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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언론법 통과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긴 했지만 신문법과 방송법 등 법률안의 유무효 여부는 정치권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몫이라고 공을 넘겼다.

 

야권과 언론단체, 언론학자들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미디어빅뱅을 부추길 것이며 결과적으로 미디어 시장을 약탈 경제논리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수언론과 거대자본, 보수정권이 삼각동맹을 이루고 영구집권을 위한 단계별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쏟아졌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은 조중동 재벌방송 만들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그로 인해 보수 기득권층의 여론 독과점은 훨씬 심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지나친 상업경쟁으로 소수자 보호 등 미디어의 공공적 기능은 상당히 위축될 것이며 매체 간 피 터지는 경쟁으로 언론은 정글화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오마이뉴스>는 29일 언론학자 3인으로부터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선고 이후 미디어 시장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전화인터뷰 했다. 이번 전화인터뷰에는 강상현 연세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가 참여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 "미디어시장, 무한경쟁체제 돌입하게 됐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학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기각 결정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절차상 하자는 명백히 존재해서 위법적이라고 결정해놓고 뒤에 가서는 유무효 결정에 대해서는 기각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상당히 정치적 결정을 했다"며 "법리적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기관이 결과적으로 유효 결정을 내림으로써 미디어법에 관한 한 정부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헌재의 결정이 논리적으로 맞으려면 절차상 하자가 심각하니 무효다 이렇게 해야 옳다"며 "그 논리를 어긋나게 판결한 헌법재판소를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또한 강 교수는 "절차상 민주주의의 하자가 있는 결정에 대해 판단을 미루는 것은 앞으로 힘있는 집단이 무조건 밀어붙이기 하면 끝이라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묻고 "사실상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재벌과 거대신문의 방송진출 길을 터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우리 미디어 시장은 그야말로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며 "신문사는 언론의 힘을, 재벌은 광고주의 힘을 활용해 철저히 정글의 법칙이 가동되도록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미디어의 정글화를 촉진하는 결정이라는 게다. 강 교수는 "미디어가 정글화 되면 시장 합리주의는 들어설 방법이 없다"며 "정치적 압력으로, 또 광고로 틀어막으면 결국 우리 미디어는 심각한 적자생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미디어 시장을 전망했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정치적인 파장이라는 게 강 교수의 입장이다. 강 교수는 "정치논리로 쉽게 보수화되는 기존 메이저 방송은 물론 새로 태동하게 되는 종편채널들도 보수적 경향이 크게 때문에 '보수경쟁' 매체들끼리 경쟁하게 될 것"이며 "여론 독과점 현상은 상당히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 "여론 보수화로 정권교체 어렵게 할 것"

 

"미디어는 그동안 공공적 가치를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외면하지 않았다. 최소한 산업적 가치와 공공적 가치의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앞으로 공공적 가치는 외면당할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론다양성과 소수의견 보장은 어려워졌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사건을 사실상 유효 결정한 데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미디어 시장의 공공성은 사라질 것이고 소수 의견과 여론 다양성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라면 당연히 공공적 가치를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산업가치가 더 중요한 가치로 취급받게 됐다"며 "향후 우리 미디어는 산업적 가치로만 운영되는 것을 용인하게 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여론의 다양성이나 소수 의견의 보장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며 언론의 자유로운 소통은 상당히 위협받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 교수는 "대기업과 보수신문, 보수정권의 연합으로 일반 서민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 지역의 소수 의견은 구조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의사소통구조가 구조적으로 보수화되고 기업친화적인 방식으로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안적인 소수언론의 소통체계는 구조적으로 배제되거나 약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다. 특히 여론보수화는 보수정당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보수적 여론은 정권교체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자리 매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정부, 새 매체 위해 인위적 시장형성 나설 것"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헌재의 위상은 대법원과 달리 독립적 기관인데도 스스로 직무유기를 했다는 점에 참혹함을 느낀다"며 "향후 헌법재판소 무용론이 거세게 일어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조망한 최 교수는 "미디어 시장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약탈시장으로 변하게 됐다"며 "조중동도 방송진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연대하지 않고 서로 경쟁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도 똑같이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조망했다.

 

무엇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방송시장에 뛰어들게 되는 새로운 매체들을 위해 정부는 인위적인 시장형성에 나설 것이고, 그 첫 번째 작업으로 KBS 광고를 줄이고 수신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최 교수는 "KBS2TV의 광고를 대폭 줄이고 그 광고비를 새로 시작하는 종편채널에 돌릴 가능성이 높다"며 "부족한 KBS의 재원은 시청료로 땜질하려 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청료를 올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KBS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채 국민 부담만 늘어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29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법 원칙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개정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 미디어산업 발전과 공익성 제고를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제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등 후속조치 등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미디어법, #언론법 권한쟁의, #헌법재판소, #이창현 국민대 교수, #강상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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