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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방해하는 시내버스
 파란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방해하는 시내버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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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옥(49)씨는 미국 유타주에 사는 재미교포이다. 25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다 성장시킨 그녀는 어느 날 뭔가 변화를 하고 싶었다. 7월 중순 고국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응모해 2학기부터 여수 여도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고국에서 한 달을 지내는 동안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달라진 생활환경에 감탄하고 있다. 그녀는 6·25로 초토화되어 아무 것도 없었던 조국이 이렇게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보다 잘 살았던 멕시코 필리핀이 한국을 못 따라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았고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소개하고 다녔다. 그러나 고국에서 한 달 사는 동안 그녀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있다.

2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영어를 가르치는 정영옥씨
 2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영어를 가르치는 정영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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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불인데 횡단보도를 달려가는 승용차
 파란불인데 횡단보도를 달려가는 승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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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널 때 갑자기 자동차가 들이닥쳤다. 깜짝 놀란 그녀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어쩌다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했다. 그게 다반사라니!

"파란불에서 행인이 건너는 순간 차가 들이닥친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살인행위로 인식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교통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보행자가 안심하고 걸어가는데 차가 지나간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차보다 인간이 주인인 인본주의 사회입니다. 한국에서는 인간이 도로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차가 주인이 되었다는 느낌이에요."

그녀가 이용한 택시기사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일본인 손님을 태우고 변두리 쪽으로 갔는데 그 곳은 공사 중이었습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갔더니 일본인이 "어! 어!"하면서 "왜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가느냐?"고 손가락으로 빨간불을 가리키더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신호를 지키고 싶은데 손님에게서 "신호를 무시하고 가자"고 강요받았다는 택시 운전사의 얘기다. 손님 왈, "빨리 가려고 택시타지 천천히 가려면 뭐하러 택시 타냐. 빨리가자"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제 관행이 되어버린 운전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과 벌금을 물려야한다"는 게 그 운전사의 주장이다.

한국 택시의 잦은 신호무시 행위에 겁이 난 그녀는 어느 날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가자"고 하자, "예, 그래야죠. 우리가 살자고 택시도 타는 것이고, 그래야 피땀 흘려 모은 재산도 지킬 수 있죠.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더 안 지키더라"는 것이다.

호주에서 온 외국인의 얘기다. "호주에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도 행인이 길을 건너면 반드시 일단 정지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신호등이 없다고 막 지나가요. 이제 저도 익숙해 져서 한국인이 다 되어 버렸나 봐요."

횡단보도 신호등 지키기 위해 고발제도와 강력한 벌금 제도 시행해야

그녀는 한때 실행했던  신호위반 차량에 대한 고발제도를 재도입하자고 한다. 그녀가 주장하는 내용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지나가는 차량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고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것은 교통질서에 대한 양심 찾기 운동이며 정신적 선진화 운동의 일환이다. 또한 파란불이 켜져 신호를 지키는 차량에게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량에 대해서도 번호를 찍어 고발하는 제도가 좋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3년 전 일본 오사카의 골목길모습. 현재 시각 밤 12시. 지켜보는 사람도 카메라도 없는 주택가 2차선 골목길이다. 차 한대가 신호를 지킨 후 신호가 바뀌자 진행방향으로 갔다.
 3년 전 일본 오사카의 골목길모습. 현재 시각 밤 12시. 지켜보는 사람도 카메라도 없는 주택가 2차선 골목길이다. 차 한대가 신호를 지킨 후 신호가 바뀌자 진행방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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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국 택시기사들이 영어 책자를 비치해 놓고 연수 받는 것에서 감동 받는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 버스 노선표가 찢겨 읽을 수 없는 것이 불편했다. 더불어 영어로 된 버스 노선도가 있으면 외국인에게 더더욱 좋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여수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이마트에서는 10월 1일부터 비닐봉투 판매를 금지하고 더 이상 공급안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녀는 쇼핑한 물건을 어떻게 운반할지 걱정이다.  비닐을 무료로 제공하는 미국인으로서는 황당한 일이라는 게 그녀의 얘기다.

이마트 지원팀장 김명신씨의 대답이다.

"10월 1일부터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만들기' 제도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함과 자원재활용을 위한 권고사항입니다. 제도 시행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종이봉투를 준비하고, 빈 박스를 활용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바구니를 판매용과 대여용 두 가지로 2천개를 마련했습니다. 외국인들의 불편 사항을 없애기 위해 영어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영문 안내간판을 마련하도록 건의 하겠습니다"

이마트 여수점에서는 10월 1일부터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만들기'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안으로 마련한 장바구니.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절약 차원이라고
 이마트 여수점에서는 10월 1일부터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만들기'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안으로 마련한 장바구니.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절약 차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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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 한국 시장에서는 물건을 사면 바꿔주지 않는 걸로만 알았던 그녀는, 시어서 먹기 힘든 배 세 개를 9천원에 사 억지로 먹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바꿔준다는 걸 알고 감동 먹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 미국인들이 우수한 사상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와 배워간다는 미국신문기사를 읽고 자랑스러웠다. 헌데 한국인들이 좋지 않은 미국문화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파한다.

인천에서 2년 동안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캐더린 새들러(Catherine Sadler)도 "한국에는 교통법규가 있지만 지키지 않고 사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2년이면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개최한다. 엑스포를 맞아 여수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불편 사항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교통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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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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