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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은 멀리서 온 저에게 선물이라며 소금 연주를 해주셨습니다. 아리랑을 연주했는데 연주가 좋았습니다. 두루두루 참 멋지게 살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 도인의 소금 연주 도인은 멀리서 온 저에게 선물이라며 소금 연주를 해주셨습니다. 아리랑을 연주했는데 연주가 좋았습니다. 두루두루 참 멋지게 살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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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 최 도사님도 한 번 취재해 가라."

저는 명상이나 마음 공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영덕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참선 생활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가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거기도 한번 들러 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4일부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로부터 계속 고용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습니다. 원청 사정에 의해 어쩔수 없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목숨 내걸고 싸울 수도 있었지만 당장에 가족의 생계가 더 걱정인지라 조용히 물러나는 쪽으로 정리했습니다.

지난 3월 15일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출근도 할 일이 없고 오라는 곳도 없는 상태라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마음 정리도 하고 시골로 귀농하는 것은 어떨지 탐사를 해보고자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아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지라 우선 카페를 통해 알게된 분을 만나러 가보기로 하고 출발했습니다.

카페에 등록된 곳을 탐색하고 가서 만나볼 분을 수소문했습니다. 그 중에 눈에 뜨인 것이 바로 흑곶감이었습니다. 색다른 곶감이고 처음 접하는 곶감이라 한 상자 주문해서 사먹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사먹은 곶감과는 또다른 별미로 맛이 좋았습니다. 곶감을 좋아하는 저는 흑곶감에 매료되었고 친환경 흑곶감을 만드는 농부를 찾아 가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갈 곳의 지명이 완주였습니다. 가본 일이 없어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카페 회원님을 통해 쪽지로 물어보고 가는 방법을 알아 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후 도착한 그곳은 온통 감나무였습니다.
▲ 완주 오복마을 흑곶감 농부집 오랜 시간이 지난후 도착한 그곳은 온통 감나무였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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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울산서 전주로 갔습니다. 4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전주서 다시 고산행 버스를 타고 경천 면사무소 앞에서 내려 다시 산골로 들어 갔습니다. 어렵게 찾아가 이틀 밤을 지새며 흑곶감 농부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농사 체험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경북 영덕에 사는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여동생은 울산에 살다가 영덕으로 가서 시골살이를 한 지 10여 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나름 시골살이를 터득해가며 잘 버티며 지금까지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 여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입니다. 영덕 산속에 마음공부하며 사는 도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흑곶감 농장에서 영덕으로 향했습니다.

흑곶감 농부는 현재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작년 흑곶감 만든 것을 200상자나 사기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요. 서울서 잘 아는 사람이 200상자 만들어 보내 달라고 했답니다. 아는 사람 부탁이라 기쁜 마음으로 정성들여 200상자를 만들어 보냈는데 그 후 연락이 없더랍니다. 전화도 불통되고 찾아가 보았지만 이미 이사 가버린 후였다고 합니다. 최상급 흑곶감 한상자에 6만5000원 하니 200상자면 1300만 원이나 됩니다.

시골 농부에겐 엄청 큰 손실이 아닐수 없습니다. 정말이지 저도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속이 상했습니다. 혹곶감 농부는 시를 좋아하며 살아가는 순수한 분이셨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5만 원짜리 다섯 상자를 팔아 드리려고 묶어 들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곶감이 보기보다 꽤나 무거운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온통 상처 투성이인 그분의 손이 마음에 남습니다. 도인의 집은 길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더 높은 산속에 만들어진 흙집 한옥 입니다. 군불로 방을 따뜻하게 합니다.
▲ 일하러 걸어 나오는 도인님 온통 상처 투성이인 그분의 손이 마음에 남습니다. 도인의 집은 길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더 높은 산속에 만들어진 흙집 한옥 입니다. 군불로 방을 따뜻하게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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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어깨엔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한손엔 흑곶감 5상자를 들고 흑곶감 농부가 계시는 오복마을을 떠나 다시 전주로 가서 대구를 거쳐 영덕에 도착 했습니다. 아침 9시경 출발했는데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영덕에 도착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는것보다 더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그래도 도인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견디며 갈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19일 금요일 오전 9시경 여동생을 따라서 산속으로 갔습니다. 차량이 다니는 큰 길에서 옆으로 복숭아밭이 있는 길로 들어 갔습니다. 모두 바빠 차량이 없다고 걸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차량이 다닐수 있도록 바닥이 깔려 있었지만 계속 걸어 들어가니 울퉁불퉁 비포장길이 나왔습니다. 길 옆으론 온통 복숭아밭이 계속 펼처져 있고 길을 따라 골짜기엔 큰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멋진 절경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작은 마을이 더러 있었고 드디어 도인이 계신다는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분은 민속죽염이란 상호를 붙인 죽염을 구워 팔며 도를 닦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거기서 포장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오빠가 선생님 취재하러 왔데요. 살아온 이야기 좀 해주세요."

여동생은 그렇게 말하고 작업장으로 가버렸습니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은 최태규라고 하는데 그분은 자신을 '청산노옹'이라 소개했습니다. 저는 한자를 잘 몰라 청산노옹이 뭐냐 물었더니 도인님은 '푸른 산속에 사는 늙은 아비'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아비는 누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정신적 스승을 가리킨다 했습니다. 저는 여러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도인님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언제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되었나요?
"스물여덟에 들어 왔으니까 벌써 24년이 되었네요. 저는 아무것도 없이 이곳에 들어와 살았지만 뭘 해도 먹고 살 자신이 있었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정신세계에 남다른 관심이 많았지요. 그러나 공부는 별로 관심 없었어요. 농업 관련 고등학교를 마친 게 다입니다.

저는 놀고먹는법을 연구 했지요. 도시에 살면서 직업에 얽매여 사는 건 영혼을 죽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충분히 놀면서 고요히 생각하는 것에서 지혜가 싹트지요. 자연의 법 대로 살면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요. 저는 많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봐요. 배우려는 건 모자르기 때문이지요. 많이 배울수록 모방의 삶을 살 뿐입니다. 그렇게 멍하니 살지말고 생각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해요. 일찍 자고 쉬어야 생각이 올라 옵니다. 욕심이 많으면 불안지수만 높아집니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합니다."

-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되게 사는 것일까요?
"인생을 잘못 사는 것은 훌륭한 영적 스승을 못만났거나 잘못된 알음알이 때문이지요. 돈과 학벌에 기죽는 세상입니다. 잘 사는 인생은 훌륭한 영적 스승에 조언을 받거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찾아 그 가치관을 배우는 것입니다. 일반 의식구조는 큰 것, 많은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는 올바른 삶을 살수가 없지요. 필요한 만큼만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 선생님은 어떻게 살아 오셨나요?
"저는 의식이 깨어있는 삶을 살아 왔습니다. 자기 영혼을 갈고 닦는 것에 목숨 걸고 치열하게 살아 왔지요. 소유한다는 건 착각입니다. 내 몸도 내것이 아닙니다. 허물어지는 모든 것은 내 것이라 할 수 없지요. 인간의 육신도 아프고 나이 들면 바로 허물어지고 맙니다. 그러니 내 것이라 할수 없지요. 우린 잠시 빌려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몸도 이 지구 환경도 말이지요. 빌렸으니 소중히 생각하고 잘 쓰다가 빌린 곳에다 도로 갔다 놓고 가야 합니다. 그러니 내 몸과 마음도 함부로 대해선 안됩니다. 물론 지구라는 별도요."

도인님은 이야기 하다말고 시를 하나 읊으셨습니다.

누덕누덕 기운 옷
헝겁 대어 기운 옷
밥그릇 몇 개
평생의 풍족한 잠
무얼 더 바라리

빗소리 듣는 깊은 집
인접 드문데
바람부는 창에 기대어
빙그레 미소짓네

이 시는 어느 참선하시는 분이 지은 시라고 했습니다. 산골 깊은 집에 홀로 살면서도 웃음 지을수 있는 사람이 돼라고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 저는 직장 잃고 오라는 곳도 갈곳도 없어 시골에 가서 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 벌려고 귀농하면 절대 실패하고 맙니다. 돈에 의지하지 말고 쌀 몇자루로 만족해야 해요. 억지로 만들려는 삶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되도록 자연스럽게 만드는게 지혜로운 삶 입니다. 행복은 생각에 있는 것이지 돈과 학벌에 있지 않아요. 그리고 노동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신이 뭔가 부족하다 해서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위대한 존재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위대한 것입니다. 먼저 그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 여동생에게 들어 알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는 분들의 건강을 많이 회복시켜 주셨다던데요?
"네. 그랬지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곤 하지요. 저는 그분들에게 그냥 여기서 푹 쉬라고 말하지요. 저는 산속에서 참선 생활하면서 스스로 건강해지는 법을 터득했어요. 질병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치료하지 않고 저절로 낫게 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의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터득한 심신건강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제 말을 듣고 실천만 하면 누구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진리는 본래가 복잡하지 않아요. 아주 단순하지요. 그 단순한 진리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으니 몸과 마음에 아픔이 스며 드는 것입니다."

- 그럼, 현대인에 맞는 건강관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생명에너지를 아끼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요. 하지만 먹고사는 데 온 신경이 다 가 있으니 심신의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현대인은 대부분이 생활습관이 잘못되어 병이 오지요. 생활습관만 고치면 자동으로 건강이 회복되게 되어 있어요. 생명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일하고 먹고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는 대신에 노는 법, 쉬는 법을 터득해 보세요. 그러면 그 어떤 질병도 다 저절로 낫게 되어 있어요. 생명엔 자연치유의 힘이 내포되어 있슴을 알아야 합니다."

도인님은 또 얼굴은 내장 기운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성형수술 따위는 하지 말라고 권장합니다. 아름다워지려면 마음을 어질고 착하게 가지며 생명 에너지를 밝고 자신감 갖고 사는게 훨씬 유익하다고 했습니다. 성형보다는 마음을 바꾸는 게 더 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생명 에너지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으니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라고 말합니다. 얼굴이 뭐냐고 물어 모른다고 하자 얼굴은 얼이 담긴 굴이라 하시며 얼굴이 어두우면 일류대를 나와도 성공할 수도 없거니와 잘살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이 밝고 활기차면 초등학교만 나와도 잘먹고 잘산다고 했습니다.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면의 지혜습득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저는 이제 제가 터득한 삶의 지혜를 인연이 닿는 분을 만나면 알려주고 싶습니다."

도인님은 얼마전부터 소금을 배우고 있다며 한번 들어 보라 했습니다. 그분은 너덜너덜한 하얀색 옷을 입고 머리엔 자신이 만들었다는 쪽두리를 머리에 올리고 소금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소금을 부는 도인님은 참으로 진지했습니다. 아리랑을 연주했는데 초보 수준 치고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소금을 부는 도인님의 손을 보았습니다. 손은 아주 투박하고 손가락 마디마다 상처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상처가 많았습니다. 도인님은 노동을 쉼으로 놀이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도 껄껄껄 잘 웃는 도인. 몸과 마음이 지쳐 온 사람들에게  쉬고 놀다 가라며 기꺼이 빈 방을 내어주는 도량 넓은 도인. 인류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걱정하며 깊은 산속에서 재미나게 살고있는 도인. 그런 분이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가끔 찾아 뵙고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곳은 도인 전용 해우소입니다.
▲ 이곳이 어디일까요? 이곳은 도인 전용 해우소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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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인, #흑곶감, #민속죽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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