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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파업부결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MB특보 출신인 김인규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찬성의견을 던진 '2025표의 반란'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말은 앞세우나 행동이 뒤지는 노조에 대한 성토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7일 각각 총회를 열고 대책을 숙의할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도 주목된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4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이달 중 대의원회를 열고 출석 대의원의 과반 이상으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면 강 위원장 등 집행부는 전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개 파업부결 결정이 내려지면 노동조합이 즉각 사퇴하는 등,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만 KBS 노동조합은 다르다. 김인규 사장 선임 직후 파업일정을 잡지 않고 1주일여 시간을 둔 것처럼 이번에도 '이달 중'이라고 긴 시간을 부여했다.

 

노조는 "투쟁 공백과 혼란 우려"를 이유로 꼽았다. 따라서 즉각적인 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끌어낸 뒤 조합의 신임을 묻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강동구 위원장은 총파업 부결의 책임을 지고 '무기한 단식'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노조의 김 사장 퇴진투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피력했다.

 

"총파업 부결됐는데 위원장 단식 왜 하나"

 

그러나 이 같은 KBS 노조의 결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충견'과는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던 노조가 총파업 부결 이후 즉각적으로 입장을 바꿔 사측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무슨 태도냐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원칙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행동이라는 게다. 

 

KBS 내부게시판(KOBIS)도 들끓기 시작했다. 노조를 향한 비판과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KBS 노조 조합원들은 정치권이 아닌 조합 스스로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점에 불만을 토로했다. 총파업이 부결된 마당에 강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을 벌인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한 KBS 노조 조합원은 "파업부결은 정치파업에 대한 신중함이 아니라 바로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은 그런 조합원들의 정서조차 헤아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냥 배부른 돼지로 매도할 뿐"이라고 울분을 삼켰다.

 

또 다른 조합원은 "조합원들이 싸우고 있을 때마다 투쟁의 현장에서 사라졌다 나타난 위원장이, 판 깨지고 난 뒤에 단식이라고 뒷북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몸 상하지 말고 그냥 사퇴하시라"고 촉구했다.

 

이도영 KBS 노조 감사도 나섰다. 이 감사는 이날 사내게시판에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위원장의 자진사퇴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라며 "김인규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집행부가 파업이 부결된 이 상황에서 사측과 협상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감사는 강동구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으로 파업부결의 책임을 지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고 규정했다. 총파업이 부결된 마당에 위원장이 단식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것은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무모한 시도라는 게다.

 

이 감사는 "MB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에게 은전을 바란들 우리에게 돌아올 것은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끝없는 패배감뿐일 것"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KBS 노조, 파업 부결 책임져야"

 

KBS 내부 구성원들의 자책뿐만 아니라 외부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상당하다. 미디어행동은 파업부결 소식이 알려진 3일 논평을 통해 "KBS 노조가 파업부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BS 노조 집행부는 김인규씨 퇴진을 위해 해고와 구속을 각오한 투쟁을 약속했고 정권퇴진투쟁도 불사한다고 결의했었다"며 "그러나 소극적인 출근저지투쟁에서 감지되듯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파업부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도 "공영방송의 핵심은 정치적 독립성"인데, "어떻게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맡았던 자를 공영방송 수장으로 인정하고 군사독재에 아부하는 리포트를 양산했던 자를 공영방송 책임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또한 "앞으로 KBS에 어떤 낙하산이 투하되어도 반대할 명분이 있는가"라고 묻고 "이제 KBS의 모든 보도와 프로그램은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고 일갈했다. 국민들은 KBS를 차가운 눈으로 지켜볼 것이며 KBS는 냉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언론 자유는 언론인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KBS 구성원 스스로 부당한 낙하산 사장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누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대국민 사과문' 발표한 KBS 노조

 

이 같은 상황에서 KBS 노동조합은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파업부결 책임론 잠재우기 용으로 보인다. KBS 노조는 "이번 파업이 부결된 것은 정치파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공영방송 구성원의 표심이 반영된 것이지, MB특보를 사장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를 믿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용서를 빌고 당장 조합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마땅하지만 공영방송의 제도적 완성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소망에 보답하기 위해 저희는 지속적인 이명박 특보 김인규 퇴진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KBS 노조는 "이번 총파업 부결 사태로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은 KBS 구성원들께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비록 총파업이라는 노동조합의 최후의 무기는 빼앗겼지만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투쟁과 5천 조합원의 단결을 토대로 공영방송을 지키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해 내겠다"고 주장했다.


태그:#KBS 노동조합,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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