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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
 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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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세종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통합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은 "이번 통합에 외교부 등 정부기관이 개입하고 있으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재단 경영진이 노조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외교통상부 등 외교안보라인 정부기관들이 이번 통합 추진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통합 추진에 뜻을 같이했으며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현 말레이시아 대사)와 이승철 전경련 전무가 MOU(양해각서) 초안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고, 송대성 세종연구소장도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 이사장 조 회장, 유 장관이 통합에 대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힌 점에서 세종재단의 등록관청에 불과한 외교부의 개입은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만 유지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대사 부임에 앞서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 전 차관보도 거듭된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1986년 일해재단 시절 행정직으로 세종재단에 들어온 노 위원장은 "정부가 민간연구소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주도적으로 개입해서 새로운 정경유착 형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헤리티지 같은 보수재단을 만들려고 하는 게 속내인데, 여의치 않으니까 궁여지책으로 재단 해산과 신설법인 설립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태우 정부 이후 현재까지 세종연구소에 보수·진보·중도 성향 학자들이 다 섞여 있었는데 이 정부에서만 유별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서 "이전 정부들에서도 청와대 등에서 연구위원들의 발언이나 글에 대해 항의가 오면 소장이 한 마디 하거나 수위를 좀 낮추자는 수준이었는데, 현 정부 들어 나타나는 모습은 그때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3년간 23억 적자, 재산은 2700억 넘어... 재정난은 큰 문제 아니야"

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
 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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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설법인 추진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소문은 지난해부터 있었고, 공식적으로는 지난 3월 노사협의회 때 송대성 소장에게 처음 들었다. 올해 전경련에서 10억 원을 지원받은 것이 통합얘기까지 확대됐다고 했다. 공로명 이사장은 지난 7월 초에 노조 간부들과 만났을 때 아직 준비단계인데, 늦어질 수 있지만 내년 1월 1일에 신설법인 설립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송 소장은 몇 차례 면담 때 17일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고 했었다. 그것이 MOU체결을 말한 것인지, 한경연과의 실무접촉을 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7월 14일 재단 이사회 간담회 회의에서 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구체적인 합의문을 작성하겠다고  한 걸 보면 상당히 진도가 나갔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 재단에서는 통합이유로 재정난을 말하는데.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금(기본기금) 395억 원과 운영자금 210억 원 등 현금 650억 원이 있고, 부지가 1만8천 평이 있다. 공시지가 1200억 원, 시가로는 2100억 원 이상이다. 공 이사장 취임 이후에 외교부에 부지매각 승인을 받았고 성남시에 공공녹지로 묶여 있지만 2년 뒤에 팔 수 있다.

최근 3년간 23억 적자가 났지만 문제가 안 되는 수준인 것이다. 재정난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재단해산과 한경연과 합치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본다."

- 부지 매각에 대해 외교부 승인을 받아야 하나.
"기본자산 매각에 대해서는 승인받아야 한다."

- 충분한 자구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왜 재단까지 해산하고 통합하려는 것으로 보나.
"재정난도 해소하고, 외부에서 연구소를 '좌파소굴'이라고 한다는 이유로 문제인물들을 정리해 나중에도 손을 못 대는 보수연구소를 만들려는 것으로 본다. 이사 간담회에서도 회원수를 230명 정도로 늘려서 정권 바뀌어도 손을 대지 못하는 보수연구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건 20년 넘게 쌓아놓은 업적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결국 그 입맛에 맞는 연구들을 하고 그런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합법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행정지원실장을 전경련 추천 인사로 한다는데, 결국 재정관리를 전경련에서 하는 것이다."

- '좌파소굴'이라는 말을 한 주체는 누구인가.
"이사장이나 연구소 경영진이 노조면담 때 '외부에서 연구소를 좌파소굴이라고 한다. 알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외부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부 연구위원들의 언론 칼럼 등에 대해 연구소에 이런 저런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 소장에 대해 '왜 좌파연구위원들을 정리하지 못하느냐,  당신 가짜 보수 아니냐'는 투서가  있었다고 한다. 소장으로서도 난처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서에 대해 재단의 한 관계자는 "이 투서는 자신의 주장을 절절하게 설득하는 투서에는 어울리지 않는 '~했음'이라는 식의 개조식 문장으로 작성돼 주문 생산이라는 의심이 있었으며, 이것을 갖고  외교부가 문제를 삼기도 했으나 별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재단경영진이 노조 면담에서 외교부 등 정부기관이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 외부기관 개입부분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재단경영진이 지난 3월 노사협의회 때 외교부 등 외교안보라인이 통합추진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공 이사장과 유명환 장관,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만나서 이를 추진하기로 구두합의 했으며 우리 연구소의 입장은 한경연을 흡수통합하는 것이고, 세종명칭은 지키는 것이라고 했었다. 이렇게 외교부 등 정부기관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 외교부가 개입할 권한이 있나.
"개입근거가 없다. 민간연구소인데…. 그래서 노조성명서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외교부에는 역대로 '세종재단은 우리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종재단과 외교부의 외교안보연구원의 통합 얘기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5공 청문회 이후 여야가 연구소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부지 1만8천 평과 현금자산외에 나머지는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연구소는 순수한 민간공익연구소 한다는 것에 합의했었다. 그런데 왜 민간연구소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인가."

- 특혜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총 자산을 기증하는데 비해 전경련은 처음에 300억원을 내고, 130억원씩 나눠서 내는 것은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 돈을 합쳐서 집을 사기로 했는데, 한쪽은 일시불로 내고 다른 한쪽은 분할납부하는 꼴이다. 재산관리를 전경련 추천인사가 맡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 연구소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반대가 심하다. 팀장급들도 대다수 반대 분위기다. 재단에서는 통합할 때 다 데려간다고 하지만, 회의록을 보면 필요한 구조조정을 한 이후에 통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 수석연구위원들은 계약기간이 10년인데, 새 법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상하면서 내보낼 수도 있고, 신설법인에서 계약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7월 14일 재단이사 간담회에서 공로명 이사장은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3년치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의 도입도 검토할 것이며, 법정투쟁 등의 반발을 감안해 법인 해산 후 시설법인 설립형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나타나는 모습, 이전 정부와는 차원이 달라"

- 이전 정부에서도 연구소의 보수인사들의 글이나 발언에 대한 압박 등의 문제가 있었나.
"글이나 발언 때문에 연구소 입장이 곤란하다는 말은 있었다. 이전 정부들에서는 청와대 등에서 연구위원들의 발언이나 글에 대해 항의가 오면 소장이 한 마디 하거나 수위를 좀 낮추자는 수준이었다. 누구를 배제하고 이런 말은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현 정부 들어 나타나는 모습은 그때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학자들이 양심 걸고 쓰는 것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고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고 배제하려고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이 신문 칼럼을 쓰면서 연구원 직함은 빼고 전 통일부 장관으로 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태우 정부 이후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연구소 학자들의 성향은 보수 진보 중도가 다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만 유별나게 대하고 있다. 직원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 이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재단 이사장과 소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계속 순수민간연구소로 존속, 발전되기를 바란다.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정리한다면.
"정부가 민간연구소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주도적으로 개입해서 새로운 정경유착 형태가 나타내고 있다. 한경연은 경제전문 연구기관이라 우리 연구소와 성격도 전혀 다르다.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헤리티지 같은 보수재단을 만들려고 하는게 속내인데, 여의치 않으니까 궁여지책으로 재단해산과 신설법인 설립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세종재단, #세종연구소, #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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