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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성과가 학교의 수준을 결정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성열 원장의 말이다. 입학할 때의 학생들의 성적과 졸업할 때의 수능 성적을 비교하여 학교에서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를 비교하겠다는 취지다.

 

김 원장의 이 말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있다. 오직 점수만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이 말에 따르면 고1때 성적과 비교하여 고3 수능성적이 올랐다면 그 학교는 잘 가르치는 학교이고, 고1때 성적과 비교하여 고3 수능성적이 내려갔다면 그 학교는 못 가르치는 학교가 된다.

 

이는 현재의 수험생활을 겪어 보지 못한 김성열 원장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성적이란 것이 가끔은 좋은 결실을 맺으며 자신의 노력을 보상해줄 때도 있지만, 자신의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년이 오를수록 학교에 나오는 날도 많아지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늘어만 간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 친구들 중 고1 때와 비교하여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학생은 드물다. 오히려 떨어지는 학생들이 더 눈에 띈다. 

 

 특히 고3이 되어서는 정말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재수생, N수생들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3때 공부하는 것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고3이 되어서 매달 모의고사를 보며 참 많은 다짐을 했다. '다음에는 꼭 성적이 오르겠지.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그런 생각만 6번을 했고, 이제는 수능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소홀히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고3 담임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은 1년간 학생들의 입시에 모든 것을 건다. 일요일에도 나와서 학생들과 같이 자율학습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그 열의가 와 닿을 때가 많다.

 

 현 수학능력시험은 상대평가 제도로 실시되고 있다. 전체 평균에 따른 표준점수, 백분위에 따른 등급이 성적표에 표시된다. 즉, 1등급이 존재하면 9등급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입시의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해봐도 모두가 열심히 하는 입시 경쟁에서 자신의 위치를 올리기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피나는 노력을 해도 모두가 노력하는 입시 전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학교의 교육력에 차이가 나서, 산출(학생들 성적)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는 분석한다. 비슷한 여건에서 시작했지만 어떤 학교에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3년 후 학생들 학력차가 났다는 것은 학교 간 교육과정, 노력의 차이로 해석한다."

 

 김 원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각기 다른 학생들이 모인다면 그곳이 비슷한 여건이라도 모두 적응하는 정도는 다르다. 즉, 학력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학교 간 교육과정, 노력의 차이가 아닌 개인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다.

 

 졸음을 참아가며 공부하는 고3 학생들의 모습. 목이 터져라 강조하는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은 성적표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도 학력차가 노력의 차이로 해석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에서 김성열 원장이 인터뷰 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너무도 편하고 밝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성적을 비교하여 공개하는 것이 진정 옳다고 믿는 것 같았다.

 

 너무 잔인하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피와 땀이 담긴 노력이라는 과정을 무시한 채, 성적이라는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는 것이 말이다.

 

"김성열 원장님, 수능 성적 공개는 자제하시고 올해는 수능문제에 오류 없는지 잘 검토해 주세요. 12년간의 노력과 학교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지가 매년 논란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장덕재 기자는 고등학생 기자입니다.


#김성열#수능성적공개#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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