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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2가 성곡미술관 입구에 붙은 김동유전 포스터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 입구에 붙은 김동유전 포스터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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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이중그림(figure 2 figure)전'이 오는 4월 28일까지 성곡미술관(관장 김인숙)에서 열린다. 김동유는 2005년 홍콩크리스티에서 '반 고흐'가 8800만 원, 2006년 '마릴린 먼로&마오'가 추정가의 25배인 3억2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화단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화력도 벌써 25년이 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1기(1987-1998년) 다양한 구상화 탐색기, 제2기(1999-2004년) 점으로 만드는 이미지 집적과 반복기법, 제3기(2005년~) 이후 얼굴 오마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그의 궤적과 달라진 화풍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구도자의 깊이가 느껴지는 예술세계

그림 앞에서 선 작가 김동유. 어제까지도 그림에 몰두한 얼굴이다
 그림 앞에서 선 작가 김동유. 어제까지도 그림에 몰두한 얼굴이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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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훤칠한 키에 섬세한 감각을 지니면서 열정과 집념이 넘쳐 보인다. 눈빛에는 광채가 나고 미소는 잔잔하다. 그의 작품은 천재 예술가의 광기보다는 구도하는 자의 종교적 열정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지독한 그리기'라니 이번 전 주제는 가슴에 와 닿는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시냇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천여 개의 작은 얼굴이 모여 하나의 대형 초상화가 된다. 흔히 초상화에서 보는 선의 세밀한 터치로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묘사하는 것과는 달리 여기선 알 수 없는 강력한 그 어떤 위엄이 분출한다. 이런 형식이 태어나기까지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의 회화방식은 얼굴로 대상그리기

'얼굴연구' 유화 145×112cm 1986
 '얼굴연구' 유화 145×112cm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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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작품인 '얼굴연구'라는 작품에서 보면 옷도 머리도 사람의 얼굴로 그렸다. 이런 개념은 이 작가에게는 태생적인 것일지 모른다. 나중에 이것이 얼굴로 얼굴을 그리는 것으로 도약하지 않는가. 이 작품은 아직 습작기에 속해 그런 개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피를 흘리는 괴물처럼 보인다. 그냥 얼굴이 아니라 변혁기 억압적 상황에서 사회적 연대를 피력하는 그런 풍이다. 그래서 시대의 어둠에 그을린 얼굴 같다. 당시는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현실주의미술이 유행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실험적 중복기법으로 도약의 계기 삼아

'이중이미지' 아크릴물감 123×162cm 1997
 '이중이미지' 아크릴물감 123×162cm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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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 이미지' 유화 240×600cm 1997
 '복합적 이미지' 유화 240×600cm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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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발표된 두 작품의 특징은 바로 이중이미지 혹은 복합이미지다. 이런 점은 바로 2천 년대의 이중그림의 원류나 모태가 되지 않았나 싶다.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이 유행한 시기에 그 시대적 정서를 반영된 기법으로 짐작된다.

한국현대사에서 소비와 표현의 욕망이 크게 대두한 시기다. 앤디 워홀의 주특기인 반복이나 중복 그리고 위장 무늬가 이 작가에게도 또 다른 도약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 무지개를 볼 때 일으키는 시각적 착란과 다르지 않다. 한국적 신기(神氣)와 서구적 팝아트와 결합된 새로운 화풍이라 할 수 있다.

한국식의 팝아트에 도전한 그의 자화상

'초상화(자화상)' 유화 33×24cm 2002
 '초상화(자화상)' 유화 33×24cm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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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IMF를 넘기고 2천 년대에 들어오면서 그는 서서히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물론 위 작가의 자화상은 앤디 워홀의 영향을 입었으나 한국적 팝아트를 실험한 작품이다.

김동유는 시골에 은둔하다시피하며 25년간 그림만 그렸지만 글로벌한 감각은 놓치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고향의 지방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라 하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는 키운 건 교수가 아니라 바로 시골소년의 똥고집이었다. 결국 세계미술시장도 그를 인정한다. 

그의 인물화의 원류는 반가사유상(?)

'나비-불교' 아크릴물감 162×160cm 2003. '나비-반가사유상(보살)' 190×122cm 2003
 '나비-불교' 아크릴물감 162×160cm 2003. '나비-반가사유상(보살)' 190×122cm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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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화풍의 기원이나 원류에는 미륵불이나 반가사유상이 아닌가 싶다. 나비로 그린 반가사유상을 역시 김동유답다. 반가사유상은 종교를 떠나 한국인의 이상적 세계를 가장 품위 있게 표현한 수작으로 세계인이 찬사를 받을 만하다. 이런 작품을 어려서부터 본 그는 이를 기반으로 결국 마릴린 먼로 그림에까지 도달한다.

그의 초상화를 보면 물론 사람의 형상을 그렸지만 그 속에 작가의 고향 산천 예컨대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하늘을 백제 왕조의 완만한 구릉 등이 보이는 것 같다. 사람의 이목구비라는 것이 결국은 자연의 삼라만상을 모아놓은 작은 그림 아닌가. 이렇게 그가 창안한 이중그림에는 우주의 품과 인간의 혼이 담겨 있다.

김구 선생 얼굴에 파란만장한 한국사 농축

'김구' 유화 162×130cm 2005
 '김구' 유화 162×130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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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 파란만장한 한국사의 한 단면이 보인다. 그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격변기의 역사화 같기도 하다. 작가 나름으로 한 시대를 보는 정치의식을 읽을 수 있다.

초기작엔 물론 다채로운 색채를 구사했지만 이 시기부터는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색이 모노톤이거나 단색이다. 불교에서 색즉시공 말이 있는데 그의 색(色)은 공(空)이 된다. 그리고 그에게 서양화냐 동양화냐, 인물화냐 역사화냐는 문제가 안 된다.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라는 화엄사상에 근간을 둔 이런 독자적 회화방식은 세계미술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 서양의 이미지에 동양의 불교사상을 담은 셈인데 이런 발상은 역설적이면서 독보적인 김동유만의 발상법으로 받아지게 된다.

마릴린 먼로로 그린 마오, 부처로 그린 마릴린 먼로

'엘리자베스2세&다이애나, 제임스 딘&리즈 테일러, 다이애나, 마릴린 먼로&케네디, 마릴린 먼로&아인슈타인, 존 F. 케네디&마릴린 먼로, 김일성&마릴린 먼로, 박정희&마릴린 먼로, 체 게바라&카스트로, 이승만' 유화 2002-2009(시계방향으로)
 '엘리자베스2세&다이애나, 제임스 딘&리즈 테일러, 다이애나, 마릴린 먼로&케네디, 마릴린 먼로&아인슈타인, 존 F. 케네디&마릴린 먼로, 김일성&마릴린 먼로, 박정희&마릴린 먼로, 체 게바라&카스트로, 이승만' 유화 2002-2009(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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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릴린 먼로로 마오를, 부처로 마릴린 먼로를 그렸다. 극과 극이 통한다는 일종의 예술적 소통방식을 발굴한 셈이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박정희로 김일성을 그린 작품인데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것은 바로 'TV와 부처'를 같이 놓은 백남준에서 온 것이다. 서양인들이 절대로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작가는 이 점에 관해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먼로가 박힌 김일성 그림도 이데올로기 속에서만 생각한다면 그릴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예술은 할 수 있다. 이미지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못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에게 동서, 좌우, 남북이 없다. 그는 그렇게 동양의 중용과 화엄불교의 융합을 사고의 중심으로 삼는다.

최근 '구겨진 그림' 등 다양한 실험 시도하다

'구겨진 성모자상' 유화 162×131cm 2009(왼쪽). '구겨진 모나리자' 유화 162×131cm 2009
 '구겨진 성모자상' 유화 162×131cm 2009(왼쪽). '구겨진 모나리자' 유화 162×131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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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구겨진 서양명화 연작은 2천 년 이상 서양미술사에서 추구한 재현미술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이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일부러 구김으로써 그것을 넘어서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이 작가에게 세계미술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가 물으니 역시 자신의 손맛에 있지 않은가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렇다. 그의 정교하고 숙련된 솜씨는 이중그림으로 승화되면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위업을 달성했다. 거기에서 무슨 장르의 구분이나 경계는 필요 없다. 그는 이렇게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로 나아갈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성곡미술관 www.sungkokmuseum.com 입장료 일반 5000원 학생 4000원
작가소개 1965 공주 생 1988 목원대미대 회화과졸업 1990 목원대 미대대학원(서양화)졸업



태그:#김동유, #지독한 그리기, #성곡미술관, #이중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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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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