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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단순히 두바퀴 달린 이동수단의 개념은 아니다. 워낙 고가의 자전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단순히 두바퀴 달린 이동수단의 개념은 아니다. 워낙 고가의 자전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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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침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몇 번 채널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여하튼 공중파 뉴스 보도였습니다.

자전거 절도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 절도범들이 자전거 절도에 사용한 범행 수법을 아주 자세히 재연하면서 뉴스를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모자이크나 화면의 흐림 처리 없이 선명하게 시범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굳이 절단기 등 도구가 없이 주변에 주먹만 한 돌 하나만 있어도 번호키 자물쇠 같은 경우 순식간에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소개'하더군요. 또 자전거 페달을 이용해 간단하게 잠금장치를 열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저런 방법으로 자전거를 손쉽게 훔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떡여졌습니다. 저는 어제 뉴스보도를 통해 '매우 유익한 자전거 절도 방법'을 배웠습니다.

혹시나 해서 이러한 자전거 절도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나 싶어 검색해봤지만 범죄와 연관된 부분이라 그런지 그런 내용은 전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절도를 방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나와있지만 절도 방법은 없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뉴스프로그램에서 자전거 손쉽게 훔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 셈입니다. 물론 그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어떤 사실이나 정보,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방법 등을 취재, 실험해 보도한 것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을겁니다.

쉽게 말해 알권리를 충족한다고 할까요? 글쎄요. 범죄(절도)의 자세한 방법, 동작까지 알려주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일까요? 자세한 절도 방법을 뉴스로 내보내면서 제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방법이니 이건 특종이나 획기적인 뉴스 아이템이다?

이러한 보도에 따른 부작용을 생각 못할 사람들은 아닐 텐데 그런 우려보다는 획기적인 뉴스아이템과 시청율을 의식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범죄를 홍보하는 부작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모자이크나 화면 흐림 처리를 해야하는게 당연지사인데 말이죠. 남의 집 문따고 침입하는 절도 장면에서는 대부분 적절하게 처리를 하던데 왜 자전거 절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자전거는 단지 두 바퀴 달린 이동수단으로 인식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동네 가까운 자전거 대리점에 가봐도 3~4백만 원짜리 고가 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고 대부분 자전거도 수십만원대로 결코 싼 물건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된 자전거 절도 행태는 소설가 박완서 작품의 <자전거 도둑> 같은 낭만적인 혹은 추억이 서린 뉘앙스의 자전거 도둑은 아닙니다. 바늘 도둑도 아닌 꽤 '스케일'이 커진 절도 범죄인데 우리들은 이를 너무 매우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도 어떤 뉴스보도에서 경차 문 따는 방법을 영상과 설명으로 자세히 가르쳐 주고 마지막에 '경차안에 귀중품 넣어두지 말라'는 '아주 획기적이고(?) 확실하고(?) 안전한(?) 절도 피해 방지책을 알려주더라구요. 대체 뭘 취재한 것이고 국민들에게 뭘 알리려고 한 걸까요? 그 획기적이고 확실하고 안전한 방지 대책은 다섯 살 꼬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의도였다면 역시 문 따는 방법을 흐림 처리했어야 맞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자전거 절도 방법은 국민의 알권리가 아닙니다. 저처럼 자전거 절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호기심이 발동하는데 멀쩡한 사람 여럿 자전거 도둑으로 만드는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됩니다.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 어느정도까지 보도하고 또 보호하고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다시 공부해서라도 이를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방치되는 자전거는 절도범의 표적이 된다. 고물상에 가보면 적당한 중고자전거를 꽤 볼 수 있다. 한대에 3만원 정도에 판매하는데 이 자전거들은 어디서 온걸까?
 이런식으로 방치되는 자전거는 절도범의 표적이 된다. 고물상에 가보면 적당한 중고자전거를 꽤 볼 수 있다. 한대에 3만원 정도에 판매하는데 이 자전거들은 어디서 온걸까?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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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올리고 기사체로 다시 고쳤습니다.



태그:#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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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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