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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그 푸르름을 자랑한다
▲ 보성 다원 겨울에도 그 푸르름을 자랑한다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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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본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아득한 옛날 옛사람들은 태양이 사라지면 어두워지는 것 때문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래서 석양이 되면 태양이 지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태양이 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태양이 지고 나면 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안정을 찾아갔다. 자연의 질서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의 두려움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불빛이 귀하던 시절, 어둠은 두려움이자 공포였다. 지금처럼 스위치만 올리면 환해지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다. 전기가 없던 시절이라 호롱불을 켜니 방만 나서면 사방이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그러다가 전기가 들어오자 온 세상이 밝아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교과서에는 "전기는 우리의 마음까지 밝게 해줍니다"란 글이 있었는데 참으로 실감이 났었다. 전기가 들어오자 마음까지 밝아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게 된 것은 불을 가지게 되면서부터가 아닌가 한다.

불빛은 어둠과 함께 공존한다. 낮 동안 보이지 않던 불빛은 어둠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그 존재를 드러낸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존재는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일상의 생활에만 이용할 줄 알았던 빛을 축제로 사용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

빛은 우리 생활에 활력을 준다. 일상생활에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빛이 있고 없음에 하루의 움직임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그 빛을 이용하여 전국에서 빛의 축제들이 한창이다. 서울 불빛축제부터 포천 불빛축제, 가평 불빛축제, 대전의 불빛축제 등 사방에서 빛의 축제들이 휘황찬란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축제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에서 각종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 사계절 변치 않는 푸르름이 장관인 보성 녹차밭의 겨울밤 아름다운 빛의 축제도 있다.

드넓은 다원에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 보성 다원 드넓은 다원에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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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녹차 생산량 40%를 차지하는 보성은 녹차 생산지로 녹차는 해양성기후와 대륙성기후가 맞물리고 사질양토에다 강수량이 많아야 하는데, 보성의 차밭은 1939년 무렵에 이 같은 조건들을 모두 갖춘 활성산 자락 일대에 30㏊가 조성된 후 그 면적을 점차 확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언젠가 모임에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제주도 가이드는 이렇게 커다란 다원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제주에 있는 작은 녹차밭이 대단한 것처럼 소개해 속으로 웃었던 적이 있다. 그는 보성다원을 알지 못하니 그랬을 것이다.

여기다 요즘 들어서는 녹차의 효능이 현대인의 건강과 미용에 특효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웰빙 열풍이 더해지면서 녹차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차 재배 농가가 점차 늘어나, 2006년 말 현재 보성군은 1285농가 1023ha의 차밭에서 전국 생산량 40%의 녹차를 생산하고 있다.

보성 다원은 오랜 역사와 함께 최대의 차 생산지이며 차 산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 속에서 지난 1985년 5월 12일 "다향제"라는 이름의 차문화 행사를 활성산 기슭의 다원에서 국내 최초로 개최, 차의 풍작을 기원하는 다신제와 차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아가씨 선발 등의 각종 행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봄이면 연둣빛 새싹이 가슴 설레게 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곳에서 이제는 색다른 축제인 빛의 축제가 열려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했던 다원이 어두워지자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점등은 저녁 6시부터 시작되어 자정까지 계속되었다.

주렁주렁 열린 은하수 터널
▲ 소망카드가 주렁주렁 열린 은하수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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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을 기다리고 있다
▲ 보성 다원 점등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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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이 시작되었다
 점등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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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여 개의 형형색색 은하수 전구와 LED 조명을 이용하여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대형트리', 눈꽃이 내리는 듯한 '은하수 터널', 그리고 사랑을 고백 할 수 있는 '사랑의 포토 존'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며 소망카드 달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되어 있어 누구든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산 위와 산 아래에 동시에 펼쳐진 장관
 산 위와 산 아래에 동시에 펼쳐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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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의 새로운 모습이 가슴 뛰게 한다
▲ 찬란한 광경 녹차밭의 새로운 모습이 가슴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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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터널에 소망카드와 함께 별이 쏟아진다
 은하수 터널에 소망카드와 함께 별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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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푸르른 빛을 잃지 않는 넓은 차밭에 불빛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불빛들은 별처럼 빛났다. 빛의 터널은 마치 별이 쏟아지는 은하수 같아보였다. 그 길을 걷고 있는데 사방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다. 마치 하늘의 별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니 딴 세상 같아 보였다.

추위를 녹여주는
▲ 포장마차 추위를 녹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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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렇게 생활이 아닌 예술로 활용할 줄 아는 아이디어가 별처럼 빛나 보인다. 마치 동화 같아 보이는 그 찬란한 광경을 바라보는 것도 가슴 설레게 하여 무척 아름답다. 그러나 온통 전깃줄을 덮고 있는 차나무들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안쓰럽다. 제대로 자라는데 지장이 없을지 내내 걱정스럽다. 또한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난방으로 전기소비가 많아 전력공급에도 차질이 있다고 하는데 걱정이 겹친다.

덧붙이는 글 | 보성 녹차밭 빛의 축제는 1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태그:#보성녹차밭, #빛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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