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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11월25일 열린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에서 현행 만6세의 취학연령을 만5세로 앞당기자는 조기 취학안을 내 놓았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며 남성 수술을 조건으로 향토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던 출산 억제 정책이 불과 얼마 전인데 출산장려 정책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모습에 격세지감이 든다.

국가적인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저출산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관계당국의 노력을 이해는 하지만 취학연령을 앞당기자는 이번 안은 추진과정 상의 문제점이 있는 바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문제는 교육전문기관에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만 6세 취학은 우리나라 근대 공교육의 역사와 같이 하고 있다. 취학 연령의 변경은 학제 개편과 시설 인력의 확충 등 현행 교육체제 전체를 바꿔야 하는 일대 개혁이다. 이는 단시일 내에 이뤄지기 보다는 교육전문 기관에서 충분한 연구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시행되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는 교육개발원 등 전문 기관이 있음에도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제시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구태어 절차를 따진다면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시할 일이지 대통령께 보고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둘째 교육의 문제는 교육논리로 시작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교원정년 단축 등 각종 교육정책이 교육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를 내세워 추진됨 으로써 역기능이 더 컸던 과거의 사실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김으로써 학부모의 보육 부담을 줄여 준다는 복지 정책적 발상보다는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적 논리로 접근했더라면 같은 사업이라도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산율 증가를 위하여 보육을 떠맡았다는 의무 이행보다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적 조치라면 교원들에게 사명감과 긍지를 높여주는 자발적 교육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의 효과는 교육주체인 교사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보람과 긍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의무 이행만으로는 기대 할 수 없다.

셋째 우리사회의 교육홀대의 모습을 지적한다. 인재양성이라는 대명제 아래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체계를 다시 짜야 하는 중요한 문제를 저출산대응전략의 일환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근간을 뒤 흔드는 이번 '조기취학'안은 그 접근방법부터 교육홀대의 모습이다.

현재 사교육시장에 맡겨져 있다시피 하는 조기교육의 공교육 흡수를 정책입안자들은 그 명분으로 내세운다. 물론 조기교육은 중요하다. 일찍이 로버트 풀검은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며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말하였다. 하지만 조기교육이란 것이 그저 맡아주는 식의 조기취학이 되어서는 올바른 조기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5세 취학이 제도화되어 있는 유일한 영국에서조차 그 실효성에 관해 논쟁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사교육비의 증가가 출산율 저하를 불러왔다는 지적에는 일부 공감한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의 문제는 국민의 가치관의 문제, 청년취업의 문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취락구조의 문제 등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사교육이 교육에 도움이 되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본질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불필요한 제로섬게임이다. 이를 계도하고 발전방향을 고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사교육비부담으로 출산율이 저하되니 그 해결책으로 조기취학이란 정책 제안은 비교육적이다.

다시 한번 취학연령의 문제를 교육기관에 의해 교육적인 접근으로 연구 검토하여야 할 사항임을 강조한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일보에도 기고하였습니다



태그:#신국중, #전라북도교육위원, #저출산대응전략, #조기취학, #참소중한교육정책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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