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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정보통신(IT) 주요 신제품들의 국제적 테스트 베드가 된 지 오래되었다. 처음에는 칭찬으로 알았다. 한국처럼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가 없다고 말한다. 인구의 대다수가 네티즌이고 핸드폰 사용자고 또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도 도처에 즐비하다. 한국에서 팔리면 세계 어느 나라에 내어 놓아도 승산이 있단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어차피 테스트는 필요하고 이왕 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하고 제대로 배우면 된다. 우리에게 남는 것이 있으면 된다. 그러나 그게 다다. 테스트가 끝이다. 남는 것이 없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IT는 하루 아침에 성장하지 않는다. 지속적 성장
을 위해서는 기초 기술에 대한 중단 없는 지원이 이루어져 하고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그 잃어버렸다던 10년 동안 IT에 대한 중단 없는 지원 덕에 그래도 지금 이 정도까지 온 것이고 그 십년 동안 성취한 민주화 덕에 콘텐츠의 활성화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특히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방송과 통신은 이제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 휴대폰은 더 이상 통신만을 위한 기기가 아니다. 네트워킹을 통해 전달되는 수많은 콘텐츠가 핸드폰 위에서 보여지고 있다.

IPTV 역시 통신과 콘텐츠를 동시에 공급하고 있다. IT의 최종 표현물은 결국 콘텐츠다. IT의 기본 인프라가 구비된 지금, 최종적인 승자는 우수한 콘텐츠의 확보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불온함을 속성으로 한다. 시인 김수영이 말했듯이 "모든 살아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창의력은 기성 세대에 대한 반란에서 출발한다. 좋은 콘텐츠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불온함이 소통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콘텐츠 역시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에 지시에 의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 수 없느냐"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의 결과물인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콘텐츠는 문화의 산물이고 문화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의 결과물이다.

사회 구성원, 즉 시민들의 의식이 장애 없이 소통될 때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그 위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결국 콘텐츠는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 표출이 수준 높은 문화로 연결되고 그 결과물이 '돈도 되고 질도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콘텐츠는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문제는 그 콘텐츠를 소통시키는 것이다. 아니 소통 시킬 필요가 없다. 알아서 소통하니까, 그저 소통을 방해하지나 마라. 그냥 놔두면 된다. 그러면 여기 저기 도처에 존재하는 작은 콘텐츠들이 모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말해도 된다.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 수 없느냐" 그저 맘 좋은 테스트 베드 타운이 돼서 남의 것을 구경하고 끝나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불통의 사회가 되어 다른 나라가 유비쿼터스를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은 아주 '많이' 슬픈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활정치연구소, #생활정치, #IT산업, #닌텐도,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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