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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직속 지휘관의 지시에 의해 출석한 것처럼 조작했다가, 나중에 양심선언하며 자수한 예비군동대장에 대한 견책 징계처분은 과중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비록 상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비위사실이 정당화될 수 없지만,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를 갖는 군의 특성상 교육면탈 관련 비위사실은 관련자의 제보 없이는 밝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교육면탈 관련 제보행위를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서 예비군동대장으로 근무하던 Y(48)씨는 2008년 6월 직속 상급지휘관인 지역대장 A씨로부터 "3일 후에 있을 향토예비군 작계훈련에 C씨가 참석한 것처럼 대리로 해서 참석연명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Y씨는 당일 교육훈련 참석연명부의 C씨 이름 옆에 이전에 받은 훈련 때의 서명과 다른 'm'자 모양의 서명을 기재한 후 이를 지역대로 보냈다. 나중에 범법사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교육훈련 참석연명부를 받은 지역대장은 인터넷상의 국방동원정보체계 향토예비군 편성카드에 교육훈련에 불참한 C씨가 참석한 것으로 입력했다.

그 후 Y씨는 군사령부 감찰부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며 자수했고, 사단장은 C씨가 훈련에 참가한 것처럼 관련서류를 위조하고 허위보고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Y씨에 대해 견책처분을 내렸다. 그에 따라 Y씨는 호봉승급 6개월 지연, 2009년 정근수당과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자 Y씨는 "상급자인 지역대장의 위법한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후에 지역대장의 비위사실을 밝힐 목적으로 C씨의 원래 서명과 다르게 서명한 것이므로 이를 문서위조라고 할 수 없고, C씨가 불참할 것을 알고 있는 지역대장에게 보고한 것을 허위보고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예비군 교육훈련 참석여부는 지역대장이 국방동원체계에 직접 입력하도록 돼 있으므로 교육면탈의 주체는 지역대장이고, 원고는 비위행위에 대해 자발적으로 양심선언을 하고 자수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받은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징계처분은 지나치게 과도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제3행정부(재판장 이준상 부장판사)는 최근 예비군 동대장 Y씨가 관할 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견책처분을 취소하라"며 Y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설령 원고가 상급자인 지역대장의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더라도, 상급자의 위법한 명령에 대해 하급자가 복종할 의무는 없고, 원고는 지역대장의 지시가 위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비위행위가 정당화된다거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대리서명을 했으나, 나중에 지역대장의 교육면탈 범법행위를 밝힐 목적으로 C씨의 기존 서명을 미리 확인한 후 다른 모양의 서명을 한 점, 그 후 실제로 군사령부 감찰부에 이런 사실을 제보하며 자수한 점, 현실적으로 예비군 교육훈련 관리체계와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를 갖는 군의 특성상 교육면탈 관련 비위사실은 관련자의 제보 없이는 밝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교육면탈 관련 제보행위를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와 같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내부제보자를 상급자와 같이 징계하게 되면, 상급자의 위법한 교육면탈 지시에 어쩔 수 없이 응한 하급자의 제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러한 제보자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 비위의 정도를 가장 낮게 평가하거나 불문에 부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경위나 결과 등에 비춰 지나치게 무겁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예비군교육훈련, #견책, #동대장, #지역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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