에세이, 소설 등 각종 장르의 글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오마이뉴스>에는 비문학과 문학, 팩트와 픽션, 서정과 서사 등이 한데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마이뉴스>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현대 세계의 모습을 온전히 반영하는 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생동성은 물론 시민기자들의 자발적인 기고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요컨대 <오마이뉴스>는 자유기고가들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기자란 자유롭게 글을 쓰는 사람, 곧 자유기고가를 의미한다. 이것은 전업작가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전업작가는 글로 생계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기고가는 취미로 글을 쓰고 기고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취미야말로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러야 진정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글쓰기 관련 교육 강좌로는 '시민기자 기초강좌'와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기자 기초강좌'는 지난 달 10기 수료생을 배출했고,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는 무려 31기째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기사 작성을 위한 것으로서 달리 말하면 비문학과 서사와 팩트를 교육하는 과정이다.

사실적인 글과 예술적인 글은 대립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상호보완적인 것이기도 하다. 문학의 향기를 내뿜는 기사문, 서정을 얼크러뜨린 서사문, 그리고 '픽션 같은 팩트'와 '팩트를 방불케 하는 픽션'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현대의 독자들은 팩트만을 나열하는 스트레이트성 기사보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담론성(discourse) 기사를 더 즐겨 읽는다.

<오마이뉴스>에서 자유기고가 과정을 개설한 것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이다. 9월 25일부터 9월 27일까지 2박3일 동안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리는 이 과정의 강사로는 다방면의 '글쟁이'인 오연호 대표기자, 윤재웅 동국대 교수와 허혜정 시인 겸 문학평론가 그리고 필자가 강사로 참여한다.

강의 주제는 아래와 같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
예쁜 시와 날카로운 산문이 주는 평화와 공포
매력 없는 글의 맹점과 매력 있는 글의 레토릭
공감과 설득, 논리적 반박과 추론의 비법
무지와 기만, 논리적 오류에 대하여
책과 영화와 소설을 버무린 이야기
희랍철학의 오인과 중국철학의 미혹 

그리고 수강생 전원이 글을 작성한 후 첨삭지도를 받게 된다. 강사와 수강생이 참여하는 종합합평회 시간도 갖는다. '막걸리가 있는 대화의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가을의 문턱, 낮에는 동산 너머로 갯벌이 보이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밟히는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흥청스러운 글 잔치가 벌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태그:#자유기고가,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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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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