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채구 장해(長海)의 현란한 물빛
 구채구 장해(長海)의 현란한 물빛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구채구 장해(長海)
 구채구 장해(長海)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오색영롱한  물빛 향연을 펼치는 114개의 호수

"황산을 보고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나면 다른 물을 보지 못한다"
(黃山歸來不看山, 九寨歸來不看山)

구채구는 9개의 티베트 동네가 있다고 하여 불리워진 이름이다.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에서 북쪽으로 약 435km 떨어진 구채구는 민산산맥 해발고도 2000m~4000m에 이르는 지역에 위치한 석회질의 카르스트 담수지대이다. Y자 모형으로 분기된 산골짜기에는 민산산맥에서 흘러나온 114개의 오색영롱한 호수와 수십개의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천하산수승재촉(天下山水勝在蜀. 蜀은 쓰촨의 옛 명칭)'이란 말이 있듯 대자연의 신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쓰촨성은 과연 '하늘이 내려준 보물창고'란 말이 전혀 어색치 않다. 중국의 국보를 넘어 세계인의 보물인 팬더곰의 85% 정도가 여기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듯싶다.

Y자 모양으로 나누어진 구채구는 입구에 수정구(樹正溝), 좌측 남동쪽에 즉사와구(則査와溝), 우측 남서쪽에 일즉구(日則溝)의 비경이 신선 세계가 재림이라도 하듯 현란한 물빛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구채구는 워낙 넓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야 한다. 셔틀버스는 한번 입장권을 사면 타고 가다가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자유롭게 탈 수 있다.

수정구에 이르니 벌써 오색영롱한 물빛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바람조차 정지한 호수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물빛이 면면히 흘러가고 있다. 승객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와아!"하는 감탄의 소리가 나온다. 중국을 수차례 여행을 하여보았지만 구채구의 아름다움엔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리사는 "오마이 갓, 원더풀!"을 계속 쏟아냈다.

"이곳은 지금까지 다녀본 중국 중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워요. 이처럼 고운 빛깔의 물을 본적이 없어요."

오! 저 파란 물빛! 어쩌면 저렇게 고운 빛깔을 빚어 낼 수 있을까?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현란한 물빛이 우거진 수풀 사이로 에메랄드 보석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날씨가 흐린 날도 마냥 같은 물빛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구채구의 물빛은 왜 파랄까?

구채구의 물빛은 왜 파랄까?

구채구 장해의 에메랄드 물빛
 구채구 장해의 에메랄드 물빛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물의 영혼처럼 보이는 구채구의 물빛! 구채구는 크고 작은 114개의 고산호수가 숲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 현지인들은 이 호수들을 바다의 아들 "해자(海子)"라고 부른다. 해자의 물은 투명하다. 너무나 투명해서 호수바닥에 있는 자갈이며 수초, 마른 나뭇가지들이 손에 잡힐 듯보인다. 물의 색깔 또한 변화무쌍하여 어떤 것은 푸른 보석 같고, 어떤 것은 녹색의 비취 같으며, 가끔 화려한 노란색의 물빛도 볼 수 있다.

구채구의 현란한 물빛은 대자연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빙하와 칭장판, 양쯔판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대부분 석회암, 혈암, 사암 등으로 이루어진 구채구를 빙하가 유빙이 되면서 여러 층으로 만들었다. 지층에는 카르스트지질(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과 지하수 작용으로 침식되어 원형으로 움푹패여 웅덩이가 된 땅)  특성이 있어 칼슘, 마그네슘, 탄산입자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 요소들이 물빛을 변화시켜 남색과 녹색의 반사능력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카르스트 지질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눈 녹은 물과 빗물 등에 반응을 하여, 탄산수소칼슘이 되면서 용해된다. 용해된 탄산수소칼슘은 빙하나 지각변동에 의해 생긴 층에 침전되면서, 보(洑-저수시설)를 형성하게 된다. 보에 물이 채워지면서 호수를 이루게 된다. 일부 호수들은 짙은 탄산수소칼슘 농도를 갖고 있어 물이 매우 맑아 종종 바닥이 아주 깊게 보인다. 호수는 수심, 잔류물, 환경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이곳에는 구채구가 생겨나게 된 전설 한 토막이 전해지고 있다. 먼 옛날 남신 '다게'가 여신 '우뤼세'를 사랑하여, 바람과 구름으로 거울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우뤼세가 실수로 거울을 주자이거우(구채구)에 떨어뜨리자 그만 거울이 깨지면서 5여울, 12폭포, 10물길, 수십 개의 샘 등 108개의 명소를 만들었다는 것.

셔틀버스를 타고 가며 구채구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장해(長海, Long Lake)에서 내렸다. 장해는 구채구에서 가장 크고 깊으며, 높은 곳(3150m)에 위치한 호수다. S자형의 호수 길이는 이십리가 넘는다. 파란 물빛이 바닥까지 꿰뚫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맑은 물빛에 푸른 산이 거꾸로 명경처럼 비추어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를 연출한다. 눈 녹은 물이 흘러 저장된 호수는 지하로 스며들다가 장해 밑에 위치한 오채지(五彩池)에서 밖으로 흘러나온다.

장해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리사(캐네디언)
 장해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리사(캐네디언)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장해에서는 장족들이 전통복장을 빌려주고 있었다. 리사가 장족 옷을 입고 멋진 포즈를 취했다. 늘씬한 키에 춤추듯 포즈를 취하는 리사는 모델처럼 예뻤다. 예쁜 건 예쁜 것이다. 장해의 물빛에 한동안 취해 있다가 오채지로 내려왔다.

오채지(五彩池, Five color pond)는 장해에서 189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호수는 매우 작다. 깨끗하고 맑은 물은 그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오채지에서 여신 우뤼세가 머리를 감았다고 하는데, 우뤼세의 얼굴에 바른 연지가 씻겨내려 아름다운 물빛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남신 다게가 매일 장해에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발자국에 189개의 계단이 생겨났다는 것. 전설은 허구일지라도 여행의 맛을 더해준다.

오채지(五彩池)의 현란한 물빛
 오채지(五彩池)의 현란한 물빛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오채지
 오채지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오채지는 작지만 세수를 하고플 정도로 깜찍하고 아름답다. 오채지 밑으로는 지계하이(季節海)가 세 개의 호수를 이루고 있다. 말 그대로 계절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변한다. 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호수로, 가을에는 늪으로, 겨울에는 호수가 말라 사라졌다가 봄에는 다시 물로 채워진다. 

"Y"자형에 위치한 낙일랑 센터에서 점심을 먹고 일즉구(日則溝)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해발 3000m가 넘는 일즉구의 끝자락에 내리니 숨이 가쁘다. 잘 보존된 원시삼림(原始森林)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고, 원시림 뒤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아득하게 보인다.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원시림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산책로를 따라 서서히 걸어 내려왔다.

자작나무 숲이 우거진 초해(草海)가 우거진 숲속에서 그림처럼 다가왔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녹색의 향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회백색의 자작나무 숲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이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준다.

해발 3060m의 원시림
 해발 3060m의 원시림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초해를 지나면 협곡이 이어지고 호수를 따라 대나무들이 바스락 거리며 중국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백조와 오리, 갖가지 새들이 날아든다. 천아해를 따라 긴 호수가 길은 계속 이어진다.

전죽해(箭竹海)는 대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2002년 이곳에서 이연걸과 양조위가 주연한 영화 '영웅'이 촬영되기도 한 곳이다. 전죽해는 웅묘해(熊猫海)로 이어진다. 판다 곰이 산다는 호수다. 판다는 대나무 잎을 먹고 산다. 한때 40마리 이상의 판다가 서식을 했다고 하는데, 시끄러운 관광객들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한다.

판더곰이 산다는 웅묘해(熊猫海)
 판더곰이 산다는 웅묘해(熊猫海)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나무의 잔해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오화해
 나무의 잔해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오화해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웅묘해에서 내려오면 바로 오화해(五花海)로 이어진다. 오화해는 즉사와구의 오채지와 함께 구채구의 2대호수로 손꼽힌다. 다량의 미네랄이 함유 되어 있어 물빛이 투명하고 영롱하다. "하늘빛인가? 물빛인가?" 호수바닥에는 오래전에 쓰러진 나무줄기들이 엉켜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 나무들은 탄산칼슘과 결합되어 썩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화해와 연결된 공작하도(孔雀河道)란 수로를 따라 내려갔다. 약 300m의 수로는 진녹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채를 띤 물이 파란 물감처럼 흘러 내려갔다. 물결이 일면 물위에 비쳐진 그림자들이 흔들릴 때 그 모습이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편 것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진주방울처럼 흘러내리는 '진주탄 폭포'

구채구의 물은 해자속에서는 숙녀처럼 고요하다. 그러다가 일단 수림을 뚫고 벼랑으로 떨어져 내릴 때는 흥분하기 시작한다. 마치 흰 비단을 드리운 듯 환상적인 폭포줄기를 형성하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물은  연초록의 숲이 우거진 물길을 따라 은방울이 구르듯 내려간다. 지금까지의 잔잔한 호수 면과는 달리 울퉁불퉁하게 경사진 비탈을 흐르다가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에서 낙차를 이루며 떨어져 내린다. 여울을 흐르는 물방울이 마치 수많은 진주를 연상케 한다.

진주방울이 떨어져 내린 듯한 진주탄폭포
 진주방울이 떨어져 내린 듯한 진주탄폭포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 구채구 진주탄폭포 진주처럼 아름다운 진주탄폭포
ⓒ 최오균

관련영상보기


진주탄폭포는 폭이 200m나 되며 높이는 40m에 이른다.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진주발(珠簾)을 늘어뜨린 것 같은 수백 개의 폭포 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어찌 보면 물줄기가 용처럼 꿈틀거리며 연발탄처럼 소리가 울려 퍼져 옆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다.

시원한 진주탄 폭포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Y자 형으로 만나는 갈림길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니 또 하나의 폭포와 만난다. 낙일랑폭포(落日朗瀑布)다. 아무렇게나 놓인 바위들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겨울에는 폭포가 얼어 수정처럼 보인다고 한다.

낙일랑폭포를 뒤로하고 밑으로 내려오면 접시처럼 생긴 서우해(犀牛海)와 만난다. 물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잔잔한 호수. 바람조차 불지 않아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 든다.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화화해와 분경탄, 로위해를 지나 찰여사 쪽으로 내려왔다.

티베트인 라마사원 찰여사의 초르텐과 깃발
 티베트인 라마사원 찰여사의 초르텐과 깃발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티베트 라마사원 찰여사의 마니차
 티베트 라마사원 찰여사의 마니차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찰여사에 이르니 티베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치 티베트에 온 기분이다. 마니차 밑에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거센 시냇물을 가로 질러 나무다리가 멋지게 놓여있다. 찰여사 입구에 크고 작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빨강, 노랑, 흰색의 천에는 불경이 촘촘히 적혀 있다. 나부끼는 깃발은 옛날 토번 왕조(티베트의 옛 이름)가 흥성했을 때를 말해주듯 주변의 기운을 제압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구채구를 '인간 선경'이라 부른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구채구는 물빛 색채의 왕국이다. 구채구는 2008년 5월, 발생한 쓰촨성 강진으로 주변의 일부 도로가 파손되어 여행에 지장이 있었으나 다시 복구되었다.

이 지역은 산세도 험하고 화산활동이 심한 지역으로 위험을 느끼는 지역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곳은 어디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름다움에 취해 여행을 간다.

(2010.5.12 중국 쓰촨성 구채구에서 뉴스게릴라 찰라


태그:#구채구, #주자이거우, #장해, #쓰촨성, #진주탄폭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