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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소속 민주당·민주노동당·자유선진당 의원 8명(이종걸·김영진·김진표·김춘진·안민석·최재성·이상민·권영길)이 지난 8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ICL)'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시행방안 전면 수정을 요구한 가운데, 2010년 대학 총학생회 당선자들이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현 방안대로의 ICL 제도' 시행을 반대하고 나섰다.  

 

경희대·한국외대·광운대·성신여대·중앙대·덕성여대·고려대·인하대·인천대 등 총학생회 당선자들은 이날 "기존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 예산 및 근로장학금 지원 예산을 전년도에 비해 총 1190억 원이나 줄이는 정부가 학자금 상환제를 들먹이며 '교육'과 '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며 ICL 제도의 시행방안을 즉각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6%의 변동금리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상환 전까지는 단리, 상환 후부터는 복리를 적용하게 돼 있다. 또 원금 상환 의무를 평생토록 지게 하고, 갚지 못하는 경우 그 자녀에게 채무를 상속하도록 돼 있다. 또 기존 저소득층 지원 방안 중 무상장학금 제도를 폐지하고 소득 7분위까지 있었던 이자지원도 폐지했다.

 

이는 기존 학자금 대출제와 비교할 때 저소득층에 불리한 내용이다.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무이자 혹은 1.5%~4%의 이자를, 상환 후에도 단리를 적용해 상환하도록 했다. 또 상환 의무기간이 최장 25년이고 자녀에게 채무 상속도 되지 않는다. 상환율도 10% 이하로 ICL 제도(상환율 20%)보다 상당히 낮다.

 

이근웅 한국외대 총학생회 당선자는 이와 관련, "대학생들이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취업부터 되어야 등록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정부가 2년 전 반값 등록금 공약과 같은 헛된 말로 우리를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 "취업 후 상환제 수정할 시간 없다면 시행 유예해야"

 

대학생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현재 이 문제를 놓고 교과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ICL 제도 시행방안을 새롭게 디자인하지 않는다면 예산과 법안 모두 상정시킬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의원들은 특히 ICL 재원대책이 부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정부가 ICL 시행을 위해 교과위에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은 정부의 지급보증 동의 하에 자기자본비율에 상관없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 "정부가 이번 ICL 관련 예산으로 장학재단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지원 등에 3395억여 원만 배정한 상태"라며 "나머지 재원에 대해 전적으로 채권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의 자본금은 연말 기준 약 1천억 원으로 ICL 제도 시행을 위한 자본금 9천억 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반값 등록금 공약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표를 얻어낸 이명박 정부가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등록금 대책을 내놓았다"며 "학생·학부모들이 평생 빚쟁이로 살아가든, 수조 원의 채무를 떠안든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안 의원은 "시행방안을 새로 수정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내년 시행 예정인 ICL 제도 대신 기존 학자금 제도를 그대로 시행하고 1년에 걸쳐 여유 있게 국회와 학생·학부모들이 다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학생들까지 볼모로 잡아 속도전으로 ICL을 시행하려고 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 #교육과학기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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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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