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광주시민이 뽑아야 하는데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서..." 3선 포기 

민주당 광주광역시장 경선이 급격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3선의지를 불태우던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18일 오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단일화에 합의한 이용섭·전갑길 후보는 18일 오후 이용섭 의원으로 단일화를 이뤘다. 정동채·양형일 후보도 17일 오후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로써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강운태 의원과 이용섭 의원, 정동채·양형일 단일후보 등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여섯 후보가 치열하게 각축하던 경선 판이 3자 대결 구도로 전환한 것이다.

박 시장은 18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그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까닭은 "광주시민이 시장 후보를 뽑아야 하는데 서울 사람들이 광주로 내려와서 후보 선택권을 갖는 것은 광주시민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는 시민공천배심원제에 대한 비판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박 시장은 "경제가 살아야 시민이 산다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강한 결단과 추진력 때문에 때로는 밀어붙이기식이니, 독선적이니 하는 지적도 받았지만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로 자신에게 덧씌워진 '독단·독선의 리더십'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거취문제와 관련해 "남은 임기 동안 시정에 전념하고,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강운태 의원과 연대설에 대해서 "강 의원과 어제(17일) 만나 시민배심원제의 부당성에 대해 공감을 했다"고는 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특정 후보와 결부시키는 시각이 있으나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할 입장이 못 된다"며 선을 그었다.

단일후보 된 이용섭 "강운태, '애들 보채기 정치' 언제까지 할 건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약속했던 이용섭 의원과 전갑길 예비후보는 18일 오후 "이용섭 후보로 단일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광주시장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용섭 후보가 앞섰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단일화 결정 이후 <오마이뉴스>가 공공데이터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이용섭 의원이 전갑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의원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짐에 따라 전 후보는 "'경선준비위원장'으로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이용섭 후보의 광주시장 당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동지로서 신뢰는 놓아본 적이 없었다"면서 "상생·통합적 리더십과 혁신적 리더십을 가진 우리 두 사람을 필두로 한 '새로운 세력'들이 광주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일후보가 된 이 의원은 강운태 의원의 최근 행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강 의원이 박 시장과 오찬을 함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지 운운'하는 것은 선배가 고심에 찬 결정을 하는 것조차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자 이용하는 것으로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또 "강 의원이 '당심이 있냐'고 당 대표에게 물어보고 와서는 '당심은 없다고 한다'는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애들 보채기 정치'"라면서 "강 의원은 언제까지 '애들 보채기 정치'를 할 거냐"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강 의원이 17일 기자들에게 출처불명의 여론조사 결과물을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근거도 없는 여론조사 결과물을 내놓고 마치 중앙당의 조사인 것처럼 발언하고 상대 후보 측의 수치까지 공개한 것은 변칙이고 편법이다"며 "자질과 인간적 성숙도가 뛰어난 폭넓은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양형일·정동채 두 예비후보도 단일화 합의... "2012 정권교체 교두보 마련해야"

양형일·정동채 두 예비후보도 17일 늦은 오후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두 후보는 "그동안 광주정신 구현과 광주발전 방향에 대한 인식을 일치시켜 왔다"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여 2012년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낼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과 절박함을 공유해 왔다"고 단일화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두 후보는 "광주가 어떻게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는지 그 해법을 마련하고, 새로운 광주, 잘사는 광주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저희들이 힘을 합쳐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정지역의 연합이 아니라 광주시 전체를 어우르고, 범민주개혁세력을 포용하는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세계 속에 도약하는 광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가 '특정지역의 연합'을 거론한 것은 자신들보다 앞서 후보단일화를 실현한 이용섭·전갑길 후보가 광산 지역 출신임을 은근히 부각시켜 이와 대비(對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18일 오후 현재 두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후보단일화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 설문문항을 갖고 이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여론조사 이틀 전 선관위 신고 등 일정을 감안하면 두 후보의 단일화 결과는 다음 주 초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3선 출마포기 선언과 후보들의 단일화로 전선의 각이 더 분명해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경선 레이스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 후보 진영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