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영규 방통위 정책국장이 15일 오후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010 번호통합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노영규 방통위 정책국장이 15일 오후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010 번호통합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8년을 끈 '010번호통합정책'이 '2018년 강제통합'으로 확정됐지만 이용자 편익보다 사업자 이해를 앞세운 방통위 결정이 논란만 더 키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는 15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사 2G(CDMA) 서비스가 모두 종료되는 2018년까지 011, 016, 017, 018, 019 등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강제 통합하기로 했다. 대신 '01X 3G 번호 이동'과 '01X 번호 표시 서비스'를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010 강제통합'에 반대해온 01X 이용자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만 사고 있다.

2G 종료 시점에 '010 강제통합'... KT, 2011년 6월 첫 종료  

노영규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010번호통합'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01X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 01X 번호의 3G 이동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2G 서비스 종료 시점에 010으로 완전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에서는 '정책 일관성'과 '이용자 편익'을 앞세웠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업자 배려' 측면이 더 강하다.

일단 010 강제 통합 시점을 사업자들의 2G 서비스 종료 시점으로 잡은 것부터 그렇다. 방통위에서는 2011년 6월 KT를 시작으로, LGU+가 2015년, SK텔레콤이 2018년쯤 2G 서비스를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말 현재 01X 이용자 819만 명 가운데 SK텔레콤 가입자가 574만 명으로 가장 많고, LGU+ 165만 명, KT 80만 명 순이다. 각사 2G 서비스가 중단되면 사실상 '010 강제통합'이 이뤄져 2018년이면 01X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2G 서비스 종료 시점에 이용자들의 반발을 과소 평가한 것이다. 당장 내년 6월 2G 서비스 종료 예정인 KT의 경우 010 2G 이용자만 해도 170만 명에 이른다.

임은경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기획팀장은 "KT 01X 이용자들이 지금 번호를 계속 쓰려면 올해 안에 SK텔레콤이나 LGU+ 2G 서비스로 옮겨가야 한다"면서 "기술적으로 01X로 3G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010으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마치 01X는 2G 서비스에서만 가능한 것처럼 몰아가는 방통위 행태를 꼬집었다.    

KT 가입자 이탈 막으려 01X 3G 이동 허용?

01X 번호의 3G 한시적 허용 방안 역시 정작 01X 이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통사마다 2G 서비스 종료 시점이 다른 점을 감안해 각사 2G 종료 시점에서 맞춰 01X 번호로 3G 이동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KT 2G 서비스 종료시점에 맞춰 2011년 1월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LGU+ 종료 시점인 2015년쯤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01X 번호의 3G 번호 이동이 허용된다. 또 01X 이용자가 010으로 번호를 바꿔도 상대방 휴대폰에 01X 번호가 표시되게 하는 '010 번호 표시 서비스'도 3G 전환 시점부터 3년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이 종료되면 010으로 번호가 바뀌기 때문에 지금 번호를 평생 쓰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01X 이용자들에겐 실익이 없다. 어차피 3년 뒤 010으로 바뀐다면 차라리 통신사를 옮겨서라도 2018년까지 01X 번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01X 이용자'보다는 2G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는 KT를 배려한 측면이 크다. 방통위 스스로 이를 인정했을 정도다. 

노영규 국장은 "KT가 먼저 2G 서비스를 중단하면 01X 가입자들은 3G로 이동하거나 타사업자 2G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면서 "후자의 경우 번호 때문에 수십만이 타 사업자로 이동하는 가입자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공정 경쟁 환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결정한 것"이라고 정책 배경을 밝혔다. 다만 이것이 KT만 배려한 것은 아니며 통신사 간 소모적 마케팅 경쟁을 막고 다른 사업자도 혜택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시중 위원장 역시 이날 오전 회의 말미에 "KT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 정책(010번호통합)을 존중하고 빨리 적응하려는 기업에 이익을 주진 않더라도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며 사업자 간 이해를 고려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난 3월 16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010 번호통합 정책 토론회'
 지난 3월 16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010 번호통합 정책 토론회'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01X 번호 표시도 이통사 '칸막이', 이용자 선택 차단

이통3사 01X 이용자들이 두 서비스(01X 3G 번호 이동, 01X 번호 표시)에 모두 해당되지만 현재 가입한 통신사 안에서만 허용하고 다른 이통사 이동을 차단한 것 역시 이용자 불편보다는 사업자 이해를 우선한 것이다.    

노 국장은 "예를 들어 SKT 2G 가입자가 01X 번호로 KT 아이폰으로 이동할 수 없고, KT 2G 가입자가 SKT 갤럭시S를 쓸 경우 '01X 번호 표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서 "가입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서비스, 요금 경쟁이 아닌 번호 마케팅 경쟁으로 시장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8월 말 현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4998만 명 중 010 이용자는 4179만 명으로 83.6%에 이르지만 01X 이용자도 여전히 819만 명(16.4%)을 차지하고 있다. 방통위가 2004년 010번호통합을 촉진하려고 3G에서는 010만 쓰도록 강제하면서, 이들이 쓰던 번호로는 3G(WCDMA) 서비스나 스마트폰 이용이 원천 봉쇄돼 왔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이동전화 번호는 이용자들의 사유재산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2018년 강제통합 시점에서 이용자들의 집단 소송이 불가피하다"면서 "이제라도 이용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그:#010번호통합, #01X, #방통위, #K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