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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시종합복지관장인 백남해(43·요한 보스코) 신부가 소설 <부스러기 성경 이야기>(도서출판 불휘)를 펴냈다. 천주교 마산교구청 주보에 지난 1년 동안 연재했던 단편소설 7편을 한데 묶어 낸 것이다.

 

예수가 살았던 2000년 전 시대 이야기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보면 마치 지금 시대를 말하는 것 같다. 사기꾼, 농민, 매춘녀가 등장하는가 하면, 예수의 제자 베드로도 나온다.

 

성경에 나오는 조연들의 이야기다. 백남해 신부는 소설에 대해 "카스텔라 빵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떠올리면 된다"며 "성경에 나오는 주연이 아닌, 이름없는 조연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백 신부는 "성경에 관한 이야기지만, 순 상상에 불과하다"며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시고, 화장실 변기 뚜껑에 올려놓으시고 심심할 때 그냥 편하게 읽어 달라"고 말했다.

 

소설집에는 단편 '나귀 등', '향유의 여인', '보리빵 아이', '희망의 포도원', '사마리아', '사마리아의 시몬', '황금닭'이 실려 있다. 소설 속에는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조연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0년 전이나 지금 시대 서민의 삶을 다뤄"

 

<부스러기 성경 이야기> 출판기념회가 지난 21일 저녁 마산 3․15아트홀에서 열렸다. 백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 대표와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 등을 지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그의 왕성한 시민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하권 몬시뇰, 박창균·박호철 신부, 이암(남해 화방사)·자흥(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 스님, 박광희 목사, 이순항·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사장,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임봉재 가톨릭농민회 회장, 최정규 시인, 강병기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순항 전 사장은 축사를 통해 "성서 공부가 없는 사람이 읽으면 인생의 참고서라는 강한 인상을 받은 책"이라면서 "이 책을 통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차정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평을 통해 "평신도가 신부님의 글을 평가하는 셈이라 부담스럽다"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예수와 농민, 매춘녀, 사기꾼 등을 보면 지금 이 땅에 사는 서민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서민은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늘 일어나는 사람들"이라며 "인간 본연의 진실이나 감동은 풍요가 아닌 곳에서 일어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2000년 전이나 지금도 부자는 더 많은 돈을, 권력자는 더 많은 권력을 얻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암 스님은 "전두환정권 때 종교인협의회를 같이 하면서 백 신부와 인연을 맺었는데, 백 신부는 농담을 자주 했다"면서 "회의에 조금 늦으면 전화를 해서 '어디요. 오리무중이요 가는중이요'라 하거나, '서양중 동양중 모여 있으니 좋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암 스님은 "백 신부의 소설 제목이 '부스러기'인데, 삼라만불이 다 부스러기고, 부스러기 집합체다"라며 "습기가 있거나 어떤 작용을 하면 부스러기는 모아지면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박오철 신부는 "며칠 전 백 신부가 전화를 해서 출판기념회를 하는데 축사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축사할 말을 써달라고 했다, 써 왔는데 보니까 7자만 있었다. '자기비하 썰렁맨'이었다"고 소개하며 웃었다.

 

이어 박 신부는 "백 신부는 시민운동가와 사회복지업에다 이제는 소설가가 되었다, 다재다능하다"면서 "소설은 유리거울 같다는 말이 있는데, 공감한다, 백 신부의 소설을 읽어보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고, 잘 살라고 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남해 신부는 이번 소설의 판매 수익금 전액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태그:#백남해 신부, #성경, #천주교 마산교구, #열린사회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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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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