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린이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을 기억하는가. 1990년부터 1991년까지 KBS 2TV가 미국 중개업체를 통해 배급·방영한 1989년 작 멕시코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멕시코산 드라마인데다 어린이 드라마였음에도, 이례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멕시코 본국 및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방영 당시 대대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방영 당시, 멕시코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개성 만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어린이 드라마임에도 빈부 격차와 인종차별 등 무거운 소재도 설득력 있게 다루는 점이 매력 포인트. 특히 새로 부임한 교사 '히메나 선생님'은 범상치 않은 외모는 물론이고, 자상한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했다.

한국형 학교사회복지법안

'히메나 선생님'의 자상함은, 한국 학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들에게 인권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보다 '경찰'을 찾는 우리네 학교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월 4일(목) 이주영 의원(한나라당, 마산갑)이 대표 발의한 '학교사회복지법안'은 그래서 눈에 띈다. 이 의원이 이번 법안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점도 "제2의 가정역할을 하기 위한 복지시스템을 학교 현장에 최초로 갖춘다는 점"에 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학교사회복지전문인력을 가정 및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복리증진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민간에서 유사사업을 주도적으로 지원해 온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학사협, 회장 전구훈)도 "학교 현장을 적극 지원하고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 달성과 학생복지 실현을 위한 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기대

학사협이 밝힌 우리나라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역사는 1990년대 초반부터가 시작이다. 하지만 그간 진행 형태는 일시적인 시범사업으로서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학교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라미영 학사협 부장의 지적이다. "사회복지사가 학교 안에 상근해 학생복지 및 교육복지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 이런 상황이니, 학사협으로선 이주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사회복지법안'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녀의 말대로 현재 교육기본법 제27조는 학생들의 건강과 복지증진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법적 뒷받침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특히 초·중등교육법에는 초·중등학교 교직원으로 교장, 교감, 교사, 직원 외에 다른 전문인력을 둘 수 없게 돼 있어 사회복지사가 학교 안에 상근하며 학생복지 및 교육복지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 이주영 의원 역시 이런 상황을 제안이유로 붙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히메나 선생님'을 볼 수 있을까

학사협은 이번 법안 발의를 두고 "학생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학교, 가정 및 지역사회 등의 책임을 규정하고, 학교사회복지전문인력의 배치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학교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찾게 됐다"며 고무돼 있는 상태다. 학사협이 이번 법안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한국형 학교사회복지사업의 발판"이기 때문이니,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히메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사회복지법안 주요내용
이주영 의원이 발의한 학교사회복지법안에 따르면 주요시책을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중앙과 지역에 둬야 하며('중앙학교사회복지위원회', '지역학교사회복지위원회'), 교육감이 학교사회복지 실시학교를 지정하면 교육과학부장관 및 시·도지사가 이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위원회는 ▲학교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장기발전방향 ▲학교사회복지기본계획 수립과 시행 ▲학교사회복지 관련 제도 및 예산 ▲학교사회복지증진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학교사회복지전문인력 배치 계획 및 조정 ▲학교사회복지사업에 관한 교육 및 평가 등을 수행하며, 학교사회복지전문인력은 학교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로 학교 내 상근을 통해 전문적인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구체 업무는 ▲학생인권옹호 사업 ▲개별사회사업, 집단사회사업, 가족지원 등 ▲사례관리 ▲지역사회자원연계, 조직화 및 동원 등이다.


태그:#학교사회복지법안, #이주영, #천사들의 합창, #히메나, #전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언론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아들 아빠입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분배 행정과 재분배 역학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민중의소리' 전직 기자로 전용철 농민열사 국과수 부검현장을 기자로서 유일하게 취재했고, WTO홍콩각료회의 원정투쟁 현장 취재로 제2회 인터넷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