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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시 정유업계 주요 기업들에게 가격담합에 따른 과징금이 부과되었다고 합니다. 정유업계는 담합의 단골고객(?)이죠. 좀 심심하다 싶으면 한번씩 나서서 금전적으로 국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존재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에게는 어쩌면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VIP고객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찜찜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시장 과점 상황에서는 가격담합에 대한 유혹이 늘 가까이 붙어있는 게 사실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죠. 그러다보니 그 유혹에 빠져 자주, 반복적으로 담합에 발을 들여놓곤 합니다. 간혹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습니다만, 담합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 과징금으로 잃는 것보다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큰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기업이 어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나요? 벌금을 맞으면서도 계속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기업과 정부가 담합행위로 술래잡기를 하고있는 사이에 정작 골탕을 먹는 것은 소비자들입니다. 담합으로 높게 책정된 가격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정부가 담합행위에 대해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는 않으니까요. 손실은 소비자가 보는 것인데, 그와 관련한 손실보상은 국가가 가져가는 꼴입니다. 그러니까, 국가는 누가 나쁜 짓을 행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나쁜 짓의 대가로 그에게서 돈을 거둬가고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죠. 국가로서는 아주 매력적인 장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이 공해를 배출하면서 생산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을 일컬어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라고 하는데, 가격담합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와 정부의 이익은 '손실의 사유화, 이익의 국가화'라고 해야 하나요? 국가의 이익이 해당 제품 소비자에게 환원되는 형태로 쓰여지면 다행이겠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피해를 본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으려면 직접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 역시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행위로 인해 누가 피해를 입었고 그 잘못된 행위에 대해 가해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면, 부과된 벌금은 마땅히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당연한 순리죠. 가격담합에 대한 과징금 문제도 그런 순리에 따르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담합 업체로부터 거둬들인 돈을 소비자에게 분배하는 것이죠. 소비자가 불특정다수이기 때문에 돌려주는 게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령, 자동차를 소유한 불특정 다수에게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과징금의 분배 역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불특정다수에게 일일이 돈을 지급하는데 따르는 비용 역시 별반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 비용은 담합 업체에게 부과하면 됩니다. 모든 것은 담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니까요. 담합 업체에게는 단순히 가격담합으로 인한 부당이익 뿐만 아니라, 그보다 큰 징벌적 벌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징벌적 벌금은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자제하게 만드는 분명한 유인책이 됩니다. 가격담합 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자 하는 심리적 유혹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죠. 반복했다가는 회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손실은 국민이 보는데 그와 관련한 이익은 국가가 챙기는 것은 순리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거둬들인 돈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삽질같은 곳에 쓰인다면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손실에 대한 과징금은 손실을 입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태그:#가격담합,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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