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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단속카메라에 촬영되더라도 불빛을 반사시켜 자동차번호판 판독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품을 제작ㆍ판매하거나 이를 사용한 행위는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것일 뿐, 단속하는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페인트제조업자인 K(39)씨는 2005년 12월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장에서 과속으로 인한 무인단속카메라에 촬영되더라도 불빛을 반사시켜 차량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도록 하는 스프레이 제품 1200개를 제조해 자동차용품판매업자 Y(48)씨에게 1개당 9000원에 공급했고, Y씨는 이를 차량운전자들에게 1개당 4만5000원~6만 원에 판매했다.

차량운전자들은 과속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 제품을 구입해 번호판에 뿌리고 다니다 적발됐고, 이로 인해 K씨와 Y씨는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된 도로 위에서 위계로써 경찰의 정당한 교통단속업무의 방해를 돕기 위해 위 제품을 제조ㆍ판매함으로써 범행을 용이하게 방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인 인천지법 서창원 판사는 2007년 5월 위계공무집행방해방조, 자동차관리법위반방조 혐의로 기소된 K씨와 Y씨에게 각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서 판사는 "과속단속은 현장추적 등을 통해서도 가능해 단속 편의를 위해 설치된 무인단속기를 이용한 단속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스프레이를 뿌려 번호판의 식별이 불가능ㆍ곤란하게 한 것은 허위의 증거를 조작한다거나 적극적으로 경찰관의 단속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며 공무집행방해방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자동차관리법상 누구든지 차량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해서도 안 됨에도 불구하고, 무인단속카메라에 촬영됐을 때 불빛을 반사시켜 차량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도록 하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들을 가볍게 처벌한다면 향후 유사제품의 양산을 막지 못해 무인단속카메라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위계공무집행방해방조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인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지상목 부장판사)는 2007년 9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차량번호판에 문제의 스프레이를 뿌리고 운행한 운전자들이 번호판을 알아보기 곤란하게 만든 행위는 단순히 금지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것이지, 위계에 의한 공무집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방조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자동차 번호판 반사 형광 스프레이를 만들어 판 혐의로 기소된 K씨와 Y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방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자동차관리법위반 방조죄만 물어 각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만약 어떠한 행위가 공무원이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유무를 충분히 감시해 확인하고 단속하더라도 이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면, 이는 위계에 의해 공무원의 단속업무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ㆍ단속을 피해 금지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공무원의 불충분한 감시ㆍ단속에 기인한 것이지, 행위자 등의 위계에 의해 공무원의 감시ㆍ단속에 관한 직무가 방해됐다고 할 수 없을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과속단속카메라에 촬영되더라도 불빛을 반사시켜 차량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을 차량번호판에 뿌린 상태로 차량을 운행한 행위만으로는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공무원이 통상적으로 충실히 직무를 수행했더라도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사용해 업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 제품을 차량번호판에 뿌린 상태로 차량을 운행한 운전자들의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 이상, 위 제품을 제조해 운전자들에게 판매한 피고인들의 행위 역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방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조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차량번호판, #반사 스프레이, #자동차관리법, #위계공무집행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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