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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그룹 애프터스쿨 멤버인 '유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유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십중팔구는 '꿀벅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꿀벅지'는 주로 '마른 허벅지가 아니라 탄탄하고 건강미 있는 허벅지'를 지칭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꿀(Honey)'이라고 하는 단어의 의미상 '탄탄하다' '건강하다'의 의미보다는 '달콤하다' '맛있다'라는 의미가 더 강하지 않는가. '꿀벅지'의 '꿀'을 '맛있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면? 정말 낯이 다 뜨거울 정도다.

 

 

한술 더 떠 최근에는 숨막히는 뒷태를 자랑(?)한다는 '엉짱' 화보는 아예 대놓고 엉덩이를 뒤로 내미는 민망하기 그지없는 포즈 일색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자연예인이라면 '얼짱'은 기본에, 요즘 대세라는 '꿀피부' '황금골반' 등 옵션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신조어도 모자라 신세경에게 붙여진 '착한 글래머'와 영화 '대한민국 1%'의 신인배우 이아이에게 붙여진 '전투벅지'에 이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처음듣는 단어인가? 만약 당신이 '얼짱'이나 'S라인', '쭉쭉빵빵' 등의 단어만 알고 있다면 외국인이거나 TV와 담을 쌓고 사는 고시생일 확률이 높다. 모두 신체의 특정 부위를 성적으로 부각시킨 속어들이다.

 

해도 너무한다. 오죽하면 지난해 천안의 한 여고생이 "꿀벅지라는 단어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므로 언론에서라도 사용하지 말게 해달라"는 제안을 여성부 홈페이지에 올렸을까?   

 

또 '몸매'하면 S라인의 여배우들을 떠올렸으나 요즘에는 남자 연예인들까지 '초콜릿복근' 'M라인' '구릿빛 근육남' '빨래판 근육' 등 특정부위의 몸매를 유달리 강조한다. 연예프로그램에 근육질의 남자출연자가 웃통을 벗어 제끼면 환호성을 지르는 여성출연자들의 모습이 이제 더 이상 낯선 장면은 아니다.

 

 

강남에 신축건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들어서는 것이 성형외과라고 하는 소문은 과장이 아니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라도 또 욕심이 생기는 것이 성형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러니 성형외과가 특수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총 450여 개 의원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그 중 200여 곳이 서울지역에, 특히 150여 곳이 강남에 분포돼 있다고 하니 소문이 아닌 사실인 셈이다.

 

여자연예인 트렌드는 섹시 코드가 주류?

 

그럼 '꿀벅지' '엉짱' 에 이은 다음 신조어는 무엇일까. 꿀발바닥? 슴짱? 등짱? 섹시벅지? 건강한 허벅지의 대명사인 '꿀벅지'나 탄력있는 엉덩이를 지칭하는 '엉짱'이란 말이 생겨난 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음을 일부 인정한다고 치자. 문제는 그런 성적대상인 여성 연예인들의 나이가 아직 한참 어릴뿐 아니라 신체의 특정부위만을 부각한다는 사실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80년대 '컴퓨터미인'으로 인정 받았던 황신혜, 90년대 소녀같은 앳띤 얼굴과 청순함으로 인기를 누렸던 김희선과 송혜교도 빼 놓을수 없다. 물론 당시에도 '청순' '소녀형' '서구형' 등 얼굴이 예쁘다는 쪽에만 치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컴퓨터미인'은 애교에 속한다. 당시 예쁜 얼굴이 미인으로 꼽혔다면 요즘에는 신체의 특정부위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엉짱' '꿀벅지' '착한글래머' '꿀피부' '황금골반' '전투벅지'... 모두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음식이나 사물에 비유한 이 신조어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평가한다기보다 이를 성적 대상으로 느끼고 동경함을 조장하는 데 있다.

 

공부는 뒷전, 첫째도 몸매 관리, 둘째도 몸매 관리

 

이런 신조어들로 인한 왜곡된 시각은, 이를 모방하고 따르려는 청소년들의 동경심으로 고스란히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얼마 전 여고 2학년에 다니는 예쁘고 통통한 조카 민지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요즘은 밥을 두끼만 먹는 애들도 많아요. 쌍꺼풀이 또렷한 동그랗고 큰 눈, 오뚝한 콧날, S라인을 가지는 게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른에게 건강미가 느껴진다는 말을 들으면 그건 욕이예요, 정말 치욕스럽죠. 저도 내년쯤에는 방학을 이용해서 꼭 성형할거예요."

 

객관적으로 외모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돋보이는 지성과 개성을 만들어야할 중요한 시기에, 벌써부터 전체적인 균형미보다 특정 부위에만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이 슬프기까지 하다. "여자연예인들이 예뻐 보이는 건 다 성형 때문이야. 난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개성이 넘치고 예뻐!"라고 확신할 수 있는 여성이 있다면 그나마 천만 다행일 뿐이다.

 

여성들이여, 애니메이션 '슈렉'의 관객이 되자 말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머리로는 마음이 아름다운 '쌩얼' 그대로의 피오나 공주를, 마음으로는 예쁘고 날씬한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를 더 바라고 있지는 않는가?

 

난 말라깽이에 엉덩이만 크고 허벅지만 번지르한 여자는 별 매력 없다. 저주받은 몸매라고 자책할지라도, 몸무게가 50kg가 넘을지라도, 하루 세끼 꼬박꼬박 다 챙겨먹더라도, 뭐니뭐니해도 성형 안 한 내 아내 몸매가 가장 예쁘다.

 

국민요정 마누라 포에버!!


태그:#엉짱, #꿀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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