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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개혁진영의 선거대응과 관련, 지난 4·29 울산 북구와 10·28 안산 상록을 재선거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두 재선거 모두 후보단일화가 중요한 화두였지만 전자는 성공한 반면, 후자는 실패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질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색깔이 비슷한 진보정당끼리의 후보단일화였지만, 후자는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 간의 선거연합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자보다는 후자가 향후 반MB연대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야4당의 후보단일화는 끝내 무산됐고, '반MB후보'를 자임했던 임종인 후보는 5363표(15.57%)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겼다.

 

"한나라당-민주당 구도 가속화"... "묻지마식 후보단일화 피해야"

 

'반MB연대'를 내세운 안산의 선거연합이 실패하면서 야4당 사이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하나는 '민주당 중심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반MB연대 재검토'다.

 

민주당은 MB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고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수도권 두 곳을 석권했다. 10·28 재보궐선거 중에서 가장 치열했던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에서 각각 5081표와 2756표 차이로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린 것이다.

 

특히 후보 자격 논란과 후보단일화의 실패 등 악재에도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재선거 패배 백서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후보 등 '또다른 반MB연대' 진영은 캐스팅보터(casting voter)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 야3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임종인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훨씬 낮은 득표율(15.57%)을 기록했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성을 확고하게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향후 선거국면에서 "나를 따르라"는 식의 '민주당 중심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영환 후보는 한나라당 입당 타진설이 제기됐고, 이찬열 후보는 한나라당 도의원 출신이었지만 두 사람이 모두 당선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임종인 후보보다 경남 양산의 송인배 후보가 2등 한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여당과 제1야당의 양당구도에서 야3당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향후 이러한 양당구도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진보정당들은 '반MB연대'의 실효성을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반MB연대가 MB를 극복하는 가치연대가 아닌 'MB심판'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판단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민주당 중심으로 이기는 것이 반MB연대를 달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는 묻지마식 후보단일화나 연대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반MB연대 복원될까?

 

문제는 향후 반MB연대의 복원 여부다. 현재 야4당은 부자감세와 용산참사, 4대강 살리기 사업, 미디어 관련법 등에서 공조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대책위' 수준의 '느슨한 연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관심을 모았던 안산의 '선거연합'이 무산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4당의 선거연합이 이루어질지도 불투명해졌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장은 "지자체 선거에서도 시민단체의 압력 등으로 또다시 반MB연대가 부각되겠지만 민주당과의 연대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대단히 적다고 본다"며 "아주 특수한 경우에 반MB연대를 시도해 볼 수 있겠으나 우리에게 항상적이고 일반적인 선거연합은 진보대연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민주당이 재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일방주의가 쉽게 깨지기 힘들 것 같다"며 "앞으로 진보연합을 먼저 한 다음에 민주당과는 사안별 공조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물론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제1야당의 대표성'을 확인했지만 '선거연합'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특히 내부에서는 최소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빅3'을 포함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야3당과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태그:#10.28 재선거, #반MB연대, #민주당 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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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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