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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일, 목이 무척이나 아팠습니다. 몸이 추워지기도 해서 집에 오자마자 씻고 이불속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군인이셔서 따로사시는 아빠께서는 3주만에 집에 와서 제 꼴을 보시더니 만약 너가 신종플루라도 걸리면 당신이 무척 곤란해 진다며 멀찌감치 피해 계시더군요.

다음날 6일, 아침에 고열과 몸살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이거 정말 신종플루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대충 옷을 걸쳐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혼자 집근처 거점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혹시 제가 신종플루면 큰일이니까요.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색색깔의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윤일나씨 들어오세요"

제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저를 본 의사선생님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친절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제 입을 벌려 살펴보신 의사선생님은, 간호사 언니에게 발열체크를 시켰습니다. 38.6도가 나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어우 열이 높네,언제부터 이런거니?" 하시고는 간호사 언니를 따라서 건너편 검진실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신종플루 검사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일단 조그만 플라스틱 병에 제 이름을 써놓고, 보통크기보다 조금 기다란 면봉에 어떤 액체를 뭍힙니다. 그리고 그 면봉을 제 코에 쑤욱 집어 넣습니다. 그 뒤 면봉을 빼내어 아까 제이름을 써놓은 병 속에 뭍히고, 어디론가 가져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15분정도면 결과가 나온다고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얼마 뒤 진료실에서 다시 제이름이 불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신종플루 확진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나와 주사실로 들어가자마자 두세명의 간호사 언니들의 "마스크 빨리 쓰세욧!!" 이라는 불호령과 함께 무척 오랜간만의 엉덩이 주사세례와 타미플루를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나오기 전 학교에 가져갈 확진 증명서와, 타미플루와 함께 먹어야 할 약의 처방전 받는것도 잊지 않았죠.

처방전을 들고 병원 옆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제 처방전을  보시던 약사 아저씨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부리나케 약을 지어오시더니 쭈그려 앉으시고 하루 세번 식후 30분에 약 잘 챙겨먹고 카드 서명은 자기가 했다며 얼른 가라고 하셨습니다. 아까 간호사 언니들의 불호령과 약사 아저씨의 반응이 재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제가 나병환자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약봉투 두개가 손에 들린 절 본 엄마와 아빠께서는 기겁을 하시며 어서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아빠의 반응이 전 무척이나 서운했습니다. 아빠께서는 당신이 신종플루에 옮으면 부대에 큰일이라는 말만 연신 하시면서, 급히 짐을 싸 집에 온지 하루만에 근무지로 돌아가버리시더군요. 물론 저녁에 아깐 미안했다는 아빠의 문자를 받긴 했지만 그당시에 전 서러워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오자마자 저는 타미플루와 5개의 다른 알약들을 먹고 나서 잠이들었고, 그렇게 저의 신종플루 소동은 끝이 났습니다. 당연히 그날 학교수업은 전부 결석하게 되었죠.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더니 대박이라는 말과, 조심좀하지 라는 말 등 여러가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9일에 교양필수과목 중간고사가 있어서 교수님께 전화를 해보니 몸조리나 잘하라며 따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신다고 하셔서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벌써 신종플루 확진을 받은지 3일째에 접어든 저는 가족들과 밥을먹을때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제 방 문턱을 넘어서기전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합니다. 또 컵과 욕실도 가족들과 따로 쓰게 되었고, 물없이 쓰는 손세정제를 침대옆에 놔두고 몇시간마다 꼭 바르는것도 어느 사이 습관이 되어버렸네요. 뉴스에서만 시큰둥하게 보던 타미플루도 아침저녁마다 꼭꼭 챙겨먹고 있답니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된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진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귀찮기만했던 대학수업이 월요일에도 학교를 가지 못할껄 생각하니까 왜이렇게 그리워 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서 빨리 나아서 다시 건강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지네요.
     
 


태그:#신종플루, #신종인플루엔자, #타미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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