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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의 재미는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즈음 여기저기 수많은 외래물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끔 보도매체를 통해 국내산과 외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런 것을 쉽게 알아볼 수가 없다. 물건을 살 때마다 '이것이 국산이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일 테니까.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생산지를 표시하라고 하지만, 그것마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김치도 국내산이라고 하면 안 되잖아!'

 

장거리에 가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난 무엇보다 국밥을 먹는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전날 술이라도 한 잔 했으면 뜨끈한 뼈 해장국이나 속풀이 장국밥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같이 밥을 먹으러 장거리 식당에 들어간 아우녀석이 볼멘소리를 한다.

 

"쌀은 국내산이 맞고, 돼지고기도 국내산이 맞는데 김치가 국내산이라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을 해보세요. 김치는 배추로 하는 것이지만, 김치에 들어가는 많은 양념인 고춧가루 등은 꼭 국내산이 아니라는 것이죠."

"배추가 국내산이면, 국내산 배추로 담근 김치도 국내산이 맞잖아."

"아니죠, 배추만 국내산이라고 해야죠. 나머지는 전체가 다 국내산이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요즈음 양념거리인 고춧가루 등도 중국에서 들어온다는데."

"그런 억지 좀 부리지 마라. 김치야 배추가 주원료이니, 배추가 우리 땅에서 생산이 되었으면 국내산이지"

"물론 배추가 주원료이긴 하지만, 고춧가루 등 양념이 좀 많이 들어가나요? 그러니 배추가 국내산이라고 말해야죠."

  

조금 억지춘향식의 발언이기는 해도, 들어보니 딴은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국내산, 외국산을 구별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어쩌다가 우리 먹거리까지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지인 한 사람이 직접 시골에서 따서 말린 고추를 빻은 고춧가루를 조금 주었다. 그런데 음식을 해보면 맛이 영 다르다. 어쩌다가 한 번씩 음식을 하는 나까지 음식 맛을 따질 정도가 되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것을 찾아야 한다는 주부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5일장에도 외래상품들 즐비해

 

 

그 이야기를 듣고 5일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장거리에 난전에 진열된 수많은 상품들. 그 중에는 생각 밖으로 외제물건이 많이 있었다. 중국산이라는 물건은 대나무제품을 비롯해, 공구 등 많은 물건들이 있는데, 심지어는 플라스틱 고무제품까지도 중국이 원산지라는 명찰을 달고 있을 정도이다.

 

"이 물건들이 우리제품보다 많이 싼가요?"

"예. 우리나라 제품을 5일장에 들고 나오면 수지가 안 맞아요."

"그래도 5일장에서는 우리 것을 팔아야 좋지 않나요?"

"그럴 수만 있으면 좋죠. 그런데 저희들만 이런 것 파는 게 아니잖아요. 요즈음 대형 할인점 같은 데도 한 번 가보세요. 거의 중국산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요."

 

대형 할인점 같은 곳이야 중국산 제품이 있거나 말거나다. 그래도 5일장이라면 우리 정취가 살아있는 곳이니,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우리 것을 팔면 좋으련만. 장을 돌아보니 이런 물건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식품에도 중국산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언제 이렇게 외래물건이 우리 5일장까지 잠식을 한 것일까?

 

"식품 같은 것도 중국산이 있네요?"

"그런 말 마세요. 난 양심적으로 써서 붙였지만, 밝히지도 않고 국내산인 척 파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볼멘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러고 보면 언제 이렇게 우리 전통 5일장이 외래물품에 잠식을 당하게 되었는지. 싼값에 들여와 파는 사람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란 생각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야 조금이라도 이문이 남으면 그런 물건을 팔게 될 테니까.

 

5일장이라는 곳이 값싼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생산되고 만들어지는 우리 것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의식을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잘못은 아닐까? '많이 파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뒤를 돌아서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이다. 우리 것이 아닌 중국산을 많이 팔라니.

덧붙이는 글 | 여주 5일장 책을 쓰기 위해 5일장을 다녀왔습니다. 6월 10일


태그:#5일장, #외래산, #양념, #여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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