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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논에서 김매기 체험행사에 참가한 오원소, 원주 형제 어린이들
 벼논에서 김매기 체험행사에 참가한 오원소, 원주 형제 어린이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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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해봤는데 참 재미 있어요~"
"근데요,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힘들게 농사일 하셨는지 알게 됐어요, 엄마가 해주시는 쌀밥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오원소(12), 원주(11) 형제는 난생 처음 해본 논매기가 재미있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을지초등학교 5학년과 4학년인 형제는 엄마(예홍숙,44)와 함께 왔다고 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옛 마들평야에 자리 잡은 마들근린공원 내 농사체험장에서 열린 '어린이 농사체험 교실'은 마들농요 보존회원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50여명.

행사는 먼저 마들농요 보존회 회원들의 농악으로 시작됐다. '농자천하지대본', '마들농요'기를 앞세운 논두렁 다지기와 길놀이가 행해진 다음, 서울시 무형문화제 22호인 마들농요 예능보유자이며 보존회장인 김완수(65)씨의 사회로 김매기(애벌배기) 시범에 이어졌다. 이후 실제 벼논에 들어가 김매기를 했다.

벼논의 애벌매기는 초벌매기라고도 하면 모내기를 한 후 첫 번째 김매기 하는 것을 말한다. 벼논에 들어가 벼포기 사이의 흙을 호미로 파서 엎어 잡초를 덮고, 벼 뿌리에 산소와 영양소가 공급되게 하는 작업인 것이다.

벼논 애벌매기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마들농요보존회원들
 벼논 애벌매기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마들농요보존회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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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세 명에 한 명씩의 마들농요 보존회 회원들이 함께하며 아이들을 지도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물속 흙을 파서 엎는 호미는 보기에도 날카로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엘~렐~렐~레~ 상사 ~도야"  "엘~렐~렐~레~ 상사~도야~"

김매기는 농악대의 우리가락과 김완수 회장과 보존회 여성회원이 함께 부르는 특이한 가락의 농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흥겹게 진행됐다. 마들농요는 평소 우리들이 많이 들어 익숙한 남도 농요와는 음색과 가락이 매우 달랐다.

마들농요는 지금의 상계동 갈월마을(큰마을) 앞들인 마들에서 옛날에 모심기와 김매기를 하면서 농부들이 부르던 노래다. 마들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조선시대 역참이 있어 말들을 들에 방목하여 키웠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설과 옛날 이 지역에 삼밭이 많아서 삼밭의 우리 옛말인 마뜰에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우리 풍물도 함께 하며 배우고
 우리 풍물도 함께 하며 배우고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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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넘은~ 노처~녀가~"   "엘~렐~렐~레~ 상사~도야~"
"시집을 못가서~ 상사~도야"   "엘~렐~렐~레~ 상사~도야~"

두 사람의 선창과 회원들의 후창이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노래가 흥겨움을 더해준다. 그런데 예능보유지이며 보존회장인 김완수씨의 노래하는 목소리가 아주 특이한 고음이어서 더욱 감동을 자아낸다.

남도 농요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이한 가락의 마들농요

마들농요의 본고장인 노원구 지역은 고려 현종 때 이래로 양주관할이었다가 1963년에 서울시에 편입되었다. 마들 평야는 옛날에는 벼농사를 많이 하던 넓은 들이었다. 마들 평야에서 모내기 하고, 김매고 추수할 때, 농사일의 고달픔을 달래기 위해  흥얼거렸던 노래로서,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온 것이 마들농요인 것이다.

그러나 6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화로 논밭은 모두 사라지고 농요도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렇게 사라져버린 농요를 되살린 사람이 현재 마들농요보존회장인 김완수씨다. 지방 농촌 출신인 김씨는 소년 시절에 인간문화재 이은관 선생의 '배뱅이굿'에 반해 상경하여, 이은관 선생이 운영하던 경기민요학원에서 공부한 이은관문하생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노원구 지역에 전해 내려오던 우리 민속 마들농요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들농요를 되살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나 거의 사라져버린 농요를 복원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로당과 마을의 나이 많은 노인들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연구도 하며 복원에 애를 쓴 지 10여년 만에 지금의 마들농요를 복원해냈다. 오늘 시연되고 있는 마들농요는 그의 10여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인 셈이다.

흙투성이로 옛날식 벼타작 체험을 하고 잇는 김준희군과 친구들
 흙투성이로 옛날식 벼타작 체험을 하고 잇는 김준희군과 친구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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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남은~ 노총~각이~"  "엘~렐~렐~레~ 상사~두야~"
"장가를 못가서~ 상사~도야~" "엘~렐~렐~레~ 상다~도야~"

김완수씨와 여성보존회원이 함께 부르는 선창 그리고 보존회원 모두 함께 부르는 후창이 흥겹게 이어진다. 벼논에서 함께 김매기 작업을 하는 어린이들과 보존회 회원들도 가끔씩 허리를 펴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며 흥겨움을 더해준다.

서울지역 민속 무형문화재 22호 마들농요

행사장은 1200평방미터 규모로 논과 밭 그리고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노원구청이 이 지역 전승 민속놀이인 마들농요 보존과 체험교실을 운영하기 위해 마련해준 곳이었다. 행사장에는 크고 작은 두 개의 체일이 쳐있고 낮은 곳에서 논으로 물을 퍼 올리는 용두레, 손으로 곡식을 터는 도리깨와 홀태 그리고 곡식을 찧는 절구와 절구통 등 옛날 농기구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20여분 동안 김매기를 마친 어린이들과 보존회원들이 논 밖으로 나오자 간단한 간식이 나왔다. 그리고 곧 뒤풀이가 이어졌다. 뒤풀이는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학부형들 그리고 보존회 회원들이 함께 어울린 농악놀이와 옛날 농기구 체험이었다.

행사 시작전 행사장을 고르고 다듬는 보존회 회원들
 행사 시작전 행사장을 고르고 다듬는 보존회 회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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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와 꽹과리, 북과 징을 손에 든 어린이들이 서툰 솜씨로 행사장을 돌며 공연하는 모습이 정답고 귀엽다. 일부 어린이들과 학부형들은 도리깨질을 해보기도 하고 절구질을 해보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요. 옛날 조상님들은 너무 힘들게 살아오신 것 같아요."

엄마와 함께 체험행사에 참여한 김준희(9·덕암초등학교 2년) 어린이의 말이다. 도리깨를 휘두르는 것도 어렵고, 절구질을 해보아도 힘에 부쳐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가 보았다.

"참 좋은 행사인 것 같아요,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겐 농촌 체험이 쉽지 않거든요. 더구나 마들농요라는 우리 민속놀이도 함께 하며 문화체험까지 하게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아들인 원소, 원주 형제와 함께 와서 체험행사에 동참한 예홍숙 주부의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 학부모들도 이런저런 체험을 하며, 마들농요의 멋진 가락과 정서에 흠뻑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행사장에는 이 지역 기관장인 김성환 신임 노원구청장도 잠깐 들러 간단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김완수 회장과 함께 벼논 옆 웅덩이에서 두레로 물을 퍼 올리는 시범을 보여주며 주민들과 동참하였다. 멀리 포천에 있는 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 7~8명도 이 행사에 참여하며 행사 취재를 했다.

두레로 논에 물퍼올리기 시범을 보이는 김완수 회장과 김성환 노원구청장
 두레로 논에 물퍼올리기 시범을 보이는 김완수 회장과 김성환 노원구청장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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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생들은 행사가 모두 끝난 후 행사장을 정리하는 일에도 동참하였다. 각종 농기구며 행사 물품들 중에는 무거운 것들도 많았는데  대부분 나이든 보존회 회원들을 도와 무거운 물건들도 들어주는 등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라질 뻔 했던 우리 민속놀이 '마들농요'와 함께한 어린이들의 농사체험행사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모두들 즐거운 모습이었다. 조금은 위험하기도 한 벼논 애벌매기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단 한 건의 작은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것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태그:#마들농요, #어린이들, #체험행사, #김완수, #민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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