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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려와 미국의 기대가 교차하는 것이 이번에 열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의 분위기다."

 

외교안보전문지 <D&D 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8일 밤(한국 시각) 워싱턴D.C에서 한·미 국방장관 간에 열리는 제4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SCM은 한미 양국의 주요군사정책 협의 조정 기구로 국방장관 수준에서 주요 안보문제를 협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회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SCM은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위협 관리와 대북정책 공조방안을 마련하고 '전략동맹 2015'의 합의로 전작권 전환과 동맹현안 발전의 안정적 추진 기반을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며 "양국 장관이 서명하는 '국방협력지침'은 포괄적 전략동맹 구현을 위한 중장기적 국방협력 방향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미 동맹의 전략과 방향을 규정하는 나침반 구실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SCM에서 논의될 의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난 7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포함한 새로운 계획인 '전략동맹 2015'를 올해 안보협의회의(SCM)까지 완성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편집장은 이번 SCM에서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을 포함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국의 PSI(확산 방지구상)와 MD(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공식화 문제 등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음은 지난 1일 D&D 포커스 사무실에서 김 편집장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돈, 땅, 시설(건물)... 이 세 가지를 보면 SCM이 보인다"

 

- 이번 42차 SCM에서 논의될 의제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SCM을 보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바로 돈, 땅, 시설(건물)인데, 이 세 가지를 보면 SCM이 보인다. 지금 미국에서는 SCM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다. 2011년 회계연도가 10월부터 시작이 되는데, 주한미군 사령부에는 큰 재앙이 닥쳤다. 미 의회에서 주둔비를 거의 다 삭감해 버렸으니까. 이제 미국의 예산서만 보면 주한미군 사령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샤프 사령관이 지난달 한미연합사 회의 중에 '도저히 이 예산을 가지고는 사령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정도이니까. 이제는 샤프 사령관이 주둔국 비용으로, 즉 한국 정부의 비용으로 주한 미군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한미 군사동맹이 가일층 발전된 것으로 포장된다면 이는 곧 비용의 분담(burden sharing)의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번 SCM의 두드러진 배경이다."

 

- 그렇다면 이 부분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들이 있을 것 같은가.

"SCM 준비와 관련해서 샤프 사령관은 한국 정부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그 핵심은 방위비 분담금이다. 이것을 이끌어 내는 협상이 이미 시작됐고, 그 다음에 땅과 건물인데 지난 6월 말에 한미정상이 전작권 연기를 합의한 직후 샤프 사령관이 김태영 국방장관을 만나서 평택기지의 2015년 완공을 재차 강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계속 기지 이전 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했고, 지난 9월 초에 최후통첩성 경고가 나왔다.

 

당시 4개항으로 되어 있는 한국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문서로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의 평택기지에 대한 설계 및 시공을 한미가 각기 분담해온 것을 대부분 다 미국 측에 위임해 달라는 게 요구사항의 핵심이다. 공사발주권을 미군이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그 명분으로 '미국 측 전문가들이 검토해본 결과 한국 측의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약 3000건의 하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제기하면서 미측 주도로 평택기지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한국정부에 전달했는데, 이것은 SCM에 대비한 제스처였다고 볼 수 있다."

 

- 평택기지 이전 공사를 미국 측이 주도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가.

"미군 자체 기준으로 평택기지를 건설하는데 지금 평당 건설비가 800만 원이다. 강남의 제일 비싼 아파트 평당 건설비가 300만 원이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초화화 기지를 만드는 셈인데, 그 비용이 왜 그렇게 많이 드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식의 호화기지는 단순한 미군 기지가 아니라 미군의 속지로서 신도시 건설까지를 반드시 성사시켜내겠다는 쪽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그곳에 들어서는 건물이나 여러 시설들을 보면 굉장히 단가가 높다. 예를 들어 학교 같은 경우는 같은 크기의 우리나라 학교 건립비의 8배에 달한다. 미군 측은 이런 부분들을 대부분 반영시키고 싶어하고 있다."

 

-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으로 보이는가.

"한국 정부가 답변을 어떻게 했는지 아직 확인은 되지 않지만 나는 긍정적 신호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보고 있다. 작년 이상희 국방장관이 평택기지 내 BTL(임대형수익사업-민간사업자가 미군이 제시하는 건설기준에 따라 자본을 유치해 주택을 개발하고 일정기간 운영하는 사업) 기간을 45년으로 허가해준 연장선상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우리 LH공사도 못하겠다고 떨어져 나가고 있으니까 차라리 미군에다 위임하자는 쪽으로 여론몰이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강화시켜왔고 그걸 또 일부 관철시켜왔다. 최근 주한 미군에 대한 본국의 감사가 작년 대비 3배가 늘었다. 주로 미 의회 회계감사원과 의회예산국의 회계 감사가 늘어났는데, 그 의도는 한국 정부로부터 양보를 확실하게 받아내라는 것으로 보인다. SCM이 끝나면 곧 10월 중순에 한미방산협력분과위원회가 열린다. 여기에서는 양국 간에 방산협력, 기술협력에 대한 논의도 깊숙이 진행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미국은 한국군의 무기도입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이번 SCM은 유달리 비즈니스 성격이 강한 SCM으로 볼 수 있다."

 

"평택기지 이전 비용 6억불→3억불→1억5천만불... 이젠 하나도 못 내겠다는 것"

 

-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요구를 다 수용한다면 국민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적어도 이 정부 들어와서 이렇게 많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미국 측이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질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반미 감정이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평택 기지 이전하는데 자신들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명확하다. 처음에는 6억불 대겠다 그랬다가, 6억불이 3억불로 줄어들었다가, 3억불이 1억5천만불로 줄어들었다가, 이제는 하나도 못 내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주둔국의 비용으로 다 치르겠다는 의지가 명확해졌는데, 이것은 진보진영뿐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그래서 지금은 샤프 사령관에게 국민의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한국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식의 한미동맹 관리는 추후에 상당한 수준의 반미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군이 이제 한반도에서는 피를 흘리기 싫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후방에 '아름답고 거룩한 군대'로 남겠다는 식으로 후방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목적이 불분명한 군대가 한국 정부에 대규모 재정 부담을 지우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결국 현 정부가 전략동맹을 표방하면서도 사실상 미국의 전략에 끌려다니는 결과가 아닌가.

"미국에 의존할수록 우리 국방비 지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은 현 정부의 큰 착각이자 오류다. 현실은 거꾸로 미국에 의존할수록 돈이 더 들어간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그것이 이번SCM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이번 SCM에서 공식화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는데.

"부시 행정부의 럼스펠트 장관 같은 경우는 해외에 배치된 미군을 본토로 다 불러들여서 신속대응군으로 편성하는, 말하자면 본토 중심 사상인데 최근 게이츠 장관이나 샤프 사령관의 행태를 보면 다시 전진배치하는 병력, 또 그 사령부의 존치의 필요성이 강조된 것 같다. 이것이 전시작전권 전환을 2015년으로 연기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랬을 때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그 전제 조건이 상당히 비용을 안 들이면서 가능하다는 논리, 즉 '주둔국의 비용으로 사령부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런 설득을 샤프 사령관이 게이츠 장관에게 한 것이고, 결국은 게이츠 장관이 전작권 연기에 설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하더라도 본토 중심의 전략적 유연성이라기보다는 현지 중심의 이런 전략적 유연성으로, 한반도의 전력 운용개념에 있어서 크지는 않지만 다소 미묘한 방향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한반도에 있는 미 8군을 비롯한 주요 전력을 앞으로 지역문제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이런 식의 전력으로 운용하는 어떤 새로운 전망을 창출한 것이다.

 

또 대만문제나 남중국해 문제 등 여러 가지 지역문제에 한국을 동참시키고 싶어 하는 흐름으로 가는 것이 미국이 생각하는 전략적 유연성의 방향이다. 하지만 한국에 절박한 것은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의 적국은 아니다. 그걸 견제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일 뿐이다. 그런데 그 북한 위협에 대해서 미국은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중국 견제 내지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요구에 다분히 한미동맹을 활용할 것이고 이런 면에서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런 의도에 말려들어간다는 뜻이 된다."

 

"한미동맹 일변도로 나가면 북방세력과 마찰 불가피"

 

- 그렇다면 이 역시 우리 국민들에게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SCM에서 한미동맹을 한반도 방위동맹에서 지역 안보동맹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논의될 건데, 이명박 정부가 이걸 다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천안함 사건을 보아도 우리 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외교적으로 당한 것이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 일변도로 나가면 북방세력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교훈을 얻지 않았나.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를 자극하는 수준까지 감수하면서 어떤 동맹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에서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 때 미국의 항공모함 같은 전력 지원을 우리가 받아냈기 때문에 다소 수세적인 입장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와 대치하는 상황까지, 또 일-중, 미-중 관계가 굉장히 예민한 상황에서 과연 그런 정치적인 언사들이 남발되었을 때 국가 이익에 유리한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청와대 안보팀들도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직후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후속조치로 PSI 참여 등을 공언했는데, 이번 SCM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까.

"군사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를 봐야 한다. 바로 MD(미사일 방어체제)하고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이 MD에 참여를 하지 않고 PSI로 중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지금까지 한미동맹을 용인해왔다. 그런데 그 경계선을 이번에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PSI를 한·미간 최우선 의제로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공중이나 육로로 대량살상무기가 옮겨지는 것은 다 잡을 수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바다에서 오는 것은 아직 완전히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PSI를 굉장히 중요한 의제로 부각하고 있고 이번 SCM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MD참여 문제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데, 최근 국방연구원에서 청와대에 제출한 비밀보고서에는 '미국의 MD 참여 요구를 우리가 수용하고 대신 한국군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정밀억제 타격, 즉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이 말한 능동적 방어가 가능하려면 미사일이 필요한데,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한미 간 미사일협약에 의해 제한되어 있고, 또 미사일 기술 이전도 통제되고 있다. 이것을 풀려면 MD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의 협상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SCM에서 MD까지 합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상당히 주의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태그:#SCM, #김종대, #PSI, #MD,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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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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