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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핑크색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핑크색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 GM대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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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와 대우자동차판매(주)가 GM대우의 지역총판제 시행 여부를 놓고 '러시안 룰렛' 게임 양상을 보이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총판제 시행 여부에 따라 두 회사 모두에 타격이 예상된다.

GM대우는 오는 12월 그동안 GM대우 차량의 국내 판매를 독점해온 대우차판매와 판매 계약을 해지하고 지역총판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역총판제를 통해 내수판매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총판제 시행을 위해 GM대우는 독자적인 인터넷망 등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GM대우는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눈 뒤 4개 권역의 판매를 맡을 3개의 총판업체를 선정했다. 3개 업체가 차량을 공급하는 영남ㆍ경북ㆍ수도권 동부ㆍ수도권 북부 지역 판권에서 대우차판매는 배제된다. 대우차판매는 인천ㆍ충청ㆍ호남ㆍ강원 지역의 판권을 가지게 된다.

영남권에서 GM대우 차량을 판매할 대한모터스 하재현 사장은 11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업망 확보가 중요한데, 이 부분은 GM대우에서 해결할 것으로 알고 차량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대한모터스는 1차적으로 영남지역에서 GM대우 차량 판매를 시장 점유률 20%까지 끌어 올릴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경쟁사와 GM대우의 신차 출시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의욕적으로 지역 총판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모터스는 기존 대우차판매가 가지고 있던 판매망과 딜러들을 인수해 판매를 추진할 계획이며, 기존 딜러들의 계약 조건은 대우차판매와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한모터스 등 지역총판제를 시행하는 업체로 넘어간 대리점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대우차판매는 GM대우가 추진하는 지역총판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GM이 대우차판매를 죽이고 독자적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GM대우는 대우차판매가 인천ㆍ호남ㆍ충청 등지에서 지역총판제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이들 지역에도 지역총판제를 운영할 신규 업체를 모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GM대우 관계자는 "대우차판매가 이들 지역에 대해 계속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판권은 계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지역총판 계약을 맺은 지역에서 복수 판매망을 유지하는 것은 자칫 과다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 된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추가적으로 지역총판제을 하겠다고 희망하는 업체들이 있고, 희망업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우차판매 우리사주조합 등 대우차판매 측 조직들은 GM대우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 판매망 구조조정과 '복수딜러제'를 통한 경쟁의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복수딜러제'가 모든 지역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특정사업자에게 특정지역에 대한 독점적 판권을 부여하는 '독점형 지역총판제'로 변질된다면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들은 "지역총판제 실시로 인해 대우차판매와 자회사 임직원은 심각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면서, "대가 없이 영업망을 양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조폭적 행태이자, 재산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GM대우와 대우차판매의 이 같은 주장이 오가며 줄다리기식 협상이 진행되면서 대우차량 판매대리점 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또한 두 회사의 충돌로 GM대우 차량 브랜드 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평에서 10년째 대우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한 딜러는 "지역총판제로 인해 인천 지역에서도 대우차판매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면서, "과거 대우식구였던 GM대우와 대우차판매의 싸움으로 인해 대우차의 브랜드 이미지만 추락하고 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지역총판제를 시행하지 못할 경우 GM대우가 입는 상처는 클 것으로 보인다. 내수판매망 확보라는 성과도 잃겠지만, 대우차판매와의 관계도 더욱 차갑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수판매 확대를 통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야하는 GM대우 처지에서는 이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차판매의 경우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처지다. 지역총판제가 실시되면 자동차 판매와 부동산 등으로 버텨왔던 대우차판매에 재정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건설 경기로 인해 건설부문의 탄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송도 유원지 개발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아 신규 자금 유입도 쉽지 않아, 지역총판제 실시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의 위험에 처해있다.

두 회사 모두 지역총판제라는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둘 중 하나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 경제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수판매 부진은 잘못된 마케팅 탓?

한편 GM대우의 내수판매 부진은 마케팅 기법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GM대우 내수판매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가 이끌고 있다.

문제는 작년 말에 출시된 라세티 프리미어 1.6은 뛰어난 외관으로 최근 출시된 GM대우 차량 중 가장 뛰어난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차체를 키우고 안전을 강화하다보니 공차중량이 경쟁차량보다 100∼150kg 무거워 연비나 토크, 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외관은 좋지만 성능과 연비는 뒤진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유럽시장에서 평가가 좋은 라세티 프리미어 1.8을 먼저 출시하고, 1.6을 나중에 출시해야 했다는 지적이 딜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출시된 라세티 프리미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이후에 출시된 1.8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시장에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 기아자동차가 1년 전에 출시한 모닝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마티즈가 9월과 10월에 각각 7216대, 5650대 판매됐지만, 모닝은 이 기간에 9038대와 8942대가 판매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차는 좋은데 마케팅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년 동안 GM대우의 마케팅 총책임을 맡고 있는 릭 라벨 부사장 교체 주장도 제기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역총판제, #GM대우, #대우자판,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라세티 프리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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