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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른들이 신조어, 뉴미디어, 신상품 유행, 게임, 미니 홈피 등을 두고 도통 십대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어른이 부모나 교사나 세상의 운영자로서 십대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요지부동이다. 마치 어린 너희가 모르는 대단히 중요한 인생의 진실이나 법칙을 어른인 나는 알고 있다는 투로 말이다. 이런 맹신을 버리지 않으면 십대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까막눈이 된다. 십대가 든 촛불을 보고 한 번씩 화들짝 놀랄지는 모르나, 촛불이 아니라 꺼지지 않는 별빛을 가슴 속에 켜둔 채 숨죽이는 십대를 만날 수는 없다."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 중에서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양철북 펴냄)는 새로운 시대에 십대들이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묻고 답하는 책이다.

<대한민국 10대,노는 것을 허하노라> 겉그림
 <대한민국 10대,노는 것을 허하노라> 겉그림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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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4년 국내 최초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김종휘 씨. 참고로 '노리단(http://www.noridan.org/)'은 '사회적 활력과 지속가능한 생활양식 추구'를 기본 모토로 산업자재와 생활용품을 재활용하여 누구나 즐거울 수 있는 문화예술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저자의 저서로는 <일하며 논다, 배운다> <너 행복하니?> <내 안의 열일 곱> <아내와 걸었다>가 있다.

10대 혹은 청소년을 이야기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육과 관련된 것들이다. 10대를 둘러싼 우리의 교육시장을 혹자들은 말한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유모의 사랑, 그리고 몇 년 동안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뺑뺑 돌려져도 능히 참고 이겨낼 수 있는 아이의 신체력. 이렇게 5종 풀세트를 갖춰야만 비로소 교육시장에 진입할 수 있노라고.

고실업 위험사회, 10대·20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는 단지 우리의 교육 현실을 풍자하는 우스갯소리에 불과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새천년이라 불렸던 2000년대의 근 십년 사이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골적인 약육강식의 격투장으로 탈바꿈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고 이어 말한다.

"건국 이래 가장 높은 학력을 가졌지만 건국 이래 가장 일상화 된 불안에 사로잡혀 건국 이래 가장 많이 놀고 있는 청년 시대, 경쟁과 구직, 경쟁과 비정규직, 경쟁과 불안정 노동, 경쟁과 구직 포기, 경쟁과 대학 6학년, 경쟁과 100통의 이력서, 경쟁과 자신도 믿지 못하는 소설 같은 자기소개서, 이것이 인생이 되어 있다. 아니 이것을 인생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청년들이 이런 막장 상태에 내몰리게 될 때까지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대체 무엇을 했던 것일까. 청년들의 외로움과 낮은 자존감과 외톨이 신세가 단지 취직하고 정규직이 되면 저절로 풀리는 것일까." -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 '들어가며' 중에서

그렇다면, 이와같은 막장 상태에 내몰리지 않으려면, 그러니까 오늘 우리의 엄연한 현실인 저성장 고실업의 위험사회에 우리의 10대와 20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저자에 의하면 '잘 노는 것' 혹은 '제대로 놀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것', 이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신의 직업도 스스로 창조할 줄 아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놀지 말고 공부해라, 놀지 말고 뭐라도 해라"는 어른들 말대로 하면 어느 정도 그만그만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같은 것을 대량생산하고 대량 소비하는 사회였기에 벼락치기라도 시험 준비만 잘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취직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 호황을 누렸던 직업들이 사무 자동화와 노동력의 해외이전으로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같은 직종이라도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땀 흘리고 있는 고3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책

현실이 이런지라 예전과 같은 규격품 인생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의미하다. 이제는 저마다 '맞춤형 인생'을 시도하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 되고 있다. '맞춤형 인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그 어떤 것, 즉 '창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적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제대로 노는 방법'은?

"나는 이 책에서 어떻게 놀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에 담은 키워드를 나열해보면 이렇다. '어정쩡하지 않고 확실하게 놀기', '작은 모임과 작은 공동체 찾아가기', '집나가서 개고생하기', '도와달라고 말할 줄 알기', '찌질이에서 씩씩이로 몸 바꾸기','나보다 경험 많은 사람과 연대하기', '서로 다른 세 명이 팀 만들기', '먹고 살고 사랑하기', '나보다 먼저 너를 키우기' 등이다. …창의적 경험이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지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키워드로 설명하면 이렇다. 십대 때부터 '자발적 성장'을 체험하기, 더 큰 세계에서 '실전에 의한 학습'을 하며 '가짜 동기'와 '진짜 동기'를 구별해 보기, '몸들끼리 부대끼면서 고생하며 울어보기', '다양한 경험을 하나로 통합해보기'등이다.-책속에서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이다. 즉, 제대로 노는 방법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노리단'이나 다문화 가정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아시아 퓨전 요리 식당 '오가니제이션 요리',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설립한 피프틴 레스토랑, 프랑스 법원과 협력해 소년원에 갈 처지의 십대들과 은퇴한 노인들을 함께 연결해 도보 여행을 주선하는 쇠이유 협회 등의 사례들을 통해 10대들의 창의성이 전제된 인생 밑천 만들기 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하고 격려한다.

사례들을 접하며 우리에게도 이런 사례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했다. 폼 나는 사회인이 되고 싶은 열망으로 오늘도 고3이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자 열심히 땀 흘리고 있을 고3 아들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대학 합격 통지를 받은 날에 말이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공부를 해도 남보다 좀 더 창의적인 청년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10대들에게 촛불을 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좀 더 생각해 보자
여러 현안과 많은 분석과 다양한 대안 제시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국민세금의 용처에 초점을 맞추어 말해보자. 정치란 결국 국민 세금의 향방과 쓰임새를 정하는 여론 게임이니 말이다.

주장할 것은 청소년 공교육 강화니 청년 실업대책이니 해서 여기저기 나눠 쓰고 있는 국가의 각종 세금을 한데 모으고, 이리저리 낭비되는 세금들을 잘 보태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돈을 달라'는 것이다.

하나는 기본 소득의 방식이고 하나는 생애 첫 자금의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총생산물의 가격에서 기계와 건물의 감가상각비, 원료와 반제품의 비용, 그리고 각종 세금을 뺀 것을 전체 인구수로 나누면 아기를 포함한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돈이 대체로 2천만 원이 된다.…우리나라의 경제적인 힘은 모두에게-부자든 빈자든, 취업자든 실업자든, 어린애든 어른이든-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 소득을 줄 수 있다. - 책속에서

'우리에게 생애 첫 자금을 달라'는 제목의 글 부분이다. 내용을 몇 사람에게 말했더니 터무니없는, 실현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에 불과하단다. 과연 그럴까?

책에는 유럽의 사례를 비롯하여 미국의 알래스카 영구기금 등의 노력이 소개된다. 그러니 실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싶다.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우리만의 방식에 의한 실현도 가능할 것이기에.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청소년, 즉 10대들의 정체성에 관한 글들이고 2부는 지금의 10대들이 훗날 제대로 살자면 꼭 필요할 인생의 밑천 만들기에 관한 것들이다.

책은 전반에 걸쳐 청소년 혹은 10대가 주인공인 영화나 책이야기도 해주고, 청소년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바탕이 되는 여러 사회적 기업들을 소개하기도 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읽힌다.

특히 1부는 청소년을 둘이나 둔 내게 무척 유용한 내용들이다. 이제까지 아이들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무척 잘못 되었음을, 아이들은 오늘날을 사는데 정작 나는 참으로 어리석게도 내가 청소년으로 지나온 1980년대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0대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그 사회의 희망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 책은 오늘 우리의 10대 주변을 참으로 다양하고 자세하게 담고 있다. 책을 통해 10대와 10대들이 살아갈 현실을 돌아보고 공감하며 고민하는 어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10대들에게 촛불을 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10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10대는 소비자인가 시민인가 단지 학생에 불과한가? 19세 불가 그 현실성과 모순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충분히 들을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십대들의 창조적인 인생 밑천 만들기 프로젝트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김종휘 씀|양철북|2010-07-05|값:11,000원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 - 십대들의 창조적인 인생 밑천 만들기 프로젝트

김종휘 지음, 양철북(2010)


태그:#청소년, #십대(10대), #1318, #노리단,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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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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