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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갤러리(DIE GALERIE) 코브라전 축하연주와 축하연. 아래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그림은 벨기에 작가 피에르 알레친스키(P. Alechinsky 1927~)의 것이다. 그는 인간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을 폈다
 디 갤러리(DIE GALERIE) 코브라전 축하연주와 축하연. 아래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그림은 벨기에 작가 피에르 알레친스키(P. Alechinsky 1927~)의 것이다. 그는 인간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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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계 디 갤러리 서울(DIE GALERIE Seoul 강남 청담동)에서는 50년대 유럽에서 진정한 예술이란 인간내면의 근원을 표현하는데 있다고 주장한 '코브라(CoBrA)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브뤼셀과 암스테르담에서 선보인 30여점의 작품이 12월 1일까지 전시된다.

이 그룹은 지금 세계순회전 중이다. 이미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전시가 있었고 이번에 한국에도 상륙한 셈이다. 전후전위미술의 첨병으로 20세기 서양미술에 한 획을 그은 이런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드문 일로 한국관객에게는 큰 선물이 되리라.

코브라 전위미술그룹에 대하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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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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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CoBrA 1948~1951)그룹은 코펜하겐(Co), 브뤼셀(Br) 그리고 암스테르담(A)에서 온 합성어이다. 이 그룹은 1948년 11월 8일 시작되었다. 회원들은 "명분이 일치되었다(La cause était entendue)"라는 프랑스어로 된 제목의 결의안을 선언하고 파리 센 강변 생-미셸에 위치한 노트르담 카페모임의 근거지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미술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신념을 알리고자 했다. 이들은 파리지식인층에 반기를 들고 이론적 교조주의에서 탈피된 진정한 실험정신을 가지고 유기적인 협동체이기를 바랐다.

북유럽에서 파리로 이들은 전통으로 굳어진 파리화단을 대항하여 북구적 특징을 근간으로 하여 접근하다. 이들은 신화, 민속화, 아동화, 서예, 원시미술에서 주제와 구상을 끌어냈다. 강력한 색채와 물감을 흘릴 때 발생하는 효과를 사용하여 기존의 미적 가치를 무시하고 거치로 야만스러운 본능의 욕구를 중시한다.

또한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행위로 표현하여 환각적 상태를 보여준다. 아일랜드나 바이킹족 등의 민속미술을 떠올린다. 장 뒤뷔페의 원생미술(아르 브뤼 Art Brut)과도 통한다. - 김현화 저 <20세기미술사 추상미술의 창조와 발전(한길아트)> 중에서 발췌


이번 전에서 주요작가인 욘(A. Jorn)은 덴마크, 아펠(K. Appel)과 뤼세베르트(Lucebert)은 네덜란드, 코르네유(G. Corneille)와 알레친스키(P. Alechinsky)는 벨기에 출신이다. 이 그룹명은 코펜하겐(Co), 브뤼셀(Br) 암스테르담(A)의 첫 자에서 따온 것이다. 철자가 공교롭게도 코브라 뱀과 같은데 실제로 전후에 독을 품고 유럽미술에 파고든다.

이 중 아스거 욘(Asger Jorn 1914~1973)은 이 그룹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론가이다. 그는 화가면서 시인이고 2차 대전 때 레지스탕스에 참가한 덴마크의 영웅이다. 그는 마르크시즘과 예술을 통합해 나이, 지위, 인종과 무관하게 모든 이에 의해, 모든 이를 위한 이론을 펼친다. 추상표현주의, 타시즘(얼룩, 반점 등을 쓰는 미술)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

카렐 아펠, 전후 기존가치를 내동댕이치다

 카렐 아펠(Karel Appel) I '구걸하는 아이들(Begging children)' 캔버스에 유화 70×104cm 1948
 카렐 아펠(Karel Appel) I '구걸하는 아이들(Begging children)' 캔버스에 유화 70×104cm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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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코브라의 창립멤버인 아펠(Karel Appel 1921~2006)의 작품을 살펴보자. 욘이 덴마크에서 영웅이었다면 화가이자 시인인 아펠은 네덜란드에서 렘브란트 못지않은 국보급인물이다. 위 작품은 대전 중에 고아가 된 아이들이 구걸하는 처참한 모습을 그린 것인데 당시 유럽의 한 면모를 비정형의 반추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붉은 배경색은 사회적 혼란을, 굵고 검은 선은 몸서리치는 전후 절망적 상황의 상징으로 보면 어떨까싶다. 끔찍한 전쟁을 2번이나 치룬 유럽인들은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그도 괴로워 그때까지 신주단지처럼 믿었던 서구문명의 모순을 고해하고 싶었을 것이다.

예측할 수없는 우연의 효과를 강조

 카렐 아펠(Karel Appel) I '산머리(Head in the Mountains)' 캔버스에 유화 190×130cm 1960
 카렐 아펠(Karel Appel) I '산머리(Head in the Mountains)' 캔버스에 유화 190×130cm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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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초기작과 다르게 아펠이 원숙기에 그린 것으로  색채가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거친 붓질이 사람들 마음에 파고 들어와 폭풍을 일으키는 것 같다. 뉴먼이나 로스코의 색면추상을 볼 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전율도 느낄 수 있다. 왜 그의 작품이 구겐하임,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등 유명미술관에 소장됐는지 알 것 같다.

그는 또한 회화를 건축처럼 정확한 계산과 공리적 논리에서 보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우연성이나 불확실성에서 탄생한다고 본다. 그러면서 인간내면에 잠재한 무의식도 탐색한다. 그는 이런 생각들을 마티에르(물성)에 담아 회화의 본질을 찾으려 한다.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다

 카렐 아펠(Karel Appel) I '인간군상(Personnages)' 캔버스에 유화 81×100cm 1961
 카렐 아펠(Karel Appel) I '인간군상(Personnages)' 캔버스에 유화 81×100cm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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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펠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인간군상'을 보니 정말 가슴이 찡하다. 그로테스크한 이 작품은 서구문명의 이면에 담긴 비극을 폭로하며 인간의 본성을 되찾으려 한 것인가. 하여간 그는 이런 심경을 이렇게 토로한다. "나는 야만의 시대에 야만인으로 그림을 그린다"

끔찍한 악몽 같은 전쟁을 두 번이나 치른 그가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과 본질에 대해 묻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삶의 절망뿐만 아니라 삶의 환희도 함께 그린다. 그리고 참된 평화를 대변하는 동심과 태초의 원시성을 현대문명의 대안으로 내놓는다.

뤼세베르트, 뒤뷔페의 원생미술(Art Brut) 연상

 뤼세베르트(Lucebert) I '무제' 하드보드에 유화 68×98cm 1973
 뤼세베르트(Lucebert) I '무제' 하드보드에 유화 68×98cm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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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뤼세베르트(Lucebert 1924~1994)의 작품을 보자. '원생미술(Art Brut)'의 창시자인 장 뒤뷔페(J. Dubuffet 1901~1980)를 연상시킨다. 색채는 얼룩투성이고 형태는 뒤죽박죽이다. 사람의 모습이나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 어디도 성한 곳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린이 같은 천진난만함도 물씬 풍긴다.

베케트의 극처럼 부조리한 삶을 희화시키다

 뤼세베르트(Lucebert) I '체리(De kers)'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81×100cm 1978
 뤼세베르트(Lucebert) I '체리(De kers)'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81×100cm 1978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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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기 그림의 상황은 어떤가. 헤어 나오기 힘든 모순 속에서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인가. 그리고 가운데 빨간 체리는 도대체 뭘 상징하는가. 두 여자의 머리에 손을 얹은 남자의 눈빛과 표정에서 베케트의 연극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부조리해 보인다.

이 작품을 도상학적 해석으로 풀어보려고 해도 영 답이 보이지 않는다. 찌그러진 얼굴과 일그러진 표정은 암울했던 한 시대에 대한 회화적 비유인가. 어쨌든 작가는 그 내면에 쌓인 말 못할 사연과 가슴 아픈 추억들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평등한 원시신화에 대한 동경

 뤼세베르트(Lucebert) I '빈민들(Nit het armenhuis)' 하드보드에 유화 90×120cm 1990.
 뤼세베르트(Lucebert) I '빈민들(Nit het armenhuis)' 하드보드에 유화 90×120cm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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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에서는 뤼케베르트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혹은 연대감이 느껴진다. 그는 노동자 집안 출신이고 2차 대전 때 레지스탕스였고 9년간 '홈리스'였다. 게다가 그가 1948년 '반영(Reflex)'지에 데뷔한 시인이니 현실을 직시하지만 그 이상도 높았을 것이다.

여기 아프리카 가면 같은 마스크 쓴 것은 모두가 평등하게 될 수 있다는 메타포가 아닌가. 선사시대 원시공동체로 돌아가 공존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 그는 이런 작품을 통해 신화를 현대적으로 구현하고 싶었나 보다.

코르네유, 당대 고답적 미술에 반기  

 코르네유(Corneille) I '사랑에 빠진 호랑이 2(Le tigre amoureux II)'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92×73cm 1985.
 코르네유(Corneille) I '사랑에 빠진 호랑이 2(Le tigre amoureux II)'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92×73cm 1985.
ⓒ Corne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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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코르네유(Corneille 1922~)의 작품을 알아보자. 그는 코브라그룹의 혼을 지금까지 이어오는 생존 작가다. 디 갤러리는 오래 전부터 이 그룹뿐만 아니라 코르네유와 친분을 유지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디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이 작가는 '사랑에 빠진 호랑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권위적이고 고답적 주제를 싫어한다. 1940년대 말부터 화석화된 아카데미즘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그리고 파울 클레나 후안 미로를 좋아해 환각 속에서 자유분방한 선과 과감한 색을 쓴다.

꽃, 새, 고양이를 좋아하고 여자에게 매혹되다

 코르네유(Corneille) I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00×100cm 2002
 코르네유(Corneille) I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00×100cm 2002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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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그는 아프리카, 중남미, 서인도제도 등을 여행한다. 거기서 본 풍광에서 영감을 받는다. 위 여자의 얼굴이 아프리카조각 같은 건 그런 이유리라. 그는 평생 아이처럼 꽃, 새, 고양이, 물고기를 좋아하고 그걸 그린다. 그리고 여자에게 매혹된다. 그는 지금도 코브라그룹을 전 세계에 알리려 두루 돌며 전시를 연다.

코브라그룹에는 욘, 아펠, 뤼세베르트 같이 시인이 많다. 우리의 '시서화'처럼 그들은 시인과 화가, 시와 그림(詩畵)을 하나로 봤고, '문인화(Word Paintings)'라고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한번 기회가 되면 코브라박물관(암스테르담)을 가볼 수 있다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디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die-galerie.co.kr 월요일휴관
코브라그룹작가 홈페이지 http://www.cobracafe.nl/en/lucebert.htm
코브라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cobra-museum.nl/en/home.html
참여작가 :Corneille, Pierre Alechinsky, Karel Appel, Eugène Brands, Jacques Doucet, Asger Jorn, Lucebert, Siegfried Reich an der Stolpe



태그:#코브라, #아스거 욘, #카렐 아펠, #뤼세베르트, #코르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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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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