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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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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 금융회사 경영진을 두고 "탐욕스러운 살찐 고양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경영진은 보너스 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상황을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의 입에서 더욱 심한 말이 나오지 않을까?  집값 폭등기에 고분양가 잔치를 벌여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하더니, 집값이 떨어져 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정부에 자금지원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3조 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지난해부터 건설업계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경영진은 책임지기는커녕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 노동조합이 분노하는 이유다.

"경영진의 방만 경영으로 부도났는데, 직원에게 책임 전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건설기업노련)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사 구조조정은 근본적 처방이 없는 껍데기 구조조정"이라며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경영책임을 묻지 않고 직원에게 일방 책임만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기업노련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건설산업연맹 산하 단체로 대우건설·두산건설 등 전국 30개 건설업체에 종사하는 기술·사무·관리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곳이다.

민경옥 건설기업노련 부위원장은 "건설사의 부도는 방만 경영 탓으로, 기업회생절차에서 사주와 경영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관리인으로 추천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여전히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의 경우, 사주인 전윤수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이후, 기존 대표이사가 그대로 관리인에 선임돼 있는 상태다.

이덕래 성원건설노조위원장은 "사주와 경영진은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사업부지와 골프장 등 회사자산을 매각해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들었고, 현재까지 직원들에게 350억 원의 임금을 체불했다"며 "이어 정리해고까지 진행돼 지난해 6월 당시 650명의 직원 중 현재 250명만 남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남양건설의 경우, 사주가 관리인에 선임돼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주에 사재 출연과 기업회생을 위한 공동논의를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이 위원장은 "도덕적 해이가 방치된다면 방만 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정부와 사법당국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사주와 경영진의 문제를 먼저 짚고 기업을 올바로 회생시킬 수 있는 주체에게 관리 권한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건설기업노련은 건설사 구조조정은 주택 생산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욱동 건설기업노련 부위원장은 "현재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너도 나도 주택을 짓고, 경기가 침체되면 시행·시공사와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권의 전시행정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건설산업이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건설기업노련은 그 대안으로 주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에 대한 금융권 관리 감독 강화, 공공임대주택 건설 활성화, 해외건설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꼽았다.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벽산건설의 허민구 위원장은 "건설산업이 한국경제에 짐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기업회생과정이 기존 사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건설사 구조조정, #도덕적 해이, #집값 하락,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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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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