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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기자] MBC 본부장 6명이 지난 4일 엄기영 사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달 30일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엄기영 사장에게 '뉴 MBC 플랜' 추진과 관련해 "노력은 했으나 결실이 적다"며 사퇴 압박 발언을 한 이후 이뤄진 것으로, 김 이사장은 이날 "앞으로 일부 본부장들은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로 경질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9일 '김우룡은 MBC 직할통치를 당장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방문진은 취임 이후 줄곧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 편파적이라며 제작진 고유의 영역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한 보도, 제작, 편성에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야욕을 드러내왔다"며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내주고, 매주 이사회 때마다 경영진을 불러들여 검사까지 하더니,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어느 날 갑자기 퇴짜를 놓은 꼴"이라고 성토했다.

 

MBC노조는 "특히 김우룡 이사장의 경우, 명색이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주주총회 같은 최소한의 형식이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말 한마디로 본부장을 갈아치우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우리는 본부장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방문진의 MBC 직할 통치 야욕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엄기영 사장은 왜 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우룡 이사장의 충성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서인가, 혹 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면 방문진 직할통치를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인가"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엄 사장이 이미 온 국민을 상대로 '방문진의 부당한 간섭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점령군에 팔다리가 모두 잘린 채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는 굴종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이제야말로 그 말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지금 엄 사장이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방문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방문진의 섭정을 거부하는, 자기 주도적인 전면쇄신 뿐이다. 정권의 하수인인 방문진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에 맞서 힘 있는 MBC, 독립적인 MBC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온몸을 던지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그럴 의지가 없다면 지금 사표를 써야할 사람은 본부장들이 아니라 엄기영 사장 바로 자신이다. 공영방송 MBC의 수장으로서 당당히 맞설 수 없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태그:#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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