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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그분이 찾아 왔다.  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로 알려진 한 남자의 선행이 10년째 이어졌다. 전주시민들이 매년 이맘때면 40대로 짐작되는 남성의 선행 소식을 기다릴 만큼 그의 선행은 지역 화젯거리다.
 
 
'얼굴 없는 천사', 10년째 몰래 후원...올해도 8천만원 보내와

 

12월 28일 오전 11시 55분, 전주시 노송동사무소에 한 중년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동사무소 인근 세탁소 옆 공터에 박스(A4용지 박스)를 가져다 놨으니 가보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끊었다.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순간적으로 '얼굴 없는 천사'라는 것을 직감했으나 짧은 한마디가 그가 남긴 전부였다. 직원들이 공터에 황급히 달려갔을 때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 쪽지 하나가 들어있는 작은 박스만 있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놓고 간 돈은 돼지저금통에 담긴 동전 26만 5920원과 1만원 권 및 5만원 권 현금 8천만 원 등 총 8026만 5920원이라는 큰 돈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그가 남몰래 놓고 갔던 기부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지난해 2038만 원 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얼굴 없는 천사'는 자신의 존재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연말 1주일 전쯤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성금을 남몰래 놓고 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전달한 기부액은 1억 6천만 원 이사이지만, 지난 10년간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박스 안에 남긴 작은 메모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입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셨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든다는 표현을 쓴 것을 미뤄볼 때 어렵게 어머님이 모아 물려준 유산을 유지에 따라 이번 기부액에 보탠 것으로 추정된다.

 

선행은 해피 바이러스처럼...제2, 제3의 '얼굴 없는 천사' 속속 등장

 

동사무소 측은 이 성금을 불우이웃들에게 쓸 예정이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고자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의 기념 표지석을 제작해 조만간 노송동사무소 옆 화단에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이런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해피 바이러스처럼 전파되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기 1시간 30분 전에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80대 노인이 100만원 권 수표 30장이 들어있는 3천만원 봉투를 직원들에게 건네며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사무실을 황급히 떠났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진안읍사무소 현관에 밤새 익명의 기부자가 쌀 50포대와 '어려운 분들을 도와달라, 많이 못 드려 죄송하다'는 메모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했다.

 

시민 최정훈씨는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수천만원의 돈을 남모르게 기탁하는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따뜻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얼굴 없는 천사들이 이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나눔과 베품'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태그:#얼굴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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