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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받다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체력이 약해서 항암제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고, 폐와 복부에 물이 차고,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중환자실로 옮겨 신장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은 항암치료를 잠시 중단해야 합니다."

11살 몽골 소녀 첸드슈렌은 항암치료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악성 종양이 오른쪽 정강이 전체를 덮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올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의학지식이 없는 문외한도 곧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소녀의 부모는 항암치료를 통해 먼저 암 조직을 줄여놓고 나면, 다리를 절단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자식의 다리를 절단하지 않기 위해 집까지 팔아가며 한국에 온 첸드슈렌의 부모는 한 가닥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금방 회복될 것으로 기뻐하던 첸드슈렌과 그 부모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첸드슈렌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그 부작용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3일 중환자실로 실려 갔습니다.

오른쪽 다리가 종양으로 부풀어 있다.
▲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첸드슈렌 오른쪽 다리가 종양으로 부풀어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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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 실려 간 날부터 지금까지 첸드슈렌은 신장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 폐와 복부에 물이 차서 호흡이 자유롭지 못해 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온몸에 주사 바늘을 꽂고 눈까지 가린 상태로 누워있는 첸드슈렌은 호흡기를 부착하고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어버이날 중환자실에서 아이와 그 부모를 만나 보았습니다. 온 몸에 주사 바늘이 꽂혀 있는 아이의 발은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탓인지 온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의 발을 주무르며 첸드슈렌 엄마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빠인 잠발 역시 눈이 벌겋게 된 걸로 봐서 한참을 울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첸드슈렌 부모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던 집을 팔았고, 아이의 조부모와 동생은 지금 창고로 쓰던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첸드슈렌의 아버지 잠발은 러시아에 국비 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막노동입니다. 조경 일을 하는 곳에서 나무를 심고, 나무 가지치기를 한다고 합니다. 병든 아이 곁을 늘 지키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일을 하며,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유학까지 갔다 왔던 사람의 자존심은 자식을 위해 내던진 지 이미 오래됩니다.

잠발을 보고 있노라면 가시고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가시고기는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기 전까지 온 몸을 뜯기면서까지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며 알을 지킵니다. 그러다가 알이 부화해서 떠나면 돌 틈에 머리를 쳐 박고 죽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잠발은 딸아이가 중환자실로 들어간 후 말수가 적어졌습니다.

지난 4월 10일 입원할 때만 해도 항암치료를 며칠 받고 나서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항암치료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가졌던 희망이 이제는 절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버지 잠발은 두렵기만 합니다. 입원한 지 한 달이 다 되는 지금, 아이가 완치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중환자실로 들어간 이후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쌓여가는 병원비 문제도 문제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 점차 희미해지는 현실에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첸드슈렌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사이트
http://www.withgo.or.kr/
http://happylog.naver.com/migrant6644/rdona/H000000029975



태그:#몽골소녀, #항암치료, #병원비, #가시고기, #신장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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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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