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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어도 좋아>는 본격적으로 노인의 성생활을 이야기했지만 사회적인 선입견으로 외면을 받아야 했다.
 영화 <죽어도 좋아>는 본격적으로 노인의 성생활을 이야기했지만 사회적인 선입견으로 외면을 받아야 했다.
ⓒ 미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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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서서히 노년의 삶을 TV 드라마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노인의 로맨스 혹은 성에 대해 일정한 편견을 가지고 "주책스럽다"고 폄하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이쯤에서 우리는 노년의 삶이 그리 멀지 않은 우리 미래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깨달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변화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방극장에서 드라마를 통해 황혼 로맨스가 20대의 풋풋한 청춘들의 로맨스와 별 다를 게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요즘 그래서 중년 배우들은 로맨스가 한창이다. 

사실 2002년도에 <죽어도 좋아>에서 노부부의 실제 성생활을 다룬 영화가 등장했지만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거부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즉, 당시만 해도 노년의 성생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형성되지 못했던 시기였을 뿐더러 황혼 로맨스조차 환영받지 못하던 때였다. 한 마디로 시기상조였던 것.

하지만 지금은 황혼 로맨스를 보여줄 만한 밑바탕이 형성되어 있다. <엄마가 뿔났다>에 70이 넘은 할아버지의 풋풋한 로맨스가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엄마가 뿔났다>는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던 드라마였고 파급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또한 황혼 로맨스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정신적인 사랑을 더 치중했기 때문에 <죽어도 좋아>처럼 거부반응이 일어나기 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로맨스 가이, 이순재의 열혈황혼 로맨스

그리고 그 이후 이젠 황혼 로맨스가 주된 소재로 등장했다. 일취월장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순재와 김자옥의 로맨스가 그것이다. 70대의 중소기업 사장인 이순재와 60대의 교감선생님이자 노처녀 김자옥.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싱그럽기 그지없다. 아니 요즘 청춘들의 연애에는 설렘과 떨림이 없다면 이순재와 김자옥의 로맨스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현재 노년들의 황혼 로맨스 현주소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황혼 로맨스도 얼마든지 설렘과 달콤함이 있는 젊은이들의 못지 않은 사랑임을 보여주는 <지붕뚫고 하이킥>
 황혼 로맨스도 얼마든지 설렘과 달콤함이 있는 젊은이들의 못지 않은 사랑임을 보여주는 <지붕뚫고 하이킥>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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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사람의 로맨스는 그야말로 핑크빛이다. 자옥을 향한 마음이 가득하니 뭐든지 해주고 싶어서 자옥 앞에서는 "네! 네!" 혹은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허세를 부린다. 그 허세에 100일 기념 이벤트로 세레나데를 부르게 되고, 타지도 못하는 사이클을 타고 파주까지 가고, 종이학 5천 마리를 접기도 했다. 물론 순재는 속으로 '개고생'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자옥 앞에서만 서면 마음 따로 입 따로이다.

이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설렘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리고 아, 노년의 로맨스도 저렇게 설렘이 가득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뿐이 아니다. 일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헤어지는 사이 자옥이 쓸쓸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데이트 좀 하실까요?"라며 작업 멘트를 날리는 것은 그야말로 옵션이다.

여기에 자옥 앞에만 서면 내숭 100단이 되어버리는 순재다. 집에서는 멋대로 뭐든지 다 하는 괴팍한 할아버지에,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어대지만 자옥 앞에서는 그 좋아하는 방귀도 참아 식은땀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확인한다.

자옥도 마찬가지이다. 소녀같은 감수성을 지닌 그녀지만 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의 젖꼭지를 꼬집는 것은 물론 견원지간처럼 으르렁 대는 현경에게 복수를 하는 이중성을 지는 그녀이다. 하지만 순재 앞에서는 여전히 소녀같은 감수성을 지닌 여인네로 변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상대에게 모든 모습을 100% 보여주지 않는다. 더욱이 초반에 사귈 때는 서로의 모습을 최대한 감추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그렇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연애를 하는 두 사람도 젊은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로맨스는 사회적인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흔적을 볼 수 있다.

황혼 로맨스가 넘어야 할 산, 자식

하지만 한편으로는 황혼 로맨스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 순재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자신의 딸, 현경이다. 딸 현경은 순재의 로맨스에 노골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인다. 물론 자신의 엄마가 세상을 떠날 당시에 순재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는 현경이지만 그녀가 아버지의 연애를 못 마땅해 하는 모습은 황혼 로맨스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현경은 자옥이와 원수지간처럼 지내서 순재의 로맨스가 못 마땅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그래서 순재와 자옥은 잠깐의 이별을 하게 되고 이별에 아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순재의 애틋한 마음을 접을 길이 없어 비가 내리는 날 자옥을 찾아가 두 사람은 다시금 사랑을 확인한다.

황혼로맨스는 달콤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식들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황혼로맨스는 달콤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식들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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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실에서 황혼 로맨스를 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결혼까지 골인하는 커플은 사실상 몇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식들의 반대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모자식 관계는 독립적이기 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경제력이 있는 사람은 유산 문제로 인해 결혼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고 한다.

분명 재산형성에 상대가 기여하지 않았지만 자식 또한 기여도 면에서는 똑같은 입장인데 결혼을 하게 되면 유산 분배 문제와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가 세상을 먼저 떠났을 때 남은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 때문이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순재가 현경의 반대를 뚫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유산 배분 문제와 사후 문제까지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일례로 방송에서 자옥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 현경은 밖에서 저녁을 드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순재도 끝까지 고집대로 자옥을 데려 왔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세경과 신애뿐이었다. 모든 가족은 자옥이 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오지 않았다.

결국 순재는 속상한 마음을 술로 달래야만 했다. 이처럼 <지붕뚫고 하이킥>은 달콤한 로맨스를 보여주면서도 시한폭탄처럼 언젠가는 터져야 할 현실까지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년도 마음은 젊은이들과 똑같아!

그런데 우리는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요즘 노년들이 황혼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조사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홀로된 노인 이성교제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인원 1만5000명 중 74.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홀로된 노인의 이성교제 욕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노후 성생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응답자 중 총 56.2%가 중요하다고 답해 그만큼 노후의 연애와 성생활도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황혼 로맨스도, 황혼 섹스도 우리 사회는 인정해야 한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황혼 로맨스를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우리는 정작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드라마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로맨스,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공론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그대는 웃어요>에서도 최불암과 정소녀의 로맨스가 등장한다고 하니, 당분간 우리는 황혼 로맨스의 모습을 보면서 노인들도 나이가 들어 신체에 변화가 왔을 뿐 마음은 우리와 똑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지붕뚫고 하이킥 ㅂ, #노인 , #황혼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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