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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한국경제 성적표가 26일 나왔다. 올 2분기에 비해 2.9% 성장이다. 작년 3분기에 비교하면 0.6% 증가했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작년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4분기 만에 성장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수치만 보면, 사실상 한국경제는 작년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연히 벗어나고 있다. 경기 회복 속도 그림을 보더라도 거의 '브이(V)자'형에 가깝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실질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전히 정부가 풀어놓은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정 투입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곳곳에 묻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각종 세금감면 효과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이어졌지만, 민간의 소비 증가세는 2분기보다 오히려 둔화됐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2분기보다 증가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소비 증가율도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면서 수출이 증가했던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3분기 높은 성장을 유지했던 것도 제조업의 생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냐다. 많은 전문가들은 3분기까지 정부의 재정확대에 따른 부양 효과가 이어지겠지만, 4분기 이후 이 같은 성장세는 크게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정부로선 재정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향후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경기가 크게 호전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브이(V)자'형보다 '폭이 넓은 유(U)자'형 경기 회복을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표 수치만 보면, 사실상 V자형 경기회복세

 

먼저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 2분기보다 GDP가 2.9% 증가했다. 지난 2분기의 2.3% 성장에 이어 연속 2분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전기 대비 2.9% 성장은 지난 2002년 1분기 3.8% 이후 7년 6개월만에 최고치다. 또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0.6% 성장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번 고성장을 이끌었던 쪽은 무엇보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 수출이었다. 제조업은 2분기보다 8.7% 증가했고, 농림어업도 지난 분기 대비 4.6% 증가했다.

 

수출이 늘다보니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2분기보다 8.9% 늘었다. 주로 선박 등 운수장비와 반도체 등 기계류에 투자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쪽은 이처럼 3분기 성장률이 크게 오른 이유로 ▲제조업 쪽의 수출이 상당히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추석 명절이 작년에는 9월이었지만, 올해는 10월 초여서 기업들의 조업일수가 늘었고 ▲승용차 구입 등에 대한 세제혜택과 신차 출시 등으로 소비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명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서 수출이 계속 호조세를 보이는 것이 (높은 성장률의) 근본적인 요인"이라며 "기업들의 재고 감소 폭이 올 3분기에 크게 줄어들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실제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투입과 세제지원에 따른 부양 효과

 

하지만 이러한 높은 성장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은에서도 밝혔듯이, 추석 명절과 정부의 세금지원 혜택 등은 말그대로 일과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신차구입에 따른 세제지원 효과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계속됐다. 김명기 국장은 "신차효과는 전년 동기 대비로 해서 민간소비에 2분기에 0.5%포인트, 3분기에는 0.7%포인트씩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분기에 신차효과가 상당히 많아 3분기에는 (효과가) 조금 꺾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2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민간소비의 경우 지난 2분기와 비교해서 증가율 자체는 오히려 둔화(3.6%→1.4%)됐다. 게다가 정부소비 역시 둔화세가 확연하다. 전기대비로 올 1분기 3.7% 증가했던 정부 소비는 2분기에 1.1%로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더니, 3분기에선 마이너스 0.8%로 하락했다.

 

김명기 국장은 "우리 경제가 2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3분기의 경우 민간이 성장세를 주도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4분기 성장률은 3분기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3분기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당초 예상했던 마이너스 성장이 아닌) 플러스 성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수치만 보면 회복속도가 빠르지만, 내용을 보면 여전히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4분기 이후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향후 출구전략 등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높은 성장을 유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GDP, #경제성장률, #경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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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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