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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각)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 중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가진 모양이다. 이 자리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언론은 일제히 보도하였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원 총리는 이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을 찬성했고 이 사건 희생자에 대해 여러 차례 애도의 뜻을 밝혔다"며, "사건을 일으킨 측에 대한 규탄의 뜻도 여러 차례 천명했다"고 했다.

 

맞다. 그의 그런 말들은 다 맞는 말이다. 헌데, 한국국민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하니 어쩌란 말이냐. 그런 말로 원자바오(중국)의 이중성을 그대로 만천하에, 그것도 떳떳하게 공포한 격이니 더 심란하다. 그가 덧붙인 말은 "중국의 이런 조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 달라"는 거였다.

 

사건을 일으킨 쪽? 그게 누군데?

 

이걸 어쩌나. 마지못해 찬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것이란다. 천안함을 공격한 자가 누구냐, 바로 이게 문제다. 원자바오의 의중에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북한이란 나라는 안중에도 없다.

 

'이웃 집 아이가 상처를 입고 들어 온 게 사실이니 그 아이를 때린 아이는 규탄 받아야 한다'라든가, '적이 누군지는 모르나 그 적은 나쁜 나라다', 혹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적에 대하여 한국당국의 조사를 믿을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지만, 그 알 수 없는 세력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뭐,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아닌가.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나라도 있던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중국당국이 보인 천안함 사건에 대한 그간의 반응은 대부분 이런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우리국민이 오해하는 것 같다니, 뭘 어떻게 오해했다는 말이냐.

 

제8차 ASEM정상회의(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한 48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들도 5일 의장성명을 통해 천안함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천안함 침몰에 따른 인명 손실에 대해 한국정부를 위로한다"고 밝혔다. 이 ASEM의 의장성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의장성명이 지난 6월 유럽의회 결의안에 있던 내용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한국의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지지한다'거나, '북한을 직접적으로 지목하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이번 ASEM 정상회의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하였기 때문이고 전한다.

 

한국국민은 억울하다

 

한국국민이나 당국 중 어느 누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에 찬성했다는 걸 모르는가. 그 내용 속에는 천안함을 일으킨 세력에 대한 규탄이 들어 있다는 점을 모르는가. 북한이 바로 천안함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던 한국과 우방국들의 의견에 반대하여 애매모호한 문구로 의장성명을 대체하게 한 것도 중국이라는 걸 모르는 한국국민이 있던가. 이미 너무나 다 잘 알고 있는 바다. 여기에 대하여 그 무엇도 오해하거나 잘 못 알 이유가 없다.

 

이런 사안들로 미루어 볼 때 원자바오가 굳이 이 대통령에게 자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하여 할 도리를 다했다는 듯이 한국국민이 오해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을 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경제적 이익에 대한 동반자, 그렇다. 그러나 정치적인 사안에 대하여는 동반자일 수 없는 나라다.

 

중국당국과 원자바오 총리의 양다리 작전은 너무나 위태해 보인다. 6자회담에 대한 원론적 입장이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원론적 태도는 중국의 맹방으로 존재하는 북한이 있는 한 그렇게 가지 않을까 싶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국민의 고조된 감정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때 중국은 김정일을 국빈으로 맞아들이며, 그런 내색조차 우리에겐 비추지 않은 나라다. 작금에는 김정은의 후계구도에 대하여 모른다고 했다가 이젠 인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중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북한과는 그럴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런 점을 이해시키며 한국민에게 다가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 국민을 중국을 오해하는 자들로 만들기보다 자신과 그의 나라 중국의 어정쩡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하면 얼마나 시원하냐.

 

한국국민은 억울하다. 중국의 어정쩡한 태도에 불만을 가진 것이 그들의 호의적인 태도를 오해한 것으로 보도되니 말이다. 원자바오여! 한국국민은 중국을 오해한 게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나라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세종뉴스 등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원자바오, #중국, #천안함, #의장성명,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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